“맞습니다. 이 대화는 중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로도 대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제가 한국어의 미묘한 차이를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까 판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오히려 피고에게 항거하고 대항한다는 느낌으로 더 친한 척하는 농담을 해서 저의 항거 의식을 드러낸 것입니다.”
박 교수는 정말로 저 아이가 저게 정상적인 사람의 답변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인지, 악녀와 변호사까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답변이 고작 저런 궤변인지 어이가 없었다.
B녀 : 하지만 저는 그렇게 밤늦은 시간에 제 숙제를 해준 피고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의 한국어나 농담이 상대를 가볍게 여긴다거나 친구처럼 군다고 하는 것을 제가 잘 알지 못했었나 봅니다.
변호인 : 다음날 국립 박물원에서 야외수업을 하자고 말하고 증인이 대답하는, ‘알겠습니다. 좀비 장군.’에서 좀비 장군은 피고를 말하는 거죠?
B녀 : 네. 그런데요?
변호인 : 피고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좀비 장군이라고 부르는 농담을 합니까?
B녀 : 제가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1년도 더 지난 일을 기억하지도 못하구요. 아마도 앞에 말했던 항거의 의미로 제가 존경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변호인 : 5월 18일에 아까 쇄골을 만지고 가슴을 만져서 불쾌했다고 증언했는데요. 5월 27일 라인 대화를 보면, 네덜란드로 역사학과 교환학생을 간다고 하면서 출국하기 1개월까지도 꽉 채워서 1대 1 레슨을 꼭 받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B녀 : 저는 지금 당시 대화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변호인 : 지금 보면서 얘기하라고 자료 줬지 않습니까? 본인이 직접 대화 나눈 겁니다. 자아, 그렇게 성희롱을 당하고 불쾌했다는 사람이 출국하기 전까지 계속 과외를 해달라고, 연구실에 찾아오겠다고 합니다. 맞습니까?
B녀 :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아까 녹취했다고 하는 6월 1일 당시 대화를 보면 모든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 5월 말에는 제가 네덜란드를 간다고 했더니 한국어가 아닌 영어를 지도해주는 방식이 진행되었고, 저는 서울대 출신 저명한 교수에게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고, 그래서 더 가르쳐 달라고 하고 더 가겠다고 한 겁니다. 그게 뭐 잘못된 겁니까? 당시에 여름방학에 피고는 다른 외국의 대학에 초빙받아 나갈 계획으로 저에게 관련된 자료를 영작하는 숙제를 줬었고, 저는 그걸 하면서 한 학기 네덜란드에 가면 한국어를 공부 못하게 될 것 같으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한 겁니다. 영작 숙제를 하면서도 내내 영어도 잘 못한다고 해서 모두 교정을 받았었습니다.
변호인 : 이상 반대심문 마치겠습니다.
박 교수가 뭐라고 나설 틈도 없이 순식간에 판사가 마이크에 대고 말을 시작했다.
판사 : 그럼 이제 제가 몇 가지 묻겠습니다. 증인은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대답하시면 됩니다. 증인은 피고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1대 1 과외를 받았습니까?
B녀 : 3월 31일부터 시작해서 6월 1일 그 녹취를 할 때까지, 매주 목요일 4시 15분부터 6시까지 연구실에서 공부했습니다.
판사 : 라인 대화에 한국어로 대화한 것이 꽤 있던데, 라인 대화도 공부의 과정이었나요?
B녀 : 저는 한국어 공부를 더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제가 연락을 먼저 할 때는 주로 한국어를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판사 : 피고는 수업이 있건 없건 증인과 라인으로 대화를 나눴군요.
B녀 : 네. 피고가 처음 부임해왔을 때, 수업 중에 자신의 라인 번호를 학생들에게 알려주며 한국어 공부와 관련해서 뭔가 질문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고 연락하라고 하면서 번호를 알려주었고 그때 이후로 저나 다른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연결해서 연락을 했었습니다.
판사 : 피고가 증인과 라인을 통해 한국어로 대화를 할 때, 사제관계에서 예의가 없거나 존경하는 어투를 사용한 한국어를 가르쳐주지 않던가요?
B녀 : 가르쳐준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3학년이었고, 윗사람에게 사용하는 한국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강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에서는 늘 경어를 사용했습니다. 평상시 대화를 할 때도 그런 식의 한국어로 대화했기 때문에 라인 대화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저에게 경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굉장히 경악했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한국 드라마나 예능프로에서 본 것처럼 이것이 친밀감에 대한 표현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판사 : 아까 증인이 1대 1 수업과 관계없이 피고가 언어폭력과 정신적인 핍박을 가했다고 했는데요. 본인이 직접 겪은 것을 말한 겁니까?
B녀 : 그렇습니다. 수업 중에도 보고 들었고. 개인적으로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런 말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판사 : 그 말을 해줬다는 학생이 누군지 말해줄 수 있나요? 지금 화면에만 이름을 쓰면 됩니다.
B녀가 A녀인 악녀의 이름을 썼을 것이 뻔하다고 박 교수는 생각했지만, 도대체 여자 판사가 왜 이런 연극을 굳이 이어나가는지 맥락을 잡기가 어려웠다.
B녀 : 아참! 잊고 말 안 한 게 있는데요. 제가 들었던 수업은 모두 필수과목 수업이었습니다. 그 필수과목의 중간고사가 끝나고 인터넷에 강의 평가를 한 내용을 우리 모두에게 공개하면서 불쾌감을 피력하며 화를 낸 일이 있었습니다. 대개 내용이 수업 분위기를 비난하는 평가들이었는데, 이런 사실이 없는데도 이렇게 꾸며서 쓰는 일이 하는 것이 너희들이라면서 모두 공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던 사실을 써서 그를 비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공개하고 우리들에게 화를 내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오늘 제가 6월 1일 상황을 녹취한 내용을 확인하시면 다 알게 될 겁니다.
판사 : 5월 18일에 피고의 진술에 의하면 티셔츠를 입은 증인이 그날 쇄골 부위가 뭔가 다친 것처럼 피부가 붉게 되어 있어서 어디를 다쳤냐고 물었다는데 그게 맞습니까?
B녀 : 네. 맞습니다.
판사 : 응? 쇄골을 만져서 상당히 기분이 나빴고 그건 성희롱인 거, 아니었나요?
B녀 : 아, 맞죠. 맞습니다.
판사 : 얼마 동안 거기를 만졌나요?
B녀 : 8초에서 10초 정도 만졌던 것 같습니다.
판사 : 지금 말한 것은 모두 사실 맞습니까?
B녀 : 네. 맞습니다.
판사 : 피고는 증인이 말한 것에 뭐 할 말 있나요?
여자 판사가 그제야 박 교수를 보며 물었다.
“지금 증인이 말한 것의 대부분은 사실과 다른 진술입니다. 그리고 쇄골을 만졌다거나 가슴을 만진 일은 없습니다. 실제로 성평회의 조서에는 쇄골을 가리켰다고 쓰여있고, 경찰 조서에도 등과 쇄골을 가리켰다고 되어 있다가, 검찰의 조서에 와서는 갑자기 쇄골과 가슴을 만졌다고 내용이 바뀌어 있습니다. 성평회의 조사 내용에도 그렇게 적혀 있는데, 갑자기 성평회 조사보고서의 결론에는 가슴과 쇄골을 수차례 만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모순되는 진술입니다. 오늘 냈다는 6월 1일 녹취내용에 대해서 확인하면 증인의 거짓말이 더 명백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여자 판사가 희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자아, 피고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은 증인 심문의 마지막 절차일 뿐입니다. 그렇게 많이 얘기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피고 역시 인정한다니까 오늘 받은 증거물은 중요 증거로 확정 짓고 다음 재판에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그쪽에서 결정적인, 심지어 박 교수의 자백 증언까지 담겨 있다는 6월 1일의 대화 녹취는 이 재판의 스모킹 건으로 드러나는 듯했다. 무엇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진술한 B녀의 말을 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체크메이트를 외친 것이었다.
모든 것을 자신들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득의만만했던 그들이 놓친 것은, 그 대화의 대부분이 한국어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B녀의 이야기만 듣고, 악녀의 지휘 하에 그 대화를 면밀하게 검토할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과 그들이 행간을 읽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화의 기록은 다음 재판에서 전문이 중국어로 번역되어 공개되었다.
6월 1일 새벽은 악녀에게서 ‘사직서’라는 기괴한 메일이 박 교수의 모든 이메일에 발송된 날이었다. 긴 연휴가 끝나고 일상이 시작되던 날이었다. 이미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에 박 교수의 사택에서 있었던 파티 이후, 이상한 낌새를 보였던 악녀에게서 그 이메일이 온 후, 아침부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박 교수는 악녀가 또 무슨 짓을 더 꾸미고 있는지 내내 불쾌한 상태에서 그날 공부하기로 한 천 위지에(법정에서 통칭 B녀)가 오후에 오기로 한 것이었다. 천 위지에는 원래 공부하기로 한 4시 15분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못 온다면서 5시가 훨씬 넘어서 나타났다.
본래 동성애자이면서 남성역할을 하는 ‘女T’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표명한 터라, 박 교수는 설마 그녀가 악녀와 손을 잡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이완 여학생들이 늘 그렇지만, 머리가 그다지 좋지 못해서 그들의 하는 행동이나 어색한 연기는 충분히 뭔가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그날 천 위지에의 행동이 바로 그러했다.
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연구실에 들어와 쭈뼛거리며 내내 시비를 거는 듯도 했고, 뭔가 있지도 않은 정해진 문구를 얻어내려는 발 연기가 역력했다. 당시의 대화를 녹취하라고 한 것부터 시비를 걸어 혹시라도 폭력사태라던가 욕설이라도 나오게 된다면 그것으로 증거를 삼으려는 악녀의 지도가 뒤에 있다는 것이 대화 도중 누구라도 눈치챌 정도였다. 그날의 대화 녹취라고 법원에 제출된 것은 총 4시간이 조금 못 되는 엄청난 길이의 대화였다. 그렇게 길었기 때문에 오히려 주영희를 비롯해 그들이 제대로 내용을 검증하지 못한 것이라고 박 교수는 생각했다. 그 증거물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그들은 전혀 의심하지 못하고 스모킹 건이라고 내민 것이었다. 라인 대화를 제출하려는 박 교수에게 정식 번역 공증을 받아오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여자 판사는 그 증거물에 대해서는 악녀와 B녀가 대강 번역한 것 같은 것을 아무런 트집도 없이 그대로 증거로 받아들여 속전속결로 3일 후 B녀에 대한 증인 심문의 보충 심문일로 바로 잡았다. 그들끼리는 모두 약속이 이루어진 상태였다.
그날의 녹취를 모두 인용할 수는 없어, 박 교수는 가장 결정적인 부분들만 핵심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몇 페이지로 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