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 연휴 때 고향 가는 기차 안이라면서 네가 나한테 라인으로 이렇게 보냈잖아. 한국어 공부를 네덜란드 가기 전까지 힘들게 하고 싶다며?
B녀 : 네, 그렇게 쓰긴 했는데...
교수 : 내가 기대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라고 농담까지 했잖아.
B녀 : 그게 저어, 오피셜 하게 얘기하겠습니다.
교수 : 오피셜 하게?
B녀 : 네. 그게 저 오피셜 하게 그 언어 교환하고 제 레슨은 이제 오지 않을 겁니다.
교수 : 응? 출국하기 전까지 열심히 한국어 공부하고 싶다고 한 건 뭐고, 그건 무슨 말이야, 갑자기? 무슨 일이 있어요?
B녀 : 응, 그게 저 일도 많고, 응...저는 논문 번역하는 게 좀 이상해요.
교수 : 이상? 갑자기? 논문을 정해서 번역하자고 했던 건 네가 골라서 선택한 방식이었잖아?
B녀 : 아, 그렇긴 그런데...
교수 : 혹시 B녀야. 내가 뭐 물어봐도 돼요?
B녀 : 네.
교수 :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었어요?
B녀 : 아니요. 제 생각에는 지난주에 저는 선생님의 그런 행동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교수 : 지난주? 행동? 어떤?
B녀 : 그 여기 A녀하고 다른 학생들 꺼를 직접 교수님 논문에 인용해서 쓰는 거 그 애들이 모르면 서생님이 직접 이렇게 하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교수 : 뭐? 이건 내가 쓴 논문이야. 너에게 말했던 A녀와 C군의 아이디어는 너에게 말해줬던 걔들 숙제구, 내가 쓴 논문은 여기 따로 있어.
B녀 : 어, 그건 전 몰랐어요.
교수 : 아니, 그럼 물어보면 되잖아요. 왜 그런 오해를 했어요?
B녀 : 응. 그냥 제 생각이에요.
교수 : 그러니까, 만약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나한테 직접 물어보고 확인하면 되잖아요. 내가 학생들 논문을 내 논문으로 바꾸서 쓰는 줄 알았어요?
B녀 : 네.
교수 : 후우. 어이가 없네. 네가 말하는 내용은 A녀랑 C군이 리포트로 낸 내용을 보여줬던 거고 네 공부가 끝나면 C군이 바로 오는 건 알잖아요?
B녀 : 네.
교수 : B녀가 한 걸 C군에게 다른 학생은 이렇게 했다. 이렇게 보여주고, 다시 네 수업 때는 C군이나 A녀가 나와 공부할 때 쓴 숙제를 보여주면서 다른 학생은 이렇게 했다고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 거잖아요. 그걸 몰랐다는 건가요?
B녀 : 그럼 애들이 다 알아요?
교수 : 어떤 거를?
B녀 : 자기가 낸 숙제에서 교수님이 예문으로 뽑아서 그...
교수 : 무슨 예문을 뽑아? 안 뽑았다니까. 이건 내가 쓴 거잖아요. 자아, 여기 다 있으니까 봐요. 이건 A녀가 쓴 거, 이건 C군이 쓴 거, 그리고 이건 내 논문. 지금 B녀가 말하는 게 가능하기나 해요? 무슨 학부생 리포트를 어떻게 논문에 가져다가 써요?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B녀 : 다시 한번 좀 제가 볼게요.
교수 : 자아, 이거 걔네가 숙제한 거 직접 수업시간에 발표한 거, 여기 빨간펜으로 지적하고 수정해준 거 다 내가 한 거고, 내가 빨간펜으로 수정한 거 바탕으로 다시 수정본들 해서 학생들이 내면 그걸로 성적 매긴 게 다예요. 봐요.
B녀 : 그랬어요?
교수 : 네. 오늘 B녀가 늦게 와서 이따 C군이 바로 올 테니까 오면 직접 물어봐요. 왜 확인할 수 있는 걸 그러지? 내가 다시 물어볼게요. 내가 오늘 아침 일찍 조금 안 좋은 얘기를 들은 게 있는데... 그거랑 지금 B녀가 얘기하는 거랑 관련이 있나요?
B녀 : 무슨 얘기요?
교수 : B녀가 지금 지난주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표현을 먼저 썼잖아요. 그리고 연휴 때 기차 타고 가면서 라인으로 우리 얘기 나눈 것도 그렇고 영어로 바꾸는 연습 하라고 준 숙제도 내가 다음 학기에 새로 개설한 수업 제목 영어로 바꿔보라고 한 게 다잖아요. 자아, 내가 이미 영어로 다 바꿔놓은 거, 한국어 공부도 될 겸, 한국어를 영어로 바꿔보라고 숙제를 줬는데, 지금 무슨 얘기를 어디서 어떻게 듣고 와서 나한테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거죠? 내가 영어를 못해서 이걸 번역해달라고 했나요?
B녀 : 잘 모르겠어요.
교수 : 지금 보니까 그렇게 느낀 것 같은데?
B녀 : 그, 네. 지난주에... 그...
교수 : 결국 나한테 안 보내줬잖아요. 그리고 여기 보다시피 내가 다 정리해둔 내용이 있고...
B녀 : 그냥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교수 : 그래요. 느낌이야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B녀가 여태 두 달이 넘게 나와 공부 안 해봤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갑자기 선생님이 왜 이런 걸 나한테 시키나라고 오해할 수는 있겠지만, 정말로 B녀는 나를 몰라서 이런 황당한 질문을 하나요? 내가 이제까지 사람을 잘못 봤던 거군요.
B녀 : 뭘 잘못 봐요?
교수 : 여기 내가 다 써놨잖아요.
B녀 : 영어로 이미 다 써 놓았어요?
교수 : 여기 봐요. 영어랑 중국어랑 정리해서 조교한테 이미 이메일 보내고 출력해놨잖아요. 이메일 날짜가 너한테 라인으로 숙제라고 보내주기 전이잖아요. 날짜와 시간을 확인해봐요.
B녀 : 그럼 왜 저에게 보냈어요?
교수 : 보낸 이유, 여태 설명했잖아요. 네덜란드 가니까 영어공부도 할 겸, 한국어 공부도 할 겸 한국어를 영어로 바꿔보라고 보낸 거라고.
B녀 : 음. 그게...
교수 : 내가 지금 굉장히 불쾌한 이유는, B녀가 나를 못 믿고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의심하는 거잖아요. 여긴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해요. 너희들 한국어 수준이 내가 베껴서 논문을 쓸 정도가 정말로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한 건가요?
B녀 : 아니요. 근데...
교수 : 둘째, 만약...
B녀 : 아이디어를 훔쳐서...
교수 : 후우. 타이완 학생들이 한국어를 하면서 많이 틀리는 부분을 정리하는 논문이 도대체 무슨 대단한 아이디어지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그것도 내가 여태 도와주고 공부를 가르쳐줬던 B녀가?
B녀 : 그 아이디어를 처음 누가 냈는지... 그게...
교수 : 내가 방금 설명했잖아. 그게 아이디어라고 할만한 거냐고. 타이완 학생애들이 한국에 유학 오면 허구한 날 내는 논문 주제인데 뭐가 아이디어라는 거야? 내가 학생들에게 물었었잖아. 한국어 공부하면서 가장 어렵거나 헷갈리는 부분 있으면 물어보라고. 그게 아이디어를 훔친 거란 말인가요?
B녀 : 다른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다 훔쳤다고 그러던데...
교수 : 다른 아이디어? 자아, 여기 내 논문 있으니까 찬찬히 다 읽어봐요. 그래서 B녀가 오늘 얼굴이 그렇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온 건가요? 자아, 여기 논문에 쓰인 예문이랑 방식 다 봐요. 내가 수업시간에 다 설명하고 말했던 거잖아요. 아닌가요?
B녀 : 아니요. 그건 아닌데... 이건 C군 아이디어 아닌가요?
교수 : 한국의 한자어와 타이완에서 쓰는 한자어가 다른 거 정리해서 숙제로 하라고 C군에게 내가 내줬던 거예요. 이따 C군 오면 물어봐요. 도대체 뭘 베끼라는 거지? 내가 다 아이디어 주고 리포트 주제로 정해준 거잖아요. B녀가 지금 내 입장이라면 화가 안 나겠어요?
B녀 : 응. 그러네요. 화나겠어요. 근데 이건 다 제가 지난주에 본 것으로 추리한 거라서...
교수 : 그 추리가 어떻게 그렇게 진행될 수가 있죠? 내가 너한테 그만한 신뢰도 주지 못했다는 거잖아, 여태. 내 시간과 정력 들어가며 무료로 밥 사 먹이고 공부 가르쳐준 사람에게 그게 할 소리인가요? 날 못 믿겠다는 거잖아. 내 말이 틀린가요?
B녀 : 네. 이거 보고...
교수 : 이거 보기 전에는 믿었나요?
B녀 : 어, 몰라요.
교수 : 넌 참 편하구나. 아니, 그런 부분이 있으면 C군도 학교에서 얼마든지 만나니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 내가 언제 너한테 논문을 번역해오라고 그랬나요? 내 논문을 고쳐달라고 하던가요?
B녀 : 논문같이 보면서 한국어를 중국어로 번역한 거 수정하고 그런 건 좀 했죠.
교수 : 맞아요. 수정은 했죠. 같이 공부하면서 했죠. 그건 큰 차이죠. 우리 교재로 쓰면서 함께 수정한 것과 번역을 시켰다는 건 완전히 다른 말이니까... 자아, 이거 봐요. 지금 고친 건 내 논문이 아니라 A녀가 쓴 글이에요. 그걸 다시 B녀가 고친 거고, 그건 2주나 걸렸고, 내 논문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거예요.
B녀 : 무슨 뜻이에요?
교수 : 자아, 고친 걸 보면, 너희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글을 내가 한국어로 고쳐준 다음에 그 내용을 빨간펜으로 써주고 그걸 다시 수정해오라고 하잖아요. 지금 너희 교재로 쓴 건, 서로가 쓴 걸 뭐가 잘못되었는지 교차해가며 고친 거라구요. 봐요. 여기 증거가 쭉 있잖아요. 내가 이제 B녀에게 실망해서 수습이 안될 것 같네요.
B녀 : 수수가 뭐예요?
교수 : 자, 이 수습. 중국어로 한자로 이렇게 써요. 타이완에서는 이렇게 안 쓰나?
B녀 : 네. 잘 안 쓰는 말이에요.
교수 : 하여간 내 마음이 수습이 이젠 안될 것 같네요.
B녀 : 왜요?
교수 : 실망해서요, 사람에게.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요. 나는 사람 관계에서 예의와 신뢰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그런데 그게 다 무너져버렸잖아요.
B녀 : 네. 비슷한 얘기 했던 거 들은 기억나요.
교수 : 의문 나는 게 있다면 그냥 바로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확인하면 되지 않나요? 아니, 한국에서 섹스 스캔들 때문에 넘어왔다는 둥 정치 스캔들 때문에 넘어왔다는 둥 별의별 소리까지 다 해놓고서는 이런 거는 왜 직접 안 물어보고 의심을 했다는 둥 추리를 했다는 둥 그런 소리를 하죠?
B녀 : 그건, 그.... 응... 집에 가서... 응... 생각해 보니까... 좀...
교수 : 그냥 솔직히 얘기해봐요. 집에 가서 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죠?
B녀 : 그냥 어 기숙사로 돌아가서 어... 돌아가서 친구들이랑 좀 얘기도 하고... 그래서 친구들은 ‘어? 그거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얘기하길래...
교수 : 내 얘기를 친구들이랑 했다구? 누구랑?
B녀 : 어, 그게 룸메이트들이랑...
교수 : 내 얘기를 왜 모르는 학생들하고 하죠?
B녀 : 아니, 그게 아니라 저 혼자 생각을...
교수 : 그게 지금 말이 되나요? 예의가 아니잖아요. 내가 B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B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얘기하면 B녀는 기분이 나쁘지 않나요? 예의가 아니죠.
B녀 : 아니요. 그거는 그냥 토론이에요. 뭐 바깥에 나가서 한국어학과 학생들이랑 얘기하지 않고 그냥 룸메이트들이랑...
이미 악녀의 조종을 받고 그녀에게 완전히 최면당한 상태였던 B녀는, 절대 한국어학과의 누군가와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다른 학과의 한국어를 못하는 룸메이트들과 토론을 했다는 뻔한 거짓말을 어색하게 둘러댔다. 박 교수의 입장에서는, 새벽에 받은 악녀의 증거 만드는 식의 메일이 당연히 떠올랐지만, 설마 B녀가 이렇게까지 완전히 세뇌가 되어 녹음기까지 틀어놓고 증거를 만들겠다고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학생들의 논문을 베꼈다던지 안되면 아이디어라도 베꼈다고 우기는 것이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고 판단이 되었는지 B녀는 얼굴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말을 계속 더듬어댔다. 그녀는 악녀의 지시대로 다음 얼토당토않은 폭력을 유발하는 플랜 B로 넘어갔다.
교수 :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군. 난 지금 화가 났어. 그런데 너한테 내가 지금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않아. 왜 그런지 알아?
B녀 : 몰라요.
교수 : 내가 지금 너한테 화를 내고 있어?
B녀 : 선생님 화나면 사람 때려요?
교수 : 하참! 여자는 절대 손대는 게 아니에요. 아무리 깡패나 아무리 돈을 받고 사람을 때리는 사람도 여자랑 아이는 때리면 안 되는 거예요. 그건 배운 사람의 도리예요. 그리고 이 정도 실망하면 때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요. 때린다는 건 애정이 요만큼이라도 있어서 화를 내는 거예요. 다시 물어봅시다. 내가 지금 너한테 화를 냈어요?
B녀 : 네. 화냈어요. 근데...
교수 : 이건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대화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대화하면서 화를 내지 않아요.
B녀 : 아니요. 지금 속이 막 불타오르고... 때리고 싶어서...
교수 : 내가 지금 B녀에게 화를 냈나요?
B녀 : 방식은 다르지만, 근데 선생님은 화났어요.
교수 : 화를 내는 건, 네가 나랑 공부하다 말고 잘하는 짓 있잖아요. 소리 지르거나 때리거나 욕을 하거나 너 그런 거 잘한다고 그랬잖아요. 그게 화를 내는 거예요.
B녀 : 네.
교수 : 나는 지금 화가 나지만 그걸 누르고 있는 거구요.
B녀 : 네.
교수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B녀 : 곧 온다는 C 남은 언제 와요?
교수 : 7시까지니까 올 때가 다됐네요.
B녀 : 저 먼저 전화 좀 해도 돼요? 원래 15분 뒤에 다른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교수 : 여태 지금 지멋대로 할 소리 안 할 소리 다 하고 사과는커녕 계속 뻔뻔한 소리만 하다가 이게 지금 교수님한테 학생이 대하는 태도예요? 사과도 없이 이게 뭐죠? 원래 B녀가 이랬나요?
B녀 : 음,... 밥 먹기로 한 약속 취소 전화만 하면 돼요.
교수 : 그냥 나 무시하고 밥 먹으러 가도 돼요.
B녀 : 아니요. 전화하고 올 거예요.
그렇게 B녀는 모든 것이 막히자, 전화를 핑계 대고 악녀에게 다시 코치를 받으러 자리를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