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무주 불성석(无酒不成席)’이라 하여 ‘술 없이는 잔치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간단하게 음식을 먹어도 사람이 모이게 되면 술은 기본이라는 것이 중국의 음식문화에서 술을 빼고 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속담에 ‘천하에 술이 없으면 친구를 만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술 없이 그 누구를 만난다한들 흥이 나겠느냐는 이 단정적 속담이 있는 것도 위와 같은 중국의 술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 되시겠다.
어제까지 러시아에서 즐겁게 보드카를 마셨으니 오늘부터는 중국의 술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지난번 중국 10대 명차 시리즈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중국은 대륙 자체가 넓기도 하지만, 음식문화가 지역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술 역시 그 역사만큼이나 종류가 다양하다. 지리적 특성상 한국과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문화적 교류가 있어왔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 역시 중국술을 접할 기회가 적지 않았는데, 그 옛날부터 중국에서 선물로 가져오는 술은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현대에 오면서 공산권과의 단절 기간 때문에 조금 소원해진 바도 있었지만, 중국이 개방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술들이 한국의 중국집은 물론이고, 여행객들을 통해 다양하게 소개되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중국은 흔히 말하는 짝퉁 술이 심해서, 그 흔한 맥주는 물론이고 고급 선물용 술들이 공업용 에탄올로 위조되어 유통되는 바람에, 진짜 술이 드물다고 할 정도로 경계하며 마시기 꺼려하는 술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단속과 세계화의 매서운 분위기 때문인지 많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상품화된 술들도 많아졌다.
중국의 술을 논하면서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어떻게 술이 시작되었는지 그 역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다양한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중국 술의 역사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1. 중국 양조(釀造)의 기원에 관한 설
<음중팔선가>를 그린 그림
(1) 의적(儀狄) 최초 양조설
하나라 우(禹) 임금 시절에 의적(儀狄)이 처음으로 술이라는 것을 빚어 우(禹) 임금에게 바쳤다. 우(禹) 임금은 그렇게 진상된 술을 정말 맛있게 마셨지만, 이내 술을 끊고 “후세에 반드시 술 때문에 나라를 망칠 자가 있으리라.”라 우려하며 의적(儀狄)을 멀리하였다고 한다. 의적 (儀狄) 이전에도 술 만드는 기술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의적(儀狄)이 양조방법을 총정리하여 후세에 전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전해진다.
(2) 두강(杜康) 최초 양조설
진(晉) 나라 때 강통(江統)이 쓴 <주고(酒誥)>라는 서적에 의하면, 두강(杜康)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밥을 먹다 남기자 주먹밥처럼 뭉쳐 뽕나무에 난 구멍에 넣어두었다고 한다. 두강(杜康)이 이 일을 깜빡 잊고 있었는데 나중에 뽕나무 근처에 가보니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나서 찾아보니, 자기가 넣었던 밥이 발효되어 향기로운 술이 되었다는 설이다.
이 두 가지 설 이외에도, 하늘의 신(神)인 황제(黃帝)가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황산(黃山)에 많이 모여 살던 원숭이가 만들었다는 설도 있어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고증된 역사학적 사실로 접근하면, 1983년 산시 성(陝西省) 미현 양가촌에서 신석기시대 앙소(仰昭) 문화의 유물로 알려진 술 전용 도기가 출토된 것으로 보아 지금부터 대략 6천 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이미 술을 빚었다고 추정된다. 시대의 변화를 거치며 술 용기, 종류들이 다양해지고 지금으로부터 3천~4천 년 전 상(商) 나라 무렵에 이미 중국에서는 곡물을 이용한 술을 빚었다.
중국이 인류문명 발상지 중 하나이면서 초기 농경사회를 시작한 곳이니만큼, 중국 술의 역사도 매우 깊다. 앞서 공부했던 내용에서 보았던 것처럼, 원시시대에 이미 과일 등이 고인 물에 의해 썩어서 자연 발효된 술을 마셨다고 추정된다.
발굴된 유물에서도 음식 먹는 데 쓰는 식기 말고도 무속 등에 사용되었음직한 제사 도구들도 함께 출토되는 것으로 추정컨대, 이미 술 혹은 이와 비슷한 음료를 마셨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다양한 역사서에 나오는 바에 따르면, 최소 4천 년 전부터 시작되며, 중국의 시대별 나라별로 언급되고 있는 술의 역사를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역사 이후로 기원전 2천 년경 중국 하(夏) 나라 시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 내용들이 역사책에 나오며 상(商) 나라 때는 이미 주지육림(酒池肉林)을 만들어 놀 정도로 주조기술과 음주문화가 발전했다. 단, 이때까지는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널리 음주문화가 퍼져 일반화된 것이 아닌, 제례용 혹은 왕후장상들이 주로 마시는 음료 정도의 개념이 강하다.
• 주(周) 나라에 와서는 본격적으로 <주례(酒禮)>와 <주덕(酒德)>이라는 책에서 술을 제사 지내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언급되기도 한 것으로 보아, 본격적으로 술 마시는 문화 제례문화가 정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애매한 시기인지라 아직 농경사회가 본격적으로 발달하지 못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식량으로 쓸 곡물도 풍족하지 못한 현실적인 상황에서 술 문화가 그렇게 발달했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고 추정된다. 월나라 구천(勾踐)이 오나라를 치러갈 때 군사들과 나눠마셨다고 기록되어 있는 황주(黃酒)는 쌀과 좁쌀을 원료로 만들며, 이때 본격적으로 발전한 술로 여겨진다. 월나라의 본진이었던 곳이 바로 황주(黃酒)로 유명한 그 사오싱(绍兴, 소흥)이다.
•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서면서 본격 철기시대로 넘어오게 되면서 농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이 향상되었으며, 당연한 수순으로 술을 만드는 양조기술도 발전하게 된다. <논어(論語)>, <시경(詩經)>, <예기(禮記)> 등에서 술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술에 대한 문헌들이 다양하게 언급되며, 이전 시대에는 왕이나 귀족 상류층들의 사치품이나 재례용만으로 음용되던 것이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걸을 확인할 수 있다.
• 진(秦) 나라에 와서는 양식의 소비를 막기 위해 국가에서 금주 정책을 정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문화가 일반에 성행했으며 한(漢) 나라대에 이르러서는 일상적으로 모든 계층의 이들이 술을 즐기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한(漢) 나라의 명의(名醫) 장중경(张仲景)이 술병을 고치기는 것으로 유명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얼마나 술로 고생한 이들이 많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진한(秦漢) 시기에는 제례용으로 엄격한 문화를 가졌으나 동한(東漢) 이후부터는 제례용에서 본격적으로 일반화되면 즐기는 음주문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삼국시대에 이르러 주조(酒造) 기술, 주조량, 술의 종류 등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위진(魏晉) 남북조시대에 이르러서는 술을 금지했던 진한(秦漢) 시대와는 달리 술을 합법적으로 허용하여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술을 빚어 마셨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에 따라 양조장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주세(酒稅)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수요가 많아졌으니 국가의 주요한 재원으로 쓰였다. 술이 본격적으로 민간에 확산된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기도 하다.
• 수(隋) 나라, 당(唐) 나라대에 이르러서는 시문학 등은 술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으며 각종 예술분야에도 방대하게 퍼져 식사할 때 반주(飯酒)로 늘 식사에 술이 올라오는 음주문화가 민간에 완전히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 송(宋) 나라에서 금(金) 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살펴보면, 각 지역마다 주점(酒店)이 생길 정도로 양조업과 술 판매가 성행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송(宋) 나라 때 이르러 술의 명산지, 명주의 품명 등이 구체적으로 문헌의 기록에 언급되기 시작했다. 금(金) 나라 때는 민족의 특성상 도수가 높은 술을 많이 마시는 풍습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으며 이때 백주(白酒)와 유사한 형태의 증류주가 성행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 명(明) 나라 때는 도처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이러한 전쟁의 영향으로 백성들이 중국 각지로 이주하며 전체적으로 거주인구들이 확산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중국 도처에서 다양한 술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명나라 때 이러한 술 제조 문화가 자리 잡히고 어느 정도 대를 이어 술을 제조하는 직업적인 제조마저 이루어지면서 청(淸) 나라 때는 이미 술이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정착되었다.
어느 정도 민간의 문화와 밀착했는가에 대해서는, 자오바이주(椒柏酒, 초백주), 보름에는 톈창주(填仓酒, 전창주), 단오에는 창푸주(菖蒲酒, 창포주), 추석에는 구이화주(桂花酒 계화주), 중양절에는 주화주(菊花酒 국화주)등 명절이나 주요 절기 때마다 담가마시는 술이 등장했을 정도로 어떤 행사가 있거나 기념할 일이 있으면 그때마다 술을 따로 만들어 마시는 음주문화가 확산되어 완전히 자리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 귀족들은 주로 황주(黃酒)를 마셨고, 일반 백성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도수가 높은 사오주(烧酒, 백주의 다른 이름)를 즐겨마셨다고 한다.
• 청나라 말기, 제국주의 열강들이 한창 침략하던 시절에 독일에서부터 맥주를 만드는 기술이 유입되면서 그때부터 세계의 맥주 라인업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필스너인 칭다오 맥주를 생산하게 되었고, 유럽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포도주(와인) 역시 이 시기부터 중국 본토에서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런데, 문화 대혁명 때는 그 모든 것이 올 스톱되는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 최소 800년 이상 연속 생산된 마오타이에서부터 대략 이삼천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사오싱(绍兴, 소흥) 황주 등 전통주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술들은 현대적으로 개량되면서 다양한 주류의 라인업을 각 지역별로 갖추게 된다.
자아, 그러면 중국의 술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떻게 구분하는지부터 중국술의 세계에 빠져들어가 보자.
1. 제조방법에 따라
(1) 양조주(釀造酒)
과일, 곡물 등을 원료로 발효시킨 후 여과하거나 압착한 술을 말한다. 보통 20도 이하로 자극성이 약해 와인, 맥주, 황주 등이 이에 속한다.
(2) 증류주(蒸溜酒)
독주(毒酒)로 분류되는 증류주는 과일, 곡물 등을 원료로 하여 먼저 발효시킨 다음 알코올을 함유한 발효액을 증류하는 방식으로 만든 술을 말한다. 증류주는 보통 20도 이상으로 주도가 높은 브랜디, 위스키, 중국의 각종 소주 등 자극성이 강한 술이 이에 해당한다.
(3) 조제주(調製酒)
조제주는 각종 양조주, 증류주 또는 식용 알코올에 과일, 향신료, 약재 등을 일정량 담가 여과 또는 증류한 술을 말하는데, 양매소주, 죽엽청, 삼사 주, 인삼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2. 알코올 함량에 따라
(1) 고도주(高度酒)
중국에서 독한 술이라고 하는 기준은 40도 이상의 알코올이 함유된 술을 말한다.
(2) 중도주(中度酒)
중국에서 중간 도수의 알코올 함량은 20도이다. 20도~40도 사이의 술을 의미한다.
(3) 저도주(低度酒)
중국 기준으로 20도 이하는 굉장히 낮은 도수의 술이라고 하는데, 황도, 와인, 일본 청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