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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Feb 06. 2022

독일 맥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1

세계 맥주 기행 – 17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63


독일 맥주의 세계

앞서 맥주의 역사에서 공부했던 바와 같이, 독일에서는 바이에른 공 빌헬름 4세가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을 제정하고 이 법이 통일 이후 독일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보리, 홉, 효모, 물 외에 다른 재료를 넣은 술은 ‘맥주(Bier)’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법령이 폐지된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독일의 양조업자들은 전통적인 불문율처럼 이 법령을 지켜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은 명실공히 맥주의 종주국으로 통하며, 앞에서 살펴봤던 옥토퍼 페스트라는 축제는 매년 열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수많은 재료로 신분에 따라 격이 달라졌던 와인에 비해, 독일의 맥주는 노동자들에게 상류층도 똑같은 맥주를 마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며 본의 아니게 공평성을 술로 선사하였다고 전해진다.

 

독일을 맥주 종주국으로 인식시킨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코로나 시국에도 열린 광경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주도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속축제이자 맥주 축제다. 매년 9월 15일 이후에 돌아오는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6~18일간 개최되는데 1810년 바이에른 공국의 초대 대공인 빌헬름 1세의 결혼에 맞추어 5일간 음악제를 곁들인 축제를 열면서 제1회 축제를 개최한 이래 1883년 뮌헨의 6대 메이저 맥주회사가 축제를 후원하면서 4월 축제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국민 축제로 발전하였다.

2017년 축제 당시

축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보도기록을 찾아보면, 1999년의 경우 전 세계에서 680만 명이 축제에 참가해 600만 L의 맥주와 63만 마리의 닭, 79만 마리의 소가 소비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당시 무려 1,000개가 넘는 독일의 맥주회사가 참가하였다. 이후 참가자 수가 늘어나 2000년에는 700만 명을 넘어섰고 갈수록 그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참고로 뮌헨의 인구는 143만 명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축제를 찾는지 알 수 있다.

 

독일에 가서 함부로 맥주에 대해 논하지 마라?!

독일 국민들에게 있어 맥주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와인, 영국의 위스키, 러시아의 보드카, 일본의 사케, 불가리아의 라키아, 멕시코의 테킬라, 그리스의 우조, 쿠바,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섬나라의 럼과 중국의 바이주, 대한민국 국민들의 막걸리와 소주와 같이 자국을 대표하는 술임과 동시에 유구한 민족 문화의 한 부분으로 그 자체가 자존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역별로 특색 있는 로컬 맥주 양조 브랜드 중심으로, 글로벌 대기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만 보더라도 독일 맥주의 각 지방에서 갖는 자부심을 어딜 가든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수 백 년간 작센, 바이에른, 프로이센, 등등 자그마한 공국들로 쪼개져 있다가 독일 제국으로 통합된 이후 제1,2차 세계대전과 동서독 분단과 같은 격동기를 겪고 오면서 게르만족의 자부심을 모두 함께 공유하며 각 지방들의 다양성을 아우룰 수 있는 하나의 민족문화적인 코드심벌이 되었다.

 

그래서 독일에는 쾰른에서 포츠담까지, 또 뮌헨에서 슈트랄준트까지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가 하나씩 있고, 이에 대하여 큰 자부심과 애정을 쏟는다. 유럽인들과 여행자들끼리 이런 살벌한 농담도 나온다.

 

“나치 독일 이후 민족주의가 완전히 거세된 독일에서 다른 건 다 욕하고 독일을 무시해도 되지만 맥주 맛 품평만은 함부로 하면 다음 날 아침 빛을 못 볼 수 있다.”

 

‘살벌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농담이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독일인들에게 로컬 맥주는 그들에게 자부심과 자존심이다. 독일 출신이던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독일인답게 맥주를 공식석상에서 와인보다 훨씬 더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바이에른이 고향이었던 지라, 가장 좋아하는 맥주로 밀맥주를 꼽았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 현지에 가서 맛난 생맥주를 마시면서 어쭙잖게 독일인과 그 동네 맥주 품평을 하는 모험을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독일 마트에서는 주로 그 지역(도시 또는 마을) 맥주, 주변 도시의 맥주 및 해당하는 주의 맥주를 판다. 한국에서도 마트에서 술을 살 때 박스로 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지만, 독일인들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맥주를 궤짝(Kiste) 단위로 사는데, 이 때문에 쇼핑카트 밑에는 이 상자들을 담기 좋은 칸이 별도로 세팅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 맥주는 역사와 전통이 꽤 깊은 편이다. 독일은 크고 작은 양조장이 1,360여 개에 달하며 현재도 전통기술을 이용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독일 맥주는 역사에 따라 색깔이 변해왔다?!

19세기까지 바이에른 맥주는 갈색 빛깔이 재배적이었으나 색이 짙고, 맥아 향기가 짙은 뮌헨 타입이 등장하면서 독일의 대표 타입의 주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북부지방 도르트문트에서 필젠 타입의 담색 맥주와 뮌헨 맥주의 맛을 곁들인 새로운 타입의 담색 맥주가 시장을 점령하면서 점차 바이에른에서도 북부지방 스타일의 담색 맥주를 생산하게 된다.

 

독일 맥주는 라거(하면 발효) 맥주의 발상지답게 짙고 풍부한 맛이 특징이며 나며 향과 입감이 부드러워 세계적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독일 맥주의 브랜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벡스(Beck's)

‘페일 라거’로 유명한 독일의 대표 맥주 브랜드. 1873년부터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브레멘에서 맥주 생산을 시작하여 현재 전 세계 120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맥주, 되시겠다. 엷은 황금색을 띠고 있으며 끝 맛이 약간 쌉싸름한 맛이 난다. 홉은 영국 남부의 두줄 보리, 남부 독일의 할레타우 홉을 사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다른 독일 맥주들에 비해 끝에 느껴지는 쓴맛이 좀 강한 편이다. 알코올 도수 5%. 여담으로 현재는 세계적인 맥주 대기업, 안호이저부시 인베브가 인수했다. 독일 내 판매량이 항상 상위권 안에 들어가는 맥주이다.

 

공장이 브레멘의 베저(Weser)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베저 강변을 산책하면 수출용 맥주를 선적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SV 베르더 브레멘의 전통적인 스폰서였으며, AB 인베브에 인수된 다음에도 스폰서 관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로고타입의 열쇠 문양은 공장이 위치한 브레멘 도시의 문장(紋章; 독일어로 Wappen)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앞서 공부했던 바와 같이 비건(채식주의자)이 먹을 수 있는 맥주인데, 맥주를 양조할 때, 침전물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부레풀이나 젤라틴 등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 파울라너(Paulaner)

독일 뮌헨 ‘미니미 수도회’라는 수도회 정원에서 1634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파울라너는 이 수도회를 만들어낸 프란체스카 파올라(st. Francis of Paola)의 이름을 따서 파울라너(Paulaner)라 이름 지어졌다.

 

독일 뮌헨을 대표하는 맥주회사 중 하나로 옥토버페스트의 거대한 중앙 천막의 주인 중 하나이다. 수입사의 적극적인 홍보와 물량공세로 한국에서도 가장 찾아보기 쉬운 독일 밀맥주 중 하나가 되었다. 파울라너 둥켈, 살바토르, 오리지널 뮌흐너 헬, 헤페바이스 비어 등이 있는데 파울라너 헤페바이스 비어는 상면 발효식이며 효모가 살아있는 대표적 밀맥주이다.

 

탁한 황금색을 띠며 거품이 풍부하고 거품 지속력 또한 길며 가볍고 부드러우며 적당한 탄산에 청량감도 느껴진다. 파울라너 살바토르는 뭔헨에서 양조되는 하면 발효식 맥주로 도수가 높은 도펠보크(바이에른 지역 양조장 중심의 라거 맥주로, 어두운 색상과 높은 알코올 도수가 특징) 스타일의 맥주로 아잉거 셀레브레이터와 함께 도펠 보크의 양대 산맥으로 인정받고 있다.


붉은 적갈색을 띠며 캐러멜색의 부드러운 거품이 얇게 덮인다. 평균 알코올 도수는 7.9% 정도이며 캐러멜향과 초콜릿 맛이 나는데, 고소하면서도 약간 쓴 뒷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굳이 맛과 향의 강도를 독일 맥주 브랜드들과 비교해보자면, 슈나이더>파울라너>바이엔슈테판>에딩거의 순으로 평가된다.

 

•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

바이에른 주 프라이징(Freising)에 자리 잡은 독일의 대표 맥주 브랜드.

독일 바이에른주의 국립 맥주 회사로 성 코르비니아노와 12인의 수도자가 725년에 설립한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양조장을 시작으로 하여, 1040년에 본격적으로 양조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1,000년이 넘게 이어져오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맥주 양조장을 보유한 회사이다.


그래서 제품 정면 라벨 상단에 ‘ÄLTESTE BRAUEREI DER WELT(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중앙에는 ‘바이엔슈테파너(Weihenstephaner)’, 하단에는 종류별로 다른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뮌헨 공과대학의 양조학 연구, 교육기관으로도 명성이 높아 전 세계의 수많은 브루마스터들이 바이엔슈테판에서 교육받아 배출되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효모 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전 세계의 수많은 맥주 회사들이 바이엔슈테판의 효모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바이엔슈테판은 맥주 이외에 우유, 버터, 치즈, 요구르트 등의 유제품 회사로도 매우 유명해서 우수한 품질의 유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판매되는 기타 브랜드 초코 우유들이 밍밍하고 맛없기로 유명한데, 바이엔슈테판의 초코 우유만큼은 진하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면발효와 하면 발효 등, 제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고 있지만, 역시 주력 상품은 밀맥주이다. 한국에 수출된 라인업도 다양하여, 오리지널 밀맥주인 헤페바이스, 효모를 걸러낸 밀맥주인 크리스털, 흑밀 맥주인 헤페바이스 둥켈, 복 밀맥주(바이첸복)인 비투스 등 4가지의 밀맥주와 필스너, 페일 라거인 오리기날 헬레스, 흑맥주인 트라디치온, 복 흑맥주(도펠복)인 코르비니안, 미국의 사무엘 아담스와 같이 만드는 샴페인 에일인 인피니움까지 유통되고 있다. 다만 이들 중 오리기날 헬레스와 트라디치온은 한국 수입 업체에서 운영 중인 탭하우스에서만 생맥주로 마실 수 있다.

 

• 뢰벤브로이(Löwenbräu)

뢰벤브로이(Löwenbräu)는 독일어로 ‘사자의 양조장’이라는 의미를 가진 뮌헨에서 14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구한 역사를 가진 맥주 브랜드이다. 밀맥주 양조로 유명한 프란치스카너와 옥토버페스트에 참가하는 양조장들 중 하나인 슈파텐을 합병한 바 있는 대규모 양조장인데, 현재는 셋 다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에 합병되었다.

 

뢰벤브로이 오리기날(독일어 발음)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중의 하나로 꼽히는 헬레스 맥주(바이에른주 뮌헨에서 개발된 밝은 금색의 라거 맥주)이다. 상면발효식이며 엷은 황금색에 약간 씁쓸하면서 청량함이 있는 뮌헨 스타일 맥주, 되시겠다. 거품이 풍부하며 탄산이 강해 청량감이 좋다. 상면발효 방식이라 에일 맥주이어야 하지만, 맛은 라거 느낌이 강하다.​

 

주력 생산품인 오리기날을 필두로 프리미엄 라거인 우어팁(Urtyp), 옥토버페스트 전용 맥주인 옥토버페스트 비어, 흑맥주인 둥켈, 밀맥주인 뢰벤바이세, 도펠복인 트리움 파토르, 오리기날에 레모네이드를 섞은 라들러, 무알코올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 외팅어(Oettinger)

크롬바허와 더불어 독일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맥주 브랜드. 양조장이 독일 바이에른의 외팅엔(Oettingen in Bayern)에 위치해 있어 지역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1731년에 설립된 웨팅어 맥주 회사는 독일에서 맥주 생산량이 가장 많은 맥주 회사로 5개의 양조장을 가지고 있다. 웨팅어 맥주 회사는 독일 맥주 생산량의 12%를 차지하며 크롬바허, 비트부르거, 바르스타이너, 벡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 14가지 종류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탁한 오렌지 색조의 황금색. 풍부한 거품이 오래 남는다. 탄산기는 조금 강한 편. 밀 몰트, 바나나, 클로브의 향이 느껴진다. 몰트의 맛이 약간 느껴지는 반면, 홉의 쓴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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