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대표적인 제품인 스탠더드급(NAS, 숙성 년수 미표기) 위스키인 발렌타인 파이니스트(Ballantine's Finest)는 J&B 레어, 조니 워커 레드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로 알려져 있다.
라벨에 그려진 깃발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명품과 영예의 상징이다. 두 개의 국기 중앙에 위치한 그리핀은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그리고 사자의 몸을 가지고 있는 영물로, 숨은 보물을 지킨다고 알려져 있다.
방패에는 위스키가 탄생하는 데 꼭 필요한 네 가지 핵심 구성 요소인 물, 보리, 증류기와 오크 통이 그려져 있다. 특히 방패의 색깔인 파란색과 황금색은 위스키의 핵심 자연 요소인 물과 보리를 상징한다. 좌우의 백마는 발렌타인의 상징물로, 때로는 영국 왕실의 유니콘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휘장에 있는 ‘Amicus Humani Generis’라는 모토는 라틴어로 ‘모든 인류의 친구’라는 뜻이다.
발렌타인, 그 역사의 시작
1827년 스코틀랜드의 조지 밸런타인이 식당 겸 식료품점에서 여러 가지 위스키를 판매하면서 시작되었다. 1831년에는 캔들 메이커스가 근처에 두 번째 매장을 열며 점차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1836년에는 번화가인 사우스 브리지로 옮기면서, 드디어 상류층 고객에게 최상의 위스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1865년 그의 아들이 글래스고에 대형 식료품점을 개업하자, 앞서 판매하던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조합하여 만든 독자적인 블렌디드 위스키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출시하였다. 처음에는 기존에 다른 이들이 하는 것처럼 본격적인 제품의 출시보다는 소매를 대상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합한 위스키를 캐스크에 넣고 숙성하여 판매하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서 제품 수요가 확실하고 위스키 제조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George Ballantine & Son Ltd.’라는 회사를 창립하여 본격적으로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 제조 및 판매를 시작하였다. 밤에 위스키 통을 노리는 도둑들로부터 전통적인 경보 시스템으로 거위 떼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발렌타인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특유의 부드러운 바디감으로 목 넘김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취향저격이라는 중평이다. 앞서 서술했던 것처럼 조니 워커와 시바스 리갈파로 갈리는 한국의 위스키파들도 발렌타인은 특별한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브랜드에 속한다. 비슷한 숙성 연수의 시바스 리갈이나 조니 워커와 비교해봤을 때, 발렌타인이 튀는 향이 적어 더 부드럽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으며, 이는 호불호가 적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개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 호불호가 적다는 장점이 발렌타인 21년은 뇌물성 선물로 특히 선물의 대상이 중년 남자일 경우에는 술을 좋아하든하지않든 상관없이 치트키처럼 무적으로 통한다. 왜냐하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발렌타인 21년 산이 비싼 술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로얄 살루트 21년 산과 함께 뇌물용 선물로는 최적격으로 꼽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특히 높은 가격대와 조니 워커나 시바스 리갈처럼 취향이 갈리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무난한(?) 선물로는 인기를 얻게 되었다.
발렌타인에는 어떤 라인업들이 포진해있는지 알려주시겠어요?
• 파이니스트 (Finest): NAS (6년 추정)
발렌타인 시리즈의 첫 번째 제품이자, 가장 저렴한 제품. 키 몰트인 아드벡의 느낌이 강해 달콤한 피트 향이 난다. 온화한 느낌의 사과, 바닐라 향이 조화를 잘 이룬다. 저렴하지만 발렌타인의 개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대표선수.
다만, 향이 깊고 진하지 않아 온 더 락으로 마실 경우 향을 거의 느낄 수 없으니 스트레이트로만 마실 것을 추천한다. 비슷한 레벨의 조니 워커 레드와 달리 캐러멜 색소를 덜 써서 색깔이 밝은 편이다. 그것을 커버하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병 색깔이 짙은 갈색이다.
• Ballantine's 12 years old
스카치위스키의 대부분이 그렇듯 발렌타인의 성향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12년 숙성의 엔트리 제품. 파이니스트보다는 깊은 맛과 향을 가진다. 오크 통의 향과 달콤한 꿀 향, 바닐라 향이 크리미한 부드러움으로 다가온다. 헤더 꽃과 달콤한 오크 느낌이 나며, 다양하면서도 균형 있는 맛이다.
균형 잡히고 부드러운 맛을 보여주지만, 독특하다고 할만한 개성이 없다는 평도 듣는다.(물론 스카치위스키로서의 기본적인 품격은 분명히 갖춘 맛이니 오해는 금물) 그러한 특징 때문에 위스키 초심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 추천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 마스터스 (Master's): NAS
처음 출시 이유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헌정 블렌드였다. 한국에서 발렌타인의 인지도가 생각보다(?)높아지자 마스터 블렌더를 통해 특별히 제작된 상품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매운 음식과의 궁합을 고려하여 블렌딩 했으며, 이 때문에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팔리고 있다.
오크 통으로부터 나는 달콤한 꿀 향과 바닐라 향이 강하다. 오렌지와 배의 느낌이 나는 달콤하고 온화하며 원숙한 풍미가 있다.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부담이 없다는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유명해지자, 한국인들의 폭탄주 문화에 맞춰 폭탄주 제조용 위스키로 제작된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소문도 회자되었었다.
비공식으로는 ‘발렌타인 15년 산’이라고도 불렸다. 12년 숙성 원액에 17년 숙성 원액을 블렌드하여 15년 숙성의 느낌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 Ballantine's 17 years old
다른 이름으로 ‘The Original’이라고 불린다. 우드와 바닐라 느낌의 균형 잡힌 향이 깊다. 크리미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을 준다. 오크와 피트의 스모키한 향, 꿀의 달콤한 맛이 나며 짭짤한 맛도 약간 느껴지는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낸다.
사실 한국에서는 ‘발렌타인’이라고 하면 이 제품을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발렌타인 시리즈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제품익도 하다. 맛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경쟁 브랜드의 동급 제품보다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가성비 논쟁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클래스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위스키이다.
• Ballantine's 21 years old
다른 이름으로는 ‘Very Old’으로 부른다. 17년 산 제품보다 좀 더 숙성된 원숙미가 느껴지며 더욱 부드러운 풍미가 특징이다. 꿀의 달콤함에 사과와 꽃 향이 더해져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을 준다. 헤더 꽃, 스모크, 감초 등의 풍미가 무게감을 더해 주며, 셰리 향이 오래 지속되는 원숙한 맛이 특징적이다.
‘발렌타인은 21년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숙성에 비해 평가가 높다. 중간이긴 하지만 17년보다는 30년 제품의 성격에 더 가까운 편이다. 반면, 고숙성 제품의 특성상 스파이시한 생동감은 적은 편이어서 강한 풍미를 바란다면 실망할 수 있다.
선물용으로 가장 각광받는 물건이기도 한데, 이유에는 웃픈 사연이 있다. 12년 산은 선물하기엔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며, 17년 산은 주고받기는 좋지만 뭔가 아쉽고, 30년 산은 누가 봐도 ‘뇌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격이 있다 보니, 21년 산이 가장 무난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렇게 자리 잡았다.
특히, 23년 산과 리미티드는 받는 사람 입장에서나 주는 사람 입장에서나 21년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해 애매하여 열외가 되었다. 이 제품 역시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위스키이다.
• Ballantine's 23 years old
2019년 9월부터 대한민국 면세점 전용으로 나오는 블렌디드 위스키. 부제처럼 새겨진 문구는 ‘Exclusively matured in the finest American Oak Casks’
• Ballantine's 30 years old
발렌타인의 대표적인 프리미엄급 위스키. 인지도가 높아 고가 위스키의 대명사처럼 사람들에게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로얄 살루트 32년과 함께 술장에 쟁겨놓고 마시지 못하는 가장 비싼 술을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면세점들에서만 파는 한정판으로 30년 캐스크 에디션이 있다. ‘Very Rare’라는 부제를 달고 50cl 단독 사이즈로만 출시되었다.
• Ballantine's 40 years old
위스키의 연령 그 자체를 ‘Fourty Year Old Blend’라고 부제로 새겨 출시된 제품이다. 정책으로는 연간 100병만 한정 생산하는 제품이다. 레이블이 없이 병 통째로 글자가 새겨져 전면 하단에 No. * / 100 형식으로 일련번호가 각인되어 있고, 병 곳곳에 은(순도 90% 이상) 세공이 들어갔다.
한국에는 2012년 처음으로 나왔다. 판매가가 무려 8,000달러라는 점에서 넘사벽으로 구경한 사람도 드문 레어템, 되시겠다.
발렌타인에도 싱글몰트 시리즈가 나온다구요?
• 12년 글렌버기
싱글몰트 3종 중 유일하게 한국 출시된 12년 제품. 2017년 15년이 출시된 후 2년 만에 12년 숙성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글렌버기는 증류소 이름이 붙은 것이니 참고할 것.
•15년 싱글몰트글렌버기, 밀튼더프, 글렌토커스 (Single Malts Series)
2017년 출시된 15년 숙성 싱글몰트 3종. 정우성과 이정재의 첫 번째 위스키 광고로도 유명했다. 출시 초기에는 가격 대비 퀄리티가 매우 훌륭한 제품이었던 탓에 입소문을 타면서 프리미엄을 얹지 않으면 구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주류전문점에서도 가격이 많이 올랐었다. 현재는 안정화되어, 글렌버기 15년은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재출시되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글렌토커스 역시 증류소 이름을 붙인 것이다.
• 18년 글렌버기
싱글몰트 3종 중 유일한 18년 제품.
• 23년 글렌토커스
싱글몰트 3종 중 유일하게 출시된 23년 제품. 한국에서는 면세점 전용으로 출시되었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구할 수 있다.
혹시 발렌타인 짝퉁 아니냐고 착각할만한 라인업
발렌타인의 경우 한국에서 발매되지 않은 라인업도 상당수 있고, 단종된 라인업도 있기 때문에, 혹여 짝퉁으로 오해할까 싶어 몇 가지 간단히 소개한다.
• 12년 퓨어 몰트 (Pure Malt)
한국에서는 들어오지 않았던 제품. 100% 몰트 위스키로 블렌딩한 제품으로,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부드러운 느낌이다. 정식 수입되는 제품은 아니나 남대문 등지를 통해 유통되어 가끔씩 눈에 띄기도 한다. 하이랜드, 아일라, 스페이사이드의 원액이 함유되었다.
• 15년
아시아 쪽에서 워낙 17년 산의 인기가 좋다 보니, 17년과 비슷한 맛과 향을 더 낮은 가격에서 즐길 수 있도록 출시된 제품이다. 현재는 단종되었다.
• 퓨리티 (Purity): NAS (20년 추정)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은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제품. 물방울 형태를 본 딴 향수 같은 병에 담겨 나오는 발렌타인 시리즈의 고급 제품군에 속한다. 물론 숙성 연도가 있기 때문에 평가도 좋은 편이다.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격의 압박이 좀 있을 수 있으니 해외에서 보게 되더라도 너무 당혹스러워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