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설탕 국수와 콩국수

by 아이쿠

"엄마. 나 너무 더워!! 이따 설탕 국수 해줘!!"

"엄마 나도 나도! 설탕 국수 해줘."

나의 말에 동생 진규와 진용이가 맞장구를 쳤다.

엄마의 설탕 국수는 여름철 별미다.

삶은 국수에 육수가 아닌 찬물 한 대접, 그리고 그 위에 설탕 몇 숟가락이면

설탕 국수 완성이다.



차가운 국수 면발을 김치 한 점과 함께 후루룩후루룩 입안 가득 채운채

호로록 마시는 국물 맛은 시원하면서 달짝해 언제나 그릇 바닥이 보이곤 했다.

땀을 식히는 시원한 맛으로, 피로를 달래줄 달달한 맛으로 한 그릇 실컷 먹고 나면

그대로 툇마루에 누워 낮잠이 들곤 했다.


"설탕 국수 그게 뭐 맛있다고 그러냐. 달기만 달제 영양가 하나 없이 뭔 맛이다냐.

자네 나는 콩국수 한 그릇 해줘. 고소하니 시원한 콩국수를 먹어야 여름 끝나제"

아빠는 엄마 눈치를 볼 때는 꼭 자네라고 불렀다.

"아 그냥 설탕 국수 같이 먹제 뭔 콩국수를 먹는다고 그래. 지금 불린 콩도 없는디"

"누가 지금 먹는다고 한가? 이따 해주면 되제"

"아무거나 대충 먹제 꼭 손 가는 것을 좋아하고 그러네"

엄마는 귀찮다고 투덜댔지만 몸은 이미 물에 불릴 콩을 찾고 있었다.

콩국수는 입이 짧은 아빠가 참말로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다.


국수 면발 사이사이까지 묻어난 콩 찌꺼기들로 인해 꺼끌 거리는 식감과

고소함을 잔뜩 머금은 뽀얀 콩국물, 거기에 맛을 더해줄 소금을 넣으면

여름철 최고의 영양만점 별미라며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는 아빠였다.

우리 동네에서는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서 먹는데 아빠는 소금이 좋다고 했다.

난 그 꺼끌 거리는 느낌이 싫어 콩국수를 싫어하는데 아빠는 그 맛으로 먹는다고 했다.

엄마도 그걸 알기에 여름이면 언제든 콩국수를 삶을 준비를 해두었다.


엄마는 큰손답게 국수 한 통을 큰 냄비에 툴툴 털어 넣었다.

찬 물을 넣어가며 막대로 몇 번을 젖고서야 냄비째 들고 수돗가로 달렸다.

커다란 바구니에 국수를 쏟아붓고서는 펌프질로 끌어올린 지하수로 빨래하듯 헹궈냈다.

바구니를 몇 번 탁탁 치며 물을 다 빼고서야 모든 준비가 끝났다.



"국수 먹어라. 지선이 아빠도 국수 드시오"

엄마의 부름에 우리는 밥상 앞으로 몰려들었다.

설탕 국수 세 그릇과 콩국수 한 그릇이 김치 한 접시와 함께 차려져 있었고

밥상 옆에는 여분의 면이 담긴 바구니가 놓여 있다.


우리는 한마디 말도 없이 경쟁하듯 후루룩 소리만 내고 있었다.

"엄마! 나 국수 더 넣어줘"

"나도 나도"

"아야. 천천히 먹어라 체할라"

엄마는 먼저 한 덩이를 아빠 국수 그릇에 담겨 주고는 우리 그릇에도 한 덩이씩 나눠주었다.

우리는 또 그릇에 고개를 처박고 후루룩 소리만 낼뿐이었다.

아빠는 오늘도 커다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헛웃음을 짓는 걸로 만족스러운 맛임을 표현했다

"내가 1등!"

"나 2등"



"엄마 이따 옥수수 삶아줘. 검은색이랑 하얀색 알맹이가 섞인 그 찰옥수수 그거 삶아줘"

"금방 국수 두 그릇 다 먹고 옥수수 생각이 또 나냐?"

"응 옥수수 하모니카 불거야"

진용이가 신이 나서 말했다.


"백날을 불러봐라. 소리가 나나"

아빠의 농담에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콧구멍을 벌렁대며 웃어댔고

엄마는 국수 사래가 들려 헛기침을 하느라 얼굴이 빨개졌다.

"조심히 먹소. 국수 먹다 염라대왕 만나겄네"

"염라대왕이래. 케케케"

이번에는 우리의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웃어댔다.

아빠는 또 헛웃음을 지으며 본인의 유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늘은 우리 가족 모두가 헛기침을 하고 헛웃음을 지었지만

얼굴이 빨개지도록 진짜 웃음이 나온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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