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좋다가 말았습니다.

by 아이쿠

비 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습기를 머금은 실내 공기의 차분함이 좋습니다.

나의 오감이 차분한 공기에 민감해지면 나의 뇌는 집중력에 집중합니다. 비 오는 날이면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날 위한 듯 멈추지 않고 버팁니다. 불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에 서 유리창 너머 비 오는 풍경을 감상하다 따뜻한 믹스 커피 한잔으로 오감을 깨워 민감해지려 애씁니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까지 틀은 후에 책상에 앉았습니다. 미뤄두었던 해야 할 일을 눈앞으로 끌어당기며 오늘은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합니다.

[글감 찾기, 브런치에 쓸 글 기획하기]


아니. 할 수 없어요.

이토록 차분한 공기의 어둡고 고요한 방에서도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날씨의 도움이 아닌 감성이 필요한 작업들이라 금세 손을 놓았습니다.내리는 비를 즐기는 감성은 충분하지만 써 내려갈 글감을 찾기는 역부족인 듯합니다.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노트 위에 놓으며 공들여 깨워놓은 정신도 같이 놓았습니다.


따라 따라라 따라 따라라

조용한 클래식을 방해하는 알람소리가 다시 나를 깨웁니다.

[첫째 담임 선생님 상담, 둘째 병원 가기]

비 오는 날은 집콕이 국롤이지만 오늘 꼭 해야 할 일들입니다. 여러모로 좋다 말았습니다.


아!

어쩌면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 대기에 지친 병원 풍경이 새로운 글감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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