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오늘도 달린다

by 아이쿠


70대이신 아주머니는

전형적인 짧은 뽀글 머리

옛날 청록색의 눈썹 문신에

마스카라를 진하게 합니다.

한쪽 어깨는 처지고 허리는 약간

굽었지만 항상 활기차게 다닙니다.


평소 우유와 누룽지를 주로 사는데

가끔씩은 담배나 두유를 삽니다.

그건 경비아저씨를 위한 것입니다.


아주머니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딸은 결혼해서 가까이에 살고

아들은 아주머니와 한집에 삽니다.

아들이 노총각이라고 걱정하면서도

항상 칭찬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얼마나 착한지 몰라요

이번에 회사에서도 일 잘한다고 상 받았어요.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애가 진짜 착해."

"네 제가 봐도 참 착하더라고요"


어느 날 오셔서는 희소식을 전합니다.

"아이고 우리 아들 결혼해요

세상에 난 노총각이라고 걱정했더니만

자기 할 일은 다 하고 있었어

대기업 다닌다는데 두 달 뒤로 날 잡았어요."

"아 그래요? 정말 잘되었네요! 축하드려요"


두 달 뒤에 피곤한 기색으로 오셨습니다.

"아이고 내가 아들내미 결혼시키고

손님들 인사치레 하느라 며칠을 바빴네

이제 다 끝나서 속이 다 시원하네요"


"그러셨죠? 아주머님 결혼시키느라

고생하셨는데 이 과일 가져다 드세요."

"뭘 이런 걸 주고 그래 쓸데없이!!

아이고 참 그래요 그럼 잘 먹을게요"


딸은 어린아이 둘을 키웠기에

애들을 데리고 친정에 자주 왔습니다.

그런 딸을 매번 반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고 또 왔어 또와!! 아니 오려면 애들만

데꼬 오던가 사위는 뭐다러 데꼬 와서

반찬 걱정을 하게 만드는지 모르겄네"

반찬거리를 사러 와서는 하소연을 합니다.


아주머니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동네 통장, 부녀회 축제 자원봉사 등등....

안 해본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공사다망한데

주말이면 손주들로 발이 묶이니 어쩌다

한번 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바쁜지 가게에

걸어오신 적이 없습니다.

항상 뛰다시피 오셔서

뛰다시피 나가십니다.

그런 아주머니가

요즘 우울하십니다.


"어메 코로나로 미치겠네

이것이 뭔 병인가 모르겄네

사람이 사람을 못 만나고

집에만 들어 있을라니까

미치고 환장하고 가슴에서

천불이 날라고 하네. 언제쯤

이것이 나아질까 모르겄네"


활동 많았던 아주머니는 코로나로

아무것도 못하게 되자 사는 재미도 없고

아무 입맛도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항상 급하게 뛰 다니던 분이 축 처진 어깨로

세월아 네월아 걸어 들어오십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우울해하시더니

새로운 재미를 찾은 것 같습니다.

요즘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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