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리들의 봄소풍. 1

에버랜드? 식물원? 테마파크? 우리는 동네 저수지!!

by 아이쿠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 가는 날.

혹시나 비가 올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쾌청하다.

나는 설레서 일찍 일어났고 엄마는 음식 준비를 하느라 일찍 일어났다.


시골학교의 봄소풍은 도시와 많이 달랐다.

특히나 전교생을 다 합쳐도 50 명 정도뿐인 분교는 더욱더 그랬다.

우리들의 소풍에는 당연 마을 어른들도 함께했다.

입학식 이후 처음 보는 선생님들에게 내 아이 잘 부탁한다는 대접이었고 바쁜 농사철을 앞두고 실컷 먹고

마시며 단합을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단합회를 위해 엄마들은 각자 자신 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아빠들은 닭, 돼지 혹은 염소 한 마리를 잡았다.

집집마다 가축을 키웠으므로 시장에 갈 필요도 없이 키우던 놈 하나 잡으면 되었다.

물론 가축을 잡은 집에는 돈을 주었다.


우리 엄마는 음식 잘하기로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다.

모든 음식을 다 잘했지만 전라도 잔칫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간재미 무침과 홍어무침은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그래서 이 동네 저 동네 잔치가 있는 날에는 항상 엄마를 불렀더랬다.

엄마는 소풍 도시락인 김밥을 싸고 선생님들 먹을 음식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엄마 김밥 진짜 맛있어" 참기름 냄새 가득 풍기는 김밥 꽁지를 입에 물고 엄지 척을 해 보였다.

"나도 나도"

동생들도 맛나다며 따봉을 해 보이니 소풍을 가기도 전에 벌써 행복하다.



오늘의 소풍장소는 우리 동네에서 2km 떨어진 저수지.

작은 저수지 옆에는 커다란 바윗돌이 여러 개 뭉쳐 있고 큰 나무들이 있어 그늘도 많다.

자갈로 이루어진 바닥은 아주 넓어 모두가 앉아있기에 딱이다. 그래서 동네 어른들의 여름 휴양지이기도 했다.


윗동네 아이들은 선생님 트럭을 타고 오고 우리는 걸어간다. 학교를 걸어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저수지로 가는 오늘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종국아 김밥 쌌어??"

"응 엄마가 사이다도 싸줬어"

"난 맛동산도 싸왔지~"

동네 친구들과 점심메뉴를 공유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이다.


"오늘은 소풍날이니 친구들과 여러 놀이를 하며 즐겁게 보내도록 해요."

선생님의 소풍 인사말에 우리는 "네~!!"라며 목청껏 대답했다.

우리는 선생님들이 준비한 소소한 이벤트를 즐기고 이제는 수건 돌리기 차례이다.

모두들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나는 너무 긴장이 되어 노래도 못 부르겠다.

'오빠 오빠 등 뒤에 수건 있어!!'

눈으로 오빠에게 힌트를 주지만 딴 곳을 쳐다보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뒤늦게 자신 등 뒤의 수건을 발견했다.

그제야 급하게 달리지만 마음이 급했는지 자갈밭에 넘어져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모습에 우리들은 또 박장대소했다.


수건 돌리기가 끝날 때쯤 멀리서 탈탈탈 소리와 함께 경운기가 앞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학부모들이 준비한 음식과 가마솥, 냄비, 그릇들과 술, 음료수 상자를 경운기 몇 대에 나눠 싣고 오는 것이다.

다들 자기 엄마 아빠가 어느 경운기에 탔는지 고개를 들어 확인한다.

엄마들은 청바지에 남방, 아빠들은 기지 바지에 깔끔한 티셔츠를 입음으로써 오늘 소풍의 또 다른 참가자임을 드러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동길이 아빠입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중 친화력 좋은 아저씨가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엄마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 선생님 시장하시겄네. 어여 어여 음식들 준비하소!!"


엄마들은 각자 집에서 준비한 음식들을 차려내느라 바쁘고 아빠들은 선생님들과 둘러앉아 식전 막걸리 한잔을 마시기 시작한다. 한쪽에서는 불터를 만들고 가마솥에 고기를 익힌다.

"아이고 선생님~이거 한번 잡솨보세요. 우리 집사람이 새벽부터 한건디 어째 입에 맞을란가 모르겄어요"

아빠들은 엄마들의 솜씨를 뽐내고

"아이고 너무 맛있습니다"

선생님은 맛있다는 말로 엄마들의 노고를 칭찬한다.


"어메 이 간재미 무침 누가 했다냐? 워따 맛있는 거 기가 막히네"

"누구긴 누구여 지선이 엄마제. 자넨 좋겄네. 음식 솜씨 좋은 마누라 둬서."

옆집 아저씨가 아빠를 부러워하며 말했다.

"응. 음식을 괜찮게 해 근데 자기도 맛있는지 저렇게 자꾸 살이 쪄"

그냥 마누라 칭찬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욕을 먹을까 두려웠는지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다행히 엄마는 듣지 못했다.

"난 살쪄도 좋으니까 맛난 거나 실컷 먹고 살았으면 좋겠네 그런 소리 마소"

아빠들이 벌써 술이 취한 것 같다.


고기가 다 익었으니 이제는 진짜 잔치 시작이다.

"선생님 지선이 엄마예요. 애들 가르치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 술 한잔 받으세요"



그렇게 시작된 엄마 아빠들의 술 따르기 릴레이가 계속되자 선생님들도 점점 취한다.

하지만 막내 선생님은 인솔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같이 마실수는 없다.

그 외의 다른 선생님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오늘이 잔칫날이다.

시골학교로 전근 온 선생님들은 모두 남자로 2년씩 근무했다. 그래서 가족은 도시에 두고 선생님들만 여기서

생활하니 집밥이 그리웠을 것이다. 그리고 유흥거리가 없는 시골이니 심심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고학년일 때는 선생님들이 우리 집에 자주 와서 식사하고 술 한잔씩 했다고 한다.

엄마는 음식을 잘하고 아빠는 술을 좋아하니 한잔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경치 좋은 곳에서 여럿이서 먹고 마시는 즐거운 분위기로 모두가 취해가고 있다.

우리도 반별로 동그랗게 둘러앉아 김밥을 먹었다. 니 김밥이 맛있는지 내 김밥이 맛있는지 서로 나눠 먹다

목이 막히면 병에 든 환타와 사이다를 가져와 너 한 모금, 나 한 모금 나눠 마시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학교 입학한 이후로 오늘이 제일 즐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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