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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08화
7. 모내기 품앗이
모두가 도와야 하는 농사일. 아이들도 돕겠다고 나서고....
by
아이쿠
Apr 7. 2021
봄소풍을 다녀오니 이제는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었다.
우리 마을은 쌀, 배추, 수박농사를 주로 했는데
지금은 벼농사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4월 초 논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그 안에 볍씨를 뿌려 한 달 여 정도를 키운다.
볍씨가 자라 손 한 뼘 길이 정도가 되는
5월 초에는 그 모를 논으로 옮겨 심어야 한다.
모내기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 품앗이를 하기 때문에
동네 회의를 통해 순번을 정했다.
1번부터 순서가 정해지면
순서대로 하되 하루씩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오늘은 1번 집 내일은 2번 집 모레는 3번 집. 그렇게 한 바퀴가 다 돌면 다시 1번 집부터 하루씩.
논에 물이 차야
모내기가
가능하기에 냇가에 보를 막고 물길이 논으로 향하게 하는 작업도 미리 끝내 놓았다.
오늘은
우리 집 모내기하는 날이라 엄마는 새벽부터 바쁘다. 점심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찰밥이나
흰밥을 하고 곁들일 여러 종류의 김치를 준비한다.
조기조림이나
갈치조림을 준비할 때도 있는데 오늘은 엄마의 특별요리인 간재미 무침을 했다.
이 정도면 오늘 품앗이를 해 줄
동네
사람들의 허기는 채울 수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 우리도 엄마 아빠를 따라나서려는데 엄마가 말린다.
"지선아 엄마 아빠는 모 심고 올 테니까 동생들 데리고
할머니네 가서 놀고 있어. 엄마가 맛난 것도 싸줄게"
우리가 따라나서면 오히려 걸리적거리기에
나에게 다 떠넘기고 가려 하지만 나와 동생들은 어른들이 다 같이 모여 일하는 재미난 구경을 놓칠 수 없다.
"엄마, 나도 따라갈래. 내가 도와줄게
나도 모 심을 수 있어!! 쟤네만 할머니한테
맡겨놓고 나만 데려가. 응??"
"우리도 같이 갈 거야!! 왜 우리만 놓고 가??"
동생들도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니
바쁜 엄마 아빠는 얼래고 달랠 시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온 식구 총출동이다.
다른 집도 사정은 다 똑같은지 아이들이 모두 따라와 논 주변에 사람이 넘쳐났다.
"지선아. 논에는
들어가지 말고 동생들 데리고 저 밭에 가서 친구들이랑 놀아."
아이들은 모두 모여 밭에서 흙을 가지고 놀고
어른들은 긴 고무장화를 신으며 채비를 한다.
엄마, 아빠는 어제저녁에 논으로 와 비닐하우스의 모를 뽑아 한 묶음씩 묶어 두었다.
커다란 고무 다라에
앉아하면 물로 인해 이동도 쉽고 허리도 안 아프니 일석이조다.
.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물이 찬 논에서 쭈그리고 앉아 일했다가는 엉덩이가 물에 잠기고 말 테니까!
어른들은 묶어둔 모 다발을 논 여기저기
에
던져놓는데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던지는 건 아니다.
논 면적에 따른 필요한 모를 계산을 하고 논 군데군데 던진다.
걷기 힘든 논에서 모가 떨어져 이리저리 가지러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모내기 준비가 끝나자 모 줄을 가져와 시작점에 반듯하게 늘어놓았다.
모를 가지런히 일자로 심기 위해서다.
"워메 모 줄을 똑바로 해야지. 그렇게 하면 삐뚤 빠뚤
난리나겠네. 그 한쪽을 좀 위로 옮기시오"
"이제 되았소??"
"그러제. 그렇게 해야제. 줄 잘 잡아서 해!! 내 거 아니라고 대충 하지 말고!!"
넓은 논바닥에서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절대로 싸우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분 상하지 않기 위한 농담 반 진담 반의 의견 조율일 뿐이다.
여러 명
이 줄 앞으로 한 줄로
나란히 서서 모를 심기 시작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아저씨가 꾀를 부린다.
"워메 하자마자 허리 아파 죽겄네. 이놈의 모 심다가 허리 병신 되겄네 참말로!!"
"염~병. 또 남의 일이라고 벌써부터 쉴라고 하네. 일이나 좀 하고 막걸리를 마시던가 해야지!!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하자면 절대 싸우는 거 아니다
.
이 광경이 아이들 눈에는 재미나 보였는지 너도 나도 어른들 흉내를 내려한다.
"엄마 우리도 모 심을래. 나도 논에 들어갈게"
"아야 그냥 거기서 놀아라. 여기 들어왔다
넘어지면 골치 아픈 게!!"
그렇게
말을 잘 들을 아이들이 아니지..
아이들은 너도 나도 이미 신발과 양말을 벗고 큰 일이라도 할 것처럼 소매와 바지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선 우르르 논으로 달려드니 논이 사람으로 꽉 차지만 엄마 아빠는 그걸 말릴 재간도 시간도 없다.
"엄마 나도 모 줘. 어떻게 심어?"
"요만큼 뜯어서 논에다 쑥 넣어. 너무 얕게 심으면 쓰러지고 너무 깊숙이 심으면 모가 물에 잠기니까 적당한
깊이로 심어봐라" 우릴 말리기를 포기한 엄마가 모 심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의지와 달리 우리가
심은 모는 모두 논 바닥에 누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둥둥 떠 다니는 모를 다시 주워 제대로 심어야 하는 어른들은 짜증이 나는 순간이다.
"엄마!! 아아아아앙"
그때, 한 아이가 논바닥에서 발을 헛디뎠는지 넘어져 흙탕물에서 허우적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박장대소하지만 넘어진
아이의 엄마는 짜증이 화로 바뀌는 순간이다.
"염병!! 뭐단다고 따라와 가지고 저런가 모르겄네"
"엄마!! 내 다리에 뭐가 있어"
"거머리다. 손으로 쳐서 떼내라"
말은 쉽지만 겁이 많은 나는 어찔할 바를 모르고 주먹을 쥔 채 울고만 있었다.
보다 못한 아빠가 달려와 거머리를
떼어냈지만 그 자리에 피가 조금 난 걸 보고 난 더 큰소리로 울어댔다.
"워메 애들 때문에 소란스러워서 일을 할 수가 없네. 아야 니네 얼른 논에서 나가 냇가서 발 닦고 와라"
이 난장판중에도 모 줄은 점점 뒤로 옮겨져 논
한 마지기를 금세 다 심었
다.
몇 마지기를 심고 나면 허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니 쉬어야 한다.
"어서 밥들 드시오. 막걸리도 한잔 하고"
엄마는 새벽부터 준비한 음식들을 논두렁이나
근처 밭에 차려냈다.
"워따 간재미 무침 맛있는 거. 막걸리 안주로도 딱이네. 하여튼 지선이 엄마 간재미 무침은 끝내주네"
"아무리 맛있어도
술은 적당히 드시오. 아직 심을 모가 많응게"
평소에도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아저씨가 걱정이 되어 엄마가 당부를 하였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모여 밥을 먹으니
마치 소풍을 온 듯 기분이 좋고 밥맛도 좋다.
그렇다고 진짜로 소풍을 온 것은 아니니 빨리 밥을 먹고 오후 일을 시작해야 했다.
"다 먹었으면 인자 저쪽 논에 심어야 하니까 모 줄 갖고 언능 저쪽으로 옮깁시다."
모두들 자리를 털고 일어서 이동하려는데 아까 그 아저씨는 아직도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아이고 취해 죽겄다. 한잔만 한다는 것이 안주가 좋아 벌컥벌컥 마셨더니 금방 취해부네"
아저씨는 남의 집 일와서 취한 것이 민망한지 괜히 안주 칭찬을 하였다.
남들은 벌써 논에 들어가 모를 심기 시작하는데 아저씨는 아쉬운 듯 느그적 느그적 논으로 들어왔다.
아저씨는 평소에도 농담을 잘하는 분위기 메이커인데 오늘은 막걸리 한잔 하니 농담이 더 술술 나왔다.
"어따 지선이네 모 심다 힘들어 죽겄네. 어이 길섭아 노래나 한 자락 해봐~ 노래나 들어야 느그 모 다 심겄다.
어??!!안 나오면 쳐들어 간다 쿵짜라 쿵짝~~"
고된 일에 모두가 힘이 드니 아저씨의 농담에 다른 아저씨
아줌마들도 흥을 보탰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작된 아빠의 노랫가락에 다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일을 하니 힘든 줄도 모르고 즐기는 듯했다. 술이 취한 아저씨는 오늘
손이 아닌
입으로 할 일을 다 했다.
술 한잔씩 걸친 탓에 다들 모내기 순번대로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며 일을 하니 오후 일은 금세 끝이 났다.
그동안 우리들은 논두렁에 기어 다니는 벌레들을 잡아 가지고 놀거나 전쟁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애들아 다 끝났다 집에 갈 준비 해라"
"오늘 고생들 했소. 내일은 호식이네 모 심는 날이니까 냇가 앞에 그 논으로 오면 돼요."
그렇게 내일 일정까지 다 전달하고 우리는
고무 다라와 점심 먹은 그릇들을 챙겨 경운기에 올라탔다.
비포장 도로에 텽텽텽텽텽거리는 경운기를 한참동안 탔더니 엉덩이가 가려울 지경이다.
집에 도착한 엄마는
뒷정리로 또 분주해지고 우리는 수돗가에서 손발을 씻고 툇마루에 그대로 뻗어 누웠다.
엄마 아빠일을 도와준 것 같아 뿌듯하지만 거머리 때문에라도 힘든 하루였다.
엄마한테 미안하지만 다음엔 안 따라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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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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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리들의 봄소풍 2
08
7. 모내기 품앗이
09
8. 천 원 저금과 캬라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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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촌지 받은 선생님의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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