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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09화
8. 천 원 저금과 캬라멜
거짓말의 유혹은 달콤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by
아이쿠
Apr 8. 2021
매주 화요일 아침이면 엄마는 나에게 천 원을 주었다.
과자를 사 먹을 용돈이면 좋겠지만 학교의 저축통장에 넣을 돈이다.
우리 동네는 당연히 은행이 없고 시내 은행은 너무 멀어 갈 수 없으니 학교에서 우리 대신 은행에 가 통장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일주일에 한 번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게 했다.
오늘이 바로 저금하는 화요일이다. 책가방에 천 원을 잘 넣어두고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학교로 향했다.
분명 출발은 같이 하였으나 가다 보면 언니 오빠들이 앞서기 시작해 우리와 점점 멀어지지만 괜찮다.
우리 동네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다른 동네 세 곳을 거치게 되는데 그때마다 우리 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언니 오빠들이 없어도 우리끼리
장난치고 웃다 보면 어느새 학교 앞이라 무섭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
학교 정문이 눈앞에 보이는데 경진이가 점빵으로 들어갔다.
전빵은 과자, 하드, 음료수.. 아폴로와 캬라멜까지 진열되어 있어 천국과 같은 곳이다.
경진이는 오늘 용돈을 받았는지 과자를 샀다. 경진이가 부러워 나도 새로 나온 캬라멜을 보며 입맛을 다시었다.
"지선아 이거 먹어봤어? 완전 달고 맛있어. 하나에 50원밖에 안 해."
경진이는 내가 먹고 싶었던 캬라멜을 들어 보이며 나를 유혹했다.
다른 날 같으면 돈이 없으니 생각도 안 하겠지만 오늘은 가방 안에 천원이 있으니 고민이 된다.
'50원이면 몇 개를 사도 돈이 많이 남네?'
"아줌마 캬라멜 4개 주세요."
나는 두 개를 먹을 것이고 나만 먹기 미안해 동생들 줄 것 까지 샀다.
캬라멜 한봉을 뜯어 경진이와 종국이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나도 맛을 보았다.
달달하니 쫀득쫀득한 게 너무 맛있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머지 한 봉지는 집에 가는 길에 먹어야지.
선생님은 아침 조회시간을 끝내며
"오늘은 통장에 저축하는 날이죠? 바구니에서 자기 통장을 찾아서
돈과 함께 앞으로 가져오세요"
라는 말로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에게는 남은 돈 800원이 있지만 엄마는 분명 종이돈을 주었기에 동전을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선생님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려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도 빨개져 순간 캬라멜을 사 먹은 게 후회가 되었다.
"선생님! 엄마가 오늘은 돈이 없으니 그냥 가라고 했어요."
나의 거짓말을 들은 선생님은 알겠다며 더는 묻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의 목소리는 이미
떨
고 있어 선생님이 더 캐묻는다면 울며 사실을 말했을 테니까.
집에 오는 길에 남은 캬라멜 한 봉지를 뜯었다. 종국이와 경진이도 몇 개 주고 나도 몇 개 먹고..
어찌나 맛이 좋은지 선생님에게 거짓말한 죄책감도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너 하나 나 하나 나눠먹다 보니 어느새 동네 입구다.
저 멀리 우리 집이 보이는데 왠지 무겁고 불안한 마음에 오늘은 마중 나온 메리를 봐도 반갑지 않았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어 잘 갔다 왔어??
별일 없었고?? 지선아 아침에 준 돈 저축통장에 넣었지?"
"응"
거짓말을 하려니 또 가슴이 두근거렸다.
엄마는 별말 없이 집안 곳곳의 일을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엄마 눈치만 봤다.
'그냥 사실대로 말하자. 엄마는 착하니까
용서해 줄 거야. 그리고 800원이나 남았잖아'
계속 거짓말을 하자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해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엄마 나 사실은 경진이가 과자 사 먹길래 나도 엄마가 준 천 원으로 캬라멜 사 먹었어.
그래서 오늘은 저금
못했어. 대신 남은 돈 800원은 가져왔어"
나는 혼날게 두려워 남은 돈 800원을 강조하며 말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한참을 바라보며 고민하더니 동생 둘까지 다 불러 모았다.
"오늘 누나가 엄마가 준 돈을 허락도 없이
맘대로 과자를 사 먹었어. 누나는 나쁜 일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하는데 너희는 형제니까 셋이 같이 받도록해"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 줄줄 알았더니 엄마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엄마는 큰 소주병을 3개나 가져오더니 우리에게 무릎 꿇고 들라고 했다.
셋이 나란히 무릎 꿇고 앉아 벌을 서는데 무릎도 저리고 팔도 아프고 죽겠다.
"왜 누나가 사 먹었는데 우리도 벌 받아?"
바로 밑에 동생이 불만이라는 듯 말했다.
"야 그래도 너네 것도 사 왔어"
미안한 마음도 들어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다.
"진짜? 진짜 우리 것도 있어?? 오~~ 예"
'바보...'
'캬라멜은 달콤한 맛이었는데 댓가는 죽을 맛이구나...'
엄마가 안 보면 잠깐 머리 위로 내려 쉬었다 엄마가 보이면 팔을 쭉 펴 올렸다가를 반복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안 먹고 말 것을... 아니
엄마한테 말하지 말 것을...'
엄마는 셋 중 한 명이 잘못을 하면 셋이 같이 벌 받게 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우리의 우애를 돈독하게 하려는 건지 아니면 내가 잘못하면 형제들도 혼난다는 걸 일깨워주려는 건지..
그렇게 한 시간이 넘어서야 벌을 멈추었다.
"형과 누나는 열심히 벌을 서는데 막내는 머리에 이고 있네. 너만 다시 들어!!"
5살 막내는 누나와 형이 머리에 잠시 두고 쉬는 것을 보고 따라한 건데 어리다 보니 눈치 없이 계속 머리에 이고만 있다가
엄마에게 걸린 것이다. 바보 같은 녀석.
"지선아. 엄마가 친구들과 같이 먹고 싶은 너의 마음은 이해하는데 그렇다고 저축할 돈을 네 맘대로 빼 쓰면
안 돼! 대신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 용돈을 줄테니까 그걸로 사 먹어 알겠지?"
생각지 못한 엄마의 제안에 난 벌 받은 서러움도 잊고 너무 좋아 웃음이 나왔다.
역시 우리 엄마는 착하다.
잠시 벌은 섰지만 이젠 나도 용돈을 받게 되었으니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역시 캬라멜은 달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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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07
6. 우리들의 봄소풍 2
08
7. 모내기 품앗이
09
8. 천 원 저금과 캬라멜
10
9. 촌지 받은 선생님의 차별
11
10. 땅벌의 공격.
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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