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방금 분명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산수문제를 수진이와 나, 둘 다 틀렸는데 선생님이 나만 혼냈다.
내가 틀렸으니 혼나는 건 맞지만 나만!! 혼나니 뭔가 서럽다.
'수진이가 나보다 예뻐서일까? 수진이는 언니 오빠가 있어서일까?'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그렇다고 차마
"선생님 왜 맨날 저만 혼내세요?? 수진이도 더하기 틀렸잖아요??"
라고 물어볼 용기는 없으니 그저 혼자 기분 나쁜 수밖에....
"종국아 아까 선생님이 내 손바닥만 때린 거 봤지??"
"응 근데 저번에 나도 그랬어. 수진이랑 장난쳤는데 나한테만 조용히 하랬어."
종국이와 나는 오늘 일을 얘기하며 교문을 나서는데 동네 언니 오빠들이 일찍 끝났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언니 오빠들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려면 힘들지만 우리가 모르는 학교 얘기를 듣는 건 재밌다.
"야 그거 알아?? 영진이 엄마가 뱀 잡아다 지선이 선생님 갖다 줬대!!"
"뱀을?? 왜?? 아 징그러워!!"
"지선이 담임이 몸이 안 좋아서 일부러 여기 시골로 온 거래. 근데 뱀이 몸에 좋다니까 영진이 엄마가 잡아다
준거래"
영진이는 수진이 오빠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 학교 바로 옆 선생님 사택에 갔을 때 마당에 뚜껑이 있는 아주 큰 고무 다라를 본 적이 있다.
그 고무통은 내 키보다 더 컸다. 뭐가 들었나 궁금하여 까치발을 들고 뚜껑을 열었다가 뱀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걸 보고 기절할뻔한 적이 있다.
'그랬구나. 그래서 수진이는 안 혼났구나.'
이제야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나도 안 혼날 방법을 찾았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지선이 왔냐? 마루에 간식 있으니까 먹어"
나는 일을 나가려는 엄마 앞을 급히 가로막고 섰다.
"엄마!! 엄마도 뱀 잡아와!!"
"뜬금없이 뭔 소리야? 뱀을 왜 잡아??"
"엄마 수진이 엄마는 뱀 잡아다 선생님 준데. 우리 선생님은 뱀 먹으면 건강해진다니까 엄마도 뱀 잡아서
우리 선생님 갖다 줘"
"허이고 참 별소리 다한다. 엄마 밭에 가야 하니까 헛소리 말고 가서 간식 먹어"
"맨날 나만 혼난다고!! 그니까 엄마도 뱀 잡아와!!"
나는 간절하게 말했지만 엄마는 내 얘기를 자세히 듣지도 않고 밭으로 향했다.
그런 엄마의 뒤통수에 소리를 질렀다.
"밭에 가지 말고 산으로 가!! 응??!!"
밭쪽으로 가는 엄마를 보니 엄마는 내가 혼나도 상관없나 보다.
"지선아 왜 밥 안 먹어? 배 안 고파?"
화가 나 저녁밥도 안 먹는다고 하자 엄마가 물었다.
"엄마도 뱀 잡아와~~ 제발~~!!"
"또 그 소리야?? 엄마가 어딜 가서 뭔 뱀을 잡아??!!"
"수진이 엄마는 하는데 엄마는 왜 못해? 똑같이 잘못해도 나만 혼나!! 오늘도 나만 혼났다고!!"
"지선아. 엄마는 그렇게 못해!! 니가 선생님한테 혼날 짓을 하지 마!!
그럼 너도 안 혼나고 엄마도 뱀 안 잡아도 되고. 그렇지?"
엄마는 내 밥그릇에 반찬을 얹어주며 또 나를 달래며 말했다.
"엉엉엉엉엉" 엄마 말이 맞지만 화가 나고 서러워 눈물이 나왔다.
우는 나를 지켜보던 엄마는
"이 써글놈의 여편네는 뭔 염병한다고 뱀을 잡고 지랄인가 모르겄네!!
뭐단다고 선생한테 뱀을 주고 지랄이여!! 할 일이 그렇게도 없다냐!! 에이 진짜"
라며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다.
엄마가 나보다 더 화가 난 것 같다... 더 하다간 나도 욕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조용히 밥이나 먹어야지...그래도...엉엉엉엉엉엉 뱀 . . .
그 후로도 수진 엄마는 한동안 선생님의 몸보신을 위해 애를 썼고 덕분에 수진이는 좀 더 편한 학교생활을
했다. 스승의 날, 혹시나를 기대했던 나에게 엄마는 수건 3종 세트를 건네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엄마를 보며 더 이상 뱀 투정을 할 수 없었다...
엄마... 선생님이 수건 고맙다고 했어... 근데... 아직도 수진이는 나보다 이쁨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