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훈계에 경찰이 찿아왔다
아이들 훈육에 관련하여 미국과 우리나라 어디가 더 엄하게 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마 당연히 우리나라가 더 엄하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없어진 '부모의 자녀 징계권'(훈육권)도 아직도 미국 50개 주에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훈계가 잘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식 훈육으로 동네 사람들 보는 앞에서도 강하게 모욕을 주며 꾸짖어도
그 집안 아이들 교육 잘 시키고 있구먼
아이들이 잘 커가겠어
넓은 아량으로 십시일반 웃어넘기던 때가 엊그제다. 하지만 지금은 아동인권이다 하여 아동학대 고소고발건도 많고 설령 신체 폭력이 없다 하더라도 고함과 욕설만 이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한다. 삭막하다고 봐야 하는지 시대감이 늦었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스웨덴의 경우 1979년 세게 최초 아동학대 금지법안이 발효되었고 모든 형태의 체벌이 금지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1년 법적으로 부모의 자녀 징계권이 삭제되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은 아직 전 50개 주에서 부모의 훈육권이 인정되며 적당하고 적절한 훈육은 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자녀 징계권을 없애자고 많은 단체들이 주장하나 부모들의 반발과 항의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성년자 돌봄에 대해서는 가혹하다. 절대로 혼자 놔두어서는 안 된다. 당장 경찰이 달려올 것이다.
이런 미국에서 기러기 가족인 우리 아이들과 엄마가 한국식 교육으로 이끌어 공부해 나갈려니 얼마나 많은 갈등과 훈계가 있었겠는가 훈계란 본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으로 자신은 행하지 못하면서 훈계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자신이 직접 행하면서 훈계하는 것만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매우 철저하고 적극적이며 자기 관리에도 엄한 바른이의 생활을 하고 있기에 그녀의 훈계에는 늘 설득력이 담겨 있어 회피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사춘기의 아들은 그 나이 또래들과 같이 매사 불만에 즉흥적인 행동들을 많이 하면서 한 집에서 살고 있으니 서로 많이 부딪힐 것이다. 더욱이 한국식 엄마의 교육 속에서 이질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니 둘의 갈등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기러기 가족이라는 비난과 주변 눈치까지 보며 미국 유학을 왔으니 성공적인 모습으로 마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엄마를 더욱 열심히 다그치고 노력하게 하였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도 한국식으로 공부시키는 극성 교육열을 가진 한국인들과 소통을 하며 서로 학습정보를 공유하며 악착같이 아이들을 끌고 다녔다. 한 학기가 지나면서 늘 불만과 반항에 대화를 거부하는 사춘기 아들을 설득하느라 지쳐있을 무렵 교회 지인들의 조언으로 스트레스도 해소해 줄 겸 아들이 원하던 방과 후 축구부에 들게 하여 주 3일 실컷 뛰며 즐기게 하였더니 많이 안정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난 친구들은 우리의 고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차를 가지고 다녔다. 가끔 그들의 차를 타고 만나며 그 아이들과 어울리며 다니더니 급기야 엄마 차를 새벽에 몰래 가지고 나가기도 하여 맘을 졸이는 일이 벌어졌다.
얼마나 가슴이 철렁한가
한국에 있던 나조차 놀라 일을 못할 지경이었는데 말이다.
새벽에 들어온 아들에게 바른이의 엄마는 참았던 한국식 훈계가 시작되며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의 폭발은 양쪽이 마찬가지였다. 집안이 시끄러워지자 신고정신이 투철한 미국의 옆집들이 그냥 넘어갈 일이 없다. 바로 신고를 한 모양이다. 덩치 큰 미국 경찰 두 명이 권총을 차고 집에 신발 신은 채로 들어오니 엄마와 아들 모두 혼비백산되었고 영어가 서툰 엄마보다 겁이난 아들이 자초지종 이런저런 사유로 엄마에게 훈계를 듣고 있는 중이라 하니 미국 경찰이 웃으며 그냥 갔다고 한다. 아이들의 훈계를 인정해 주는 것 인지 겁먹은 동양 사람이 안돼 보였는지 모르겠으나 총 들고 진입한 경찰 덕분에 그 후 아들과 엄마는 또 다른 갈등을 조심하여 지내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함께 미국식 상담교실에도 나가 엄마는 아들을 아들은 엄마를 존중하며 어울려 사는 법도 배워 착실하게 공부를 이어갔다.
인격과 자유를 외치는 미국에서의 아이들에 대한 훈계가 우리보다 아량이 많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가족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은 법보다 서로 타협해 나가는 것을 우선하는 전통이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해 보며 어려서부터 가족과의 대화가 별로 없이 지시와 통제에 익숙한 우리 교육과 어려서부터 같이 이야기하며 함께 풀어나가는 환경의 감정이 형성되어있는 미국에서 훈계의 가이드는 그들의 인격과 자존심을 무시하는 것과 같아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우리 기러기 가족도 그때 찾아온 경찰 덕분에 행복을 찾아 타협하는 다양함을 많이 배우고 경험했기에 지금은 서로 배려하며 어울려 사는 것을 가정에서부터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