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 만 잘하면 돼
한여름 비가 퍼붓는다 아니, 하늘에서 쏟아붓는다. 시원하면서 통쾌하고 겁도 난다.
아이들이 오늘 모두 미국으로 떠났다. 어젯밤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바탕 소동에 늘 그랬듯이 웃으며 떠난다. 해외생활에 별의 별일을 다 한 번씩 겪어본 지라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긴급 여권발급도 해보고 해외에서 짐이 안 와서 고생도 해보고 체크인 카운터 밑에서 가방도 풀어헤쳐 보기도 해 봤다. 삶이란 다 방도가 있는 것이니 체념이나 불안 싸움은 필요가 없다 웃다 보면 넘어간다.
공항 출국장에서는 나만의 습관이 있다.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전 셀카를 남기는 것이다 이제는 그 얼굴들이 변모해 가지만 오늘도 찍는다.
할아버지 구순생신에 맞춰 모두 들어왔다가 이제 제살길로 뿔뿔이 흩어져 간 것이다. 이젠 나만 잘하면 된다.
20대 후반 아들은 미군 생활하며 모은 돈과 정부 지원 loan을 포함하여 달라스에 타운하우스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분양받아 입주하였다. 대견하고 축하할 일이다. 딸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회사에서 data분석가로서 큰일을 도모하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올라온다.
이젠 우리만 잘하면 된다
아침까지 바닥에 널려서 바리바리 짐을 챙기면서 매번 출국 전 가방무게를 측정하며 맞추는 나의 습관은 처음 아내가 유학길에 오를 때의 비장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가방무게 23kg을 맞추는 것쯤은 쉽다. 설령 무게가 넘어가도 걱정을 안 한다. 작으며 중량감이 있는 것은 별도로 모아 놓고 부피가 크고 무게가 별로 안 나가는 것 위주로 이민가방에 넣고 사이사이 무계를 측정하며 채워 넣고는 기내 가방에 분산시키는 요령이다. 냉동물건은 별도 팩에 모아놓고는 출발 전에 넣을 시뮬레이션까지 마쳤다. 무계도 양손으로 들어보면 얼추 맞춰진다 물론 줄저울이 있어 정확하게 측정해 보지만 비슷하게 나온다. 가족유학을 시작한 이래 이제는 항공 짐 싸기 달인이 되었다 아직도 발권창구 앞에서 허둥지둥 짐을 풀고 옮기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처음 출발할 때가 생각나서 웃게 된다.
이제는 국내에서 아내와 둘이서 지내게 되었다 근 10여 년을 숨 가쁘게 반복한 일이 아내와 둘이 남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물론 영주권자인 아내는 영주권 포기와 유지의 갈등이 남아 있지만 점점 포기 쪽으로 더 기울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
이제는 나의 길을 가야 한다. 그래서 글쓰기도 다시 시작하고 책도 읽고 모임도 나가며 내가 이제는 가족들의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거꾸로 내가 이 나이에 유학을 가볼까 생각도 한다.
한바탕 소동에서 웃으며 끝난 어쩌다 가족유학은 위태했지만 시도해 볼만했다. 그래서 말한다.
학생이든 부모든 절대 혼자만의 방치된 유학은 힘들다. 국내외 가족이 모두 나서야 성공을 한다.
1편 어쩌다 나선 가족 유학의 현실을 먼저 이야기 했다.
2편에서는 가족유학의 감춰진 심리를
3편에서는 결과적 혜택의 나눔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예정입니다.
짐 싸기 >
꾹꾹
정성을 넣어
마지막 작크를 채우자
빠트린 게 눈에 띈다
벌써 여러 번
어미는
밤새 사랑의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