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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Feb 09. 2023

낮술의 핑계

나는 그 긍정의 이유를 찾았다

술이란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어서 마시면 취하는 음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예전부터 우리 집안의 어르신들은 술을 아주 잘 마셨다. 으례껏 함께 모이시면 술대접부터 해야만 한다. 그리고는 손님이 취할 때까지 대접해야 잘했구나 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으셨다. 그래서 만나면 술부터 찾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집안의 내성적인 문화에 쑥러움의 탈피를 위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보지만 어쨌든 그런 대접이 예의라고 생각들 하고 계셨으니까 내 주변에서 술은 늘 당연하게 보였다. 


그래도 굳이 집안이 술을 좋아한는 수만 가지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흥'이라고 말할 것 같다. 내성적 기운의 젊잖은 집안 사람들이 술기운을 빌려 즐겁고 신나게 시간을 보내자는 이유인 것 같은데 그런 환경에서  나도 일찍 술을 배웠고 흉을 몰랐기에 지금도 누가 만나자고 하면 으레 술 한잔 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반면 아내는 술을 잘 못한다. 알코올의 분해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집안의 유전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집안의 술 문화를 이해를 하지 못하여 젊어서부터 아내에게 술에 대해 꾸지람과 흉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술 하면 핑곗거리가 먼저 떠오른다. 이해를 해줄 리 없는 아내에게 설득하겠다는 핑곗거리를 지금도 찾고 있으니 말이다.


술은 학술 적으로 남자는 기분이 좋을 때, 여자는 기분이 안 좋을 때 마실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주로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과 친밀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 잠을 잘 자기 위해  마신다고들 한다. 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할 말이 있어서,

식사를 하자고 하니까,

반가우니까 즐거워서,

업무상 어쩔 수 없어서,

등등의 변변치 않은 이유가 내가 술을 마시려고 할 때 흔하게 드는 같잖은 핑게다. 그냥 마시고 싶은 거다.


이렇게 태생적으로, 환경적으로, 감성적으로, 술을 좋아하던 내가 지금은 잘 안 마신다. 왜냐하면 낮술을 선호하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술의 다른 긍정의 의미를 좀 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낮에 마시는 술은 많이 마시지도 않지만 점점 익숙하다 보니 씩씩하게 마시며 당당해지니까 우쭐하여 잘 취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낮술을 찾게 된 것은 내가 매일 꼭 지키려는 새벽운동의 생활 루틴에 집중하여 늦은 시간 술 마시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리고 절대로 2, 3차는 없다. 이런 생활의 철칙이 습관화가 되면서 회사 일이나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있으면 오후에 만난다. 커피를 마시거나 기분이 동하면 자연스레 낮술을 한잔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낮술이 친근해지며 그 마시는 의미가 분명 해져갔다.


낮술에는 통쾌함과, 자유, 그리고 선을 넘어선 저편이 보인다. 우쭐거리고 싶은 쫄보의 마음이 술잔에 담겨 괜히 씩씩해지며 절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다. 이젠 핑계도 필요 없다. 저녁 전에는 집에 들어가니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된다.


어둑어둑 한밤에 지저분한 소리에 묻혀 술이 술을 마시는 의무감에서 나중 술 깨고 나면 후회와 패배감이 몰려왔었다. 하지만 대낮에 대놓고 마시는 뻔뻔한 긍정의 낮술에는 한여름 태양의 이글거리는 정열을 가득 배어 나온다. 그 든든한 용기와 배짱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하나 가득 담겨와 텅텅 빈 홀을 호령하고 있다. 이런 통쾌함이 있었구나.


<낮술 한잔을 권하다> 

                  - 박상천


낮술에는 밤술에는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중략-


그래서 그것을 찾았다. 

오늘은 좋은 분들과 낮술 한잔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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