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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Mar 01. 2023

쓸데없는 참견

커피가 소화제 인가

문득 커피 향기가 참 좋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은은하게 퍼지는 고급진 토스트 향과 같은 내음. 그럴 땐 무작정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 진다. 그렇다고 나는 커피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 겨우 하루 한두 잔 정도 마신다. 그것도 가만히 보면 무의식 속에서 의무처럼 마시는 것 같다. 아침 업무 시작 전에 한잔 그리고 점심 식사 후 한잔 정도다. 커피를 좀 더 진지하게 품격으로 마실수는 없겠는가


커피를 예찬하는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또 일상의 소확행으로 마신다고 한다. 좀 특별하게는 집중력을 올리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마시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이 11시 30분이다. 이른 점심을 먹고 창가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보면 이제야 옆 공장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우리 같은 산업단지에서는 공장이나 사무실의 점심시간이 서로 겹치면 복잡하니까 알아서 피해 점심시간을 책정한다. 특히 옆 공장은 젊은 사원들이 많은 공장이라 그런지 식당까지 운행해 주는 미니버스를 왕복한다. 길게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화도 없이 묵묵히 휴대폰만 쳐다보며 로봇처럼 똑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어 한참 내려다보고 있으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또 그들을 태우러 오는 버스에서는 똑같은 한 무리의 사원들이 쏟아져 내리는데 이번에는 핸드폰 대신 한 손에 커피를 한잔씩 들고서 내린다. 마치 어디서 단체로 받아온 듯한 파란 받침에 빨대를 꽂은 커피를 들고 일렬로 내리는 모습을 한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면 문득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오른다. 무엇에 이끌려 가듯 아무 생각 없이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장난감 인형처럼 하나씩 톡톡 튀어나오는 모습에서 오히려 빈손으로 내리는 사람은 뭔가 잘못된 불량품처럼 보인다. 재미있다.


식사 후 커피는 왜 마시는 걸까? 똑똑한 Chat GPT에 물어봤다.

1. 소화를 돕기 위해: 커피는 카페인과 적당한 양의 산을 함유하고 있어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습니다. 식사 후에는 소화를 돕기 위해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입맛 개선을 위해: 식사 후 입맛이 상쾌하지 않을 때 커피의 향기와 맛이 입맛을 돋웁니다. 특히 식사 후 달콤한 디저트를 먹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3. 효능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일부 사람들은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것이 체중 감량이나 다이어트 효과, 혈당 관리 등에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 미약합니다.


이렇게 대답을 해주는데 설마 사람들이 식사 후에 이런 목적을 알고 처방식으로 마시겠는가 아니다 나는 습관이라 본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이끌리듯 식사 후 루틴이 생긴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나도 커피 한잔 마시고 있다.


무의식의 습관들

무의식에 지배당하는 예는 많다 그중 대표적인 예로 언어가 있다고 한다. 어느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거기에 따른 생각과 가치와 태도가 조정된다. 한번 생각해 보라 영어를 쓸 때는 손짓 몸짓이 커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일본어를 쓰면 자꾸 고개가 숙여지며 미안해하는 것 같지 않은가 또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가 무의식을 지배하는 예도 있어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있다. 거꾸로 무의식을 이용하는 좋은 예도 있어 성취를 위한 자기 계발에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습관들은 나의 행동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만일 식사 후 커피를 안 마시면 체한다 든 지 뭔가 허전 함에 멍해진다든지와 같은 최면의 현상이 생기는 것도 무의식의 습관 일 수 있다. 


지금 미니버스에서 내리는 사원들처럼 식사 후 끼리끼리 커피컵을 들고 걸으면서 마시는 커피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혀 가고 있으며 이런 여유스러운 휴식의 모습은 세련되게 보이며 아주 좋다.

 

하지만 마시고 싶은 욕구만큼은 

무의식 속에서 나도 모르게 선택되어 의무감에 복용되는 커피가 아니라 내가 컨트롤하고 원하는 기호식품으로서 충분한 목적과 이해를 가지고 품격으로 마시는 커피가 되자고 나에게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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