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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Kim Aug 12. 2020

9. 코로나와 싸우게 된 암 환자

암환자의 응급상황 속에서 맞닥뜨린 코로나 바이러스


김 OO 님, 코로나 19 상기도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추후 발열,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경우 1339 또는 지역 보건소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기적도 잠시였다. 신기루처럼.

1차 항암치료 후 몇 주간 기적이 일어난 듯 기력을 회복하는 것 같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점점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어져 화장실에서 소변통으로, 소변통에서 기저귀로 바뀌게 되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2차 항암치료를 이틀 앞두고 있던 밤, 아버지의 온몸이 화상을 입은 듯 시뻘게지면서 뜨거워졌고 겨드랑이와 턱 아래에 종양은 눈에 띌 정도로 빨갛게 부어올라 딱딱해졌다. 집에 있는 체온계를 급히 꺼내 열을 재보니 38도에서 39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고열의 응급 상황이었다.


화들짝 놀라 병원을 빨리 가봐야 될 것 같다고 보채는 우리에게 아버지는

"괜찮다고,  이렇게 호들갑이야. 병원  가도 괜찮다고!지랄들 하고 있어.”라며 소리쳤다. 감정 기복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는 느꼈었지만  날은 마치 참아왔던 감정 벽이 와르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었다.  상태가 본인도 느끼기에도 좋지 않다는 증거였겠지.


아이를 달래듯이 달래도 보고 소리치며 화도 내 보고 하루를 꼬박 설득한 끝에 누나와 매형의 도움을 받아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활개 치는 시국에 응급환자라도 고열이 있으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와야만 입원할 수 있단다. 그렇게 아버지는 갑작스레 1인 격리 병동에서 코로나 검사가 음성 판정이 날 때까지 외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그 날 새벽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내 마음을 무너뜨렸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 나 안 해! 안 한다고!"

뉴스에서만 봤던 1인 음압병실에 누워 차가운 의료장비 속에서 정신을 겨우 차린 아버지가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공포심? 자신이 버려진 것 같다는 기분?


다행히 이틀이 채 안되어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제야 일반 병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고 보호자 면회도 간헐적으로 허락되었다.

"폐에 물이 많이 찼습니다. 염증 수치도 높은 상태고요."


이렇게 2차 항암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그의 몸은 기적을 주었던 독한 약물들을 강하게 거부하며 밀쳐내고 있었다.

항암치료 1차부터도 이렇게 힘들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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