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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Jun 04. 2024

결혼식에 그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달리는 세 번째 이유 

요란하게 달리기 하겠다고 공표해 놓고, 나는 이제 3일간 달렸다. 그런데 고작 3일 달려놓고서 나는 수시로 내 배를 만져본다. 조금 말랑해졌나? 아무래도 접히는 살이 좀 얇아진 것도 같다! 3일 뛴 자 치고는 염치없이도 나는 내 배둘레의 변화를 어서 촉구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내가 달리게 된 세 번째 이유는 작아진 내 옷을 다시 입고 싶어서다. 정정한다. 옷은 작아지지 않았고, 내가 두꺼워진 거다. 옷에는 죄가 없음을 사죄한다. 내 옷들이 작년 어느 순간부터 허리가 안 맞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고무줄옷 바지를 입어서 티도 안 났는데 봄이 넘어가니 정말로 입을 바지가 없다. 


얼마 전 오래간만에 대형몰에 들를 시간이 나서, 이때다 싶어서 이번 여름에 입을 바지를 몇 개 골라 들어 피팅룸으로 갔다. 내가 쇼핑을 안 하는 동안 도대체 몇 번의 유행이 돌았는지, 바지가 죄다 하이웨이스트에 통바지 형태로 변해있었다. 가뜩이나 뱃가죽이 두꺼워진 내가 그걸 입어보니 가관이다. 그냥 영해 보이려 애쓰는 아줌마 그 자체 같다. 그래도 더 이상 쇼핑하려니 세상 귀찮기도 하고, 바지는 죄가 없기에, 나는 다른 옷 찾아들기도 힘들어서 그냥 그걸 샀다. 


요즘 그 바지를 입는데, 하이웨이스트 바지는 배를 강조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생리 기간 때의 두툼한 배처럼 볼록한 내 배가 몹시 두드러진다. 젊은이들이 입으면 이쁘고 스타일리시하던데, 나는 배에 힘 빡줘도 여전히 핏이 안 산다. 패션의 완성은 몸매인걸 내가 왜 모르겠나. 세상에 리즈시절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냥 살다 보니 어느덧 이렇게 되었을 뿐. 그래도 오래간만에 자극이 왔으니, 오래간만에 인바디도 측정해 보고 현재의 전신사진도 비포가 되길 바라며 한번 찍어두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40분을 달렸다. 바깥바람이 선선한 저녁에 달려도 적당한 땀이 날 정도의 운동량이다. 이거 말고 근력 운동도 해야 하고, 음식도 조절해야 하고 정석대로 하려면 얹을 게 많겠지. 하지만 그러다가 내가 두 손두발 들며 바로 포기할 것 같아서, 일단 지금은 몸뚱이를 스스로 내몰아서 40분을 놀리는 것 만으로 이미 족하다. (이렇게 나에게 관대해서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 허허..)  새로 시작한 유산소 운동 달리기 행위가 정말 살이 빠지는데 도움이 되는지 실로 궁금하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나는 조만간 참석할 결혼식이 있다. 


결혼식날 과연 나는 작아진 옷을 여유 있게 입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체형을 바꾸는데 효율적인 수많은 운동들 속에서 나는 굉장히 클래식한 달리기 행위를 택했다. 뛰는 것만으로도 배둘레햄이 사전 두께에서 잡지 두께로 얇아지는지, 또 내 정장 바지를 그날 편하게 입고 뷔페를 맘껏 먹을 수 있을지 한번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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