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중학교 입학 통지서

by 말자까

아들이 중학교 지원 원서를 쓸 시기가 와서, 오늘은 학교에서 주최하는 설명회에 다녀왔다. 2차 설명회였고 애매한 저녁시간에 누가 올까 싶었는데, 세상에나 강당이 제법 찬걸 보면 다들 나처럼 걱정반 궁금증 반인 초보 부모가 많다는 걸 실감했다. 그냥 동네 중학교를 쉽게 배정받아서 갈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는 소식을 듣고 왠지 모를 찜찜함에 오늘 시간을 내서 참석해 보았는데, 역시나 듣고 보니 정신이 번쩍 차려질만큼 쉽게 생각할 원서가 아니었다. 어떤 분은 형광펜까지 쳐가며 열심히 메모를 하셨다.


기억에 남는건 선생님의 한마디.

'지금까지는 무조건 다 되는 것만 하며 자라왔겠지만, 이제부터는 떨어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혹여나 떨어지더라도, 부모가 의연해야지 자녀가 잘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 때 부모까지 흔들리면 아이는 더 무너집니다.'


앗. 생각지도 않던 펀치를 맞는 기분이 들었다. 먼 미래에 듣겠거니 했던 그런 말이 벌써 훅 다가올 줄이야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인가. 그렇다. 사실 지금까지는 시험도 없고 경쟁도 없었지만 이제는 지원하고 탈락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아들이 하고 싶었던 활동도 운좋게 붙어서 다 해보기만 했지만, 하지만 이제는 중학교 배정을 선두로 그 다음에 고입, 대입, 입대, 취업 등등 이제는 어디를 가든 좁은 문을 각고의 노력 끝에 열어야만 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타는 일만 남아있다.


지금까지 내 품에서 살던 아이가 이제 성인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음이 실감난다. 사실 얼마전부터 목소리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순간순간의 예민함 수치가 나오는 것도 알았고, 작년과 또 다른 여러가지 관계적 변화가 있는 것도 알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것은 꽤나 정직한 성장의 신호였고 나는 그냥 무조건 원래 그런거겠거니 하고 긍정하며 다소 둔했던 듯 하다. 계절이 변화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처럼, 나는 이제는 미리 겨울 옷도 좀 찾아 놓아야 한겨울에 반팔 입고 동동거리지 않고 그 다음의 강펀치에 대비할 수 있을 것도 같다. 6년이나 되었던 초등학교 생활을 마치기 2개월 전쯤 되는 이 시점, 첫아이의 성장의 큰 계단이 한번 올라감을 이제야 부모로서 자각이 드는 쌀쌀한 가을 저녁, 나는 주위 중학교 사이트를 뒤적거려보며 원서를 어떻게 써야 하나 머리를 굴려보며 무언가 다른 문을 열고 다른 세상에 간 듯 아직은 어설프지만 마음 깃을 미리 여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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