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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 Jun 04. 2021

짬짬이 운동은 할 수 있는 사람

홈트, 홈요가 추천!

워낙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는 아기를 안고 업고 돌아다녔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끝나고 출근을 했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끼니를 제때 먹어서인지 군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보니 운동하지 않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같은 부서 언니를 따라 운동을 등록했다. 운동을 다이어트와 상관없이 왜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내내 힘주고 살았던 몸의 부위에서 힘을 뺄 수 있게 해 주고, 한 번도 써보지 못한 근육을 구석구석 쓰게 되는 일이었다.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던 임신, 출산, 육아 기간동안의 고통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잠이 잘 오고, 몸이 덜 쑤시고, 술이 당기지 않는 것이었다.


 꾸준히 운동을 등록했다. 스피닝, 줌바댄스, 트램펄린, 그룹PT, 플라잉요가, 필라테스. 그때그때 유행과 강사님 외모에 따라 그냥 그 언니 따라 등록했다. 할인 이벤트 때문에 3개월을 등록하기도 하고, 6개월을 등록하기도 했다. 새벽 타임에는 아이가 늘 깨어 있어서 운동하러 못 갔다. 저녁에 최선을 다해 아이를 일찍 재운 날이라고 해도 남편이 일찍 귀가해야만 갈 수 있었다. 그나마도 야근하는 날과 회식하는 날을 빼고 나면 몇 번 가지 못했다. 안 그래도 몸치인데 겨우 따라 할 만하면 못 가고, 살 빠질만하면 못 가니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구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은 매일 운동 가는 사람이었고, 우주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은 같은 레슨비 내고 하루에 두 타임 가는 엄마들이었다. 그때부터 몇 년간 나의 꿈은 <휴직하면 매일 운동 가기>라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다. 천 번 말하면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휴직 내내 코로나로 인해 가정 보육을 하였으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코로나 위험을 감수하며 운동을 등록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


 등산을 다니고 공원을 달렸지만 아이 속도에 맞추다 보니 운동이 되지 않았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온 동네를 걸어 다녔다. 술집과 맛집이 가득한 우리 동네를 레깅스를 입고 걷자니 쓸쓸했다. 장마가 길어지자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땀이 나서 뿌듯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유튜브를 보며 홈트를 하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해 보다가 지금은 요가를 제일 많이 한다.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바 아사나 송장자세’ 때문이다. 수련 맨 마지막에 하는 몸을 쉬게 해 주는 자세이다. 전신의 긴장을 풀고 두 다리와 양 팔을 벌리고 편히 누워 2분에서 5분 정도 쉰다. 하루 종일 하고 싶은 자세이다.


근육통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언니!


 운동방은커녕 내 방도 따로 없다. 그냥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아놓았다. 사실은 귀찮아서 바로바로 못 치운다.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은 후부터는 ‘좋은 습관을 위한 환경 설정’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몸이 아플 때, 잠이 올 때, 친구한테 서운할 때, 아이에게 잔소리하기 싫을 때, 엄마 생각에 답답할 때, 복직이 두려울 때, 배 나온 것 같을 때마다 매트 위로 올라갔다. 보통은 10분, 20분 짧은 영상만 골라서 하고 가끔은 60분 긴 영상을 선택한다. 뻣뻣한 몸에 요가원처럼 전신거울도 없다 보니 강사님 자세를 100분에 1도 따라 하지 못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되는 것이 요가이다. 수련 중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그 말 하나는 정말 잘 듣고 있다.


 밤에는 내가 없으면 바로 잠에서 깨는 아이 옆에서 불을 끄고 요가를 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할 때는 뚜두둑 뚝뚝 뼈 소리가 나는데 묘하게 기분이 좋다. 출산과 야근으로 뒤틀린 척추가 맞춰지고 있다는 비과학적인 생각이 든다. 파워요가를 한 다음 날의 통증은 맘에 드는 근육통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비싼 레슨비 내고 등록한 요가원을 몇 년을 다녀도 외우지 못했던 빈야사 요가 동작을 외우게 되었다. 동작을 기억하게 되자, 옆에서 아이가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에 강사님 설명이 묻혀버려도 화가 나지 않는다. 내 생에 할 수 없다 생각한 ‘아치자세’를 성공할 뻔했을 때는 아이와 함께 손뼉을 쳤다. 코어 힘이 세진 건지 팔 힘이 세진 건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몸이 달라지고 있다. 요가에 정착하기 전 외롭게 걷고 오르던 시간들도 지금 내 몸이 되는 데에 한몫해 주었겠지?


 

방구석 홈요가샘께 감사를!


일을 쉬고 있기도 하고 출산한 지 오래 되어 그냥 때가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체력에 여유가 생겼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 중 하나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 직장에 복귀하고 다시 일상이 내 삶을 갉아먹어도 운동은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결심하고 약속하고 인증하며 난리를 떨어도 안 되는 것들을 제끼고 운동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될 것 같은 이 상황.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 운동하는 사람들을 흉내 낸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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