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혼자 밥을 먹고 식당을 나섰다.
이 곳은 완연한 가을로 넘어가려는 듯 며칠째 비가 내린다.
어둑한 밤 쏟아져내리는 가랑비는 우산을 쓰기엔 애매하고 쓰지 않기엔 내 몸을 적셔버린다. 이런 비는 가끔 비가 내리는 지 아닌 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달리는 차들의 조명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빗줄기가 선명히 보인다. 접어두려던 우산을 펼치고 뚜벅뚜벅 집으로 향한다.
나는 내가 혼자서도 나름의 빛을 낼 수 있는 존재이길 바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어두운 밤의 보이지 않는 비처럼 가끔은 열심히 내리고 있는 것 같은 데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불안할 때. 허무할 때. 외로울 때.
무심코 내 곁에 있어 줄
나를 선명하게 해 줄
무엇인지 모를 어떤 존재를 그리워하는 듯 하다.
2019/10/18 f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