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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시장을 쪼개라, 최고가 되라

하우투 스몰 브랜딩 - 4. 브랜드 전략

예전이 연남동 골목은 지금과 달랐다. 약 7년 전 그날, 히레 카레에서 저녁을 먹고 카페 이상에 핸드 드립을 마셨다. 피노키오라는 독립 서점에서는 그림책을 읽었다. 하지만 연남동이 갑자기 유명세를 타면서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커피 리브레' 뿐이다. 커피와 빵으로 유명한 '프릳츠'도 그 뿌리를 살펴 보면 커피 리브레 출신이 많다. 스페셜티 커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커피 품질에 관한 한 로스터리 대회 수상자 출신인 이 브랜드의 대표가 양보를 불허하기 대문이다.


이 시대에 장인 정신으로 성공을 기대하기란 위험한 선택이다. 지금 일본은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한 오래된 초밥집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고작 6개월간 초밥 쥐기를 배운 초보가 십 수년간 도제 생활을 해온 장인을 블라인드 테스트로 이겼다. 일본의 초밥집은 이제 최고가 아니면 최저가를 지향하는 집만 살아남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최고를 지향하는 이 전략이 수명을 다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최고, 장인, 수제와 같은 키워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제조사 드비어스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경쟁사들에 의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이제까지 없었던 다이아몬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었다. 이전에 없던 등급을 만들어 자신들의 제품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 두었다. 품질에 관한 자신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놀랍도록 빠르게 적응했다. 드비어스는 다시 한 번 예전의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제품의 기준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 성공한 브랜드가 한국에도 있다. 바로 도축 후 4일이 지나지 않은 고기만 파는 '정육각'이란 브랜드다. 유학을 앞둔 한 청년이 있었다. 돼지고기를 너무나 즐겨 먹었던 그는 사후 수축이 진행되지 않은 생고기의 맛에 눈을 떠 유학을 포기하고 창업을 했다. 그리고 '초신선'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맛있는 고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기존 업자들의 수없이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이 회사는 여전히 순항 중이다. 그들은 신선한 고기, 맛있는 고기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고 소비자들은 호응했다. 마치 다이아몬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드비어스처럼 말이다.



잘하는 것은 더욱 잘하는 것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진공 청소기를 만드는 다이슨은 5,127이란 숫자로 유명하다.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5000번 이상의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신화같은 스토리는 그 어떤 광고나 홍보보다도 더 강력했다. 그들의 품질에 대한 의심이 신문 지상에 소개되곤 하지만 그들의 브랜드 파워는 아직도 건재하다. 이제 그들은 여성들의 필수품인 헤어드라이어를 만든다. 기존의 청소기 못지 않게 비싼 가격이지만 사람들은 열광한다.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의 힘이 발휘하는 위력이다.


이러한 전문화 전략의 핵심은 쪼개기다. 나는 대기업과도 함께 일하지만 컨셉을 '스몰 브랜드'로 잡았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작은 기업들이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에 눈 뜨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 어떤 전문 용어도 쓰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의 필요성을 알아주길 바랬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주식 회사인 일본의 곤고구미는 오직 절을 수리하는 일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 역사는 700년 이상을 헤아린다. 그리고 그들은 백제의 후손이기도 하다. 시장을 바꿀 수 없다면 나의 전문성을 쪼개면 된다. 그 쪼갠 시장에서 최고가 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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