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회사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점심'이었다. 매일 매일 '누구랑' 먹을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일이 일 만큼이나 힘들었었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어쩌면 기대됐을 점심이 내겐 부담이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이제 혼자 점심 먹는 일이 일상이 된 지금이 나는 행복하다. 하지만 그 이유가 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보진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되물어 본다. 나는 어떤 연유로 이렇게 '혼밥'을 갈구하게 되었을까? 행동과 행동 사이에 사유가 필요한 사람, 사색을 즐기는 사람,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 별의별 생각을 다해보지만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다.
나라고 사람을 싫어할리가, 그들과의 수다를 힘들어할리가,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음을 모를리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그 동네의 술 마시는 패거리들을 그리 부러워했을리 없다. 맨 처음으로 그 무리 속에 끼어 집으로 가던, 그리고 '감사하다'고 처음으로 인사를 했던 이지안의 마음에 흔들렸을리 없다.
'함께'를 강요하던 이 사회의 시스템도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혼밥을 장려하는 차갑고 외로운 사회는 더 싫다. 인간이 인간됨은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걸 뒤늦게 깨닫게 된 나는 성장이 더딘 것이다. 사회회가 지연된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누구랑 밥을 먹을지 고민한다. 오늘 점심은 누구와, 그 누구는 어디에... 좋은 책을 읽으며 마구 마구 질문을 해대는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