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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스몰 스텝을 말하다 (1)

다시, 스몰 스텝 - 우리들의 이야기 (1)

스몰 스텝을 실천하는 세 사람이 '다시, 스몰 스텝'이란 제목으로 함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이들의 진솔한 대화를 기록한 것입니다. 스몰 스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며, 나아가 삶의 작은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수정


최근에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누구든지 더 잘 되기를 바라고 더 행복하기를 원하잖아요.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를 보면 생리적인 욕구에서부터 시작해서 맨 위에는 자아 실현의 욕구가 있죠. 그런데 이 책은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선 자기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더라구요.


박요철


정체성을 바꾼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문수정


예를 들자면 책을 많이 읽고 싶을 때는 ‘나는 다독가이다’라고 일종의 정체성 선언을 하는 거죠. 이러면 뇌도 함께 준비가 된다는 거에요. 손에 망치를 들면 못질을 할 준비가 되는 것처럼 그 방향으로 최적화된 행동이 가능하다는 거죠.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행동을 하면 그 반복된 행동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결국 정체성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거에요. 그런데 스몰 스텝은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기에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라는 거에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습관을 바꾸는게 가장 중요한데 그 습관이 결국 스몰 스텝이라는 거죠. 아주 작은 행동을 바꿨을 때 내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을 했어요. 그 덕분에 스몰 스텝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됐죠. 한 마디로 스몰 스텝은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인간은 작은 성공을 할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요. 이런 도파민이 더 큰 목표를 세우게 하고, 삶의 활력을 느끼게 하죠. 그 결과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되고요.


박요철


세엽님은 어떠신가요?


김세엽


아침에 운동하기나 저녁에 수영하기 등은 제가 이전에도 하고 있던 것들이에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안하게 되다가 다른 습관으로 또 다른 습관으로 넘어가곤 했었어요. 그런데 ‘스몰 스텝’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굉장히 성찰을 좋아하시고 생활 속 작은 기쁨을 되게 좋아하신다는 걸 보고 저랑 되게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작가님은 그걸 스몰 스텝이라고 명명을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꾸준한 실천을 통해서 그걸 계속 확장해나가는 거죠.


그런데 제겐 독서도, 수영도, 운동도, 식단조차도 그냥 습관적으로 했을 뿐이에요. 굳이 그걸 스몰 스텝이라고 부르진 않았거든요. 스몰 스텝이 습관과 다른 점은 확실하게 주기가 있고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거에요. 물론 제게도 아주 작은 루틴들이 있고 그것들이 저의 정체성일 수도 있죠. 나도 내 방식대로 살아가거나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있는데 그냥 흐지부지 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스몰 스텝은 이런 작은 실천들에 의미를 부여해주었어요.


우울감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때 가장 먼저 내리는 의사들의 처방이 루틴을 지키라는 거라고 들었어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갖게 되는 거죠. 스몰 스텝도 비슷해요. 이전에는 연체 동물이었다가 갑자기 척추가 생긴 기분이었어요. 나는 이렇게 나답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었구나, 이런 긍정적인 자극을 주니까 이전보다 즐거움이 많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스몰 스텝을 실천하면서 더 행복해지고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박요철


제가 스몰 스텝을 쓴 이유는 단순한 습관 만들기가 아니었어요. 직업이 브랜드 전문가다 보니 나를 브랜딩하기 위해 뭘 해야 하지? 그런 질문이 들어온 거에요. 물론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은 많았어요. 그런데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를 안해주더라고요. 저는 브랜드를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더하는 과정이라고 말해왔어요. 그 가치라 함은 쓸모 이상의 욕구를 채운다는 의미이고요. 그렇다면 내가 나를 브랜딩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도 선명해지죠. 나 자신의 욕구를 알아야 한다는 거에요. 내가 어떨 때 힘을 얻고 빼앗기는지, 어떨 때 일상에서 삶의 활기를 느끼는지, 내가 일상에서 어떻게 삶의 활기를 찾는지, 그걸 먼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제가 어릴 때 친구들이 대통령이나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그건 우리의 욕구가 아니라 가족이나 학교, 사회의 욕구였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다워지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그 출발점은 나의 욕구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문제는 그 욕구가 각자 다 다르다는 거죠. 베프인 친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시속 300km로 달리거나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바다를 수영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반대로 저는 토요일 밤에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넷플릭스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이렇든 나를 안다는 것, 즉 나만의 정체성을 발견하려면 나의 숨은 욕구에 대한 이해와 발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내 삶의 어떤 동력, 내적 자원을 알게 되는 거죠.


저는 일상 생활에서도, 직업에서도, 대인관계에서도 이런 나다움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자존감도 높아요. 그런데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게 뭔지 아세요? 바로 작은 성공이에요. 이런 작은 성공이 그 사람의 욕구를 채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에요. 내 배가 불러야 비로소 타인의 배고픔도 보이는게 인간이에요. 내 배가 고픈데 타인의 배고픔을 해결해주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사람은 세상의 어떤 문제나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나다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은 외부 환경이나 타인들의 의견에 굉장히 쉽게 휘둘리더라고요.

제가 직장 생활 15년을 하면서 가장 크게 경험했던게 그거에요. 회사 대표를 만족시키고 매출을 올려야 하니까, 소비자를 만족시키는데 열중하다보니 나를 잃어버리더라고요. 그런데 스몰 스텝을 통해서 나의 욕구가 해소되니까, 즉 행복해지니까 새로운 에너지가 조금씩 차오르더군요. 그래서 두 분에겐 그런 내적 자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떨 때 가장 큰 만족이나 충족감을 느끼시나요?


김세엽


저는 타인과 소통하는 가운데 가장 큰 기쁨이나 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될 때, 책에서 나와 똑같은 생각이 담긴 문장을 발견했을 때 엄청나게 반가워요. 일종의 통했다는 느낌을 받는달까요.

박요철


그렇다면 이제 세엽님이 고민할 문제는 세상과 어떻게 잘 소통할까, 그런게 되겠네요. 사실 제게도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가치거든요. 그래서 버스 운전 기사분께 인사하기, 하루 한 번 친구들과 단톡방으로 소통하기, 한 달에 한 번 부모님께 전화 드리기 등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에요. 한 번은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이런 걸 실천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 소통이란 것도 무척 다양한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회식 자리에서 웃고 떠들고 마시면서 일종의 소통을 경험해요. 하지만 저는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만날 때 진짜 소통한 기분이 들거든요. 강의든 토론이든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할 때 그런 만족감이 들어요. 이렇듯 소통이란 하나의 키워드도 받아들이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문 대표님에게도 그런 키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수정


저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때 저의 욕구가 가장 잘 채워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똑같은 키워드지만 의미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같은 인정이라도 지금은 저의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열심히 일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때의 성취감이 정말 중요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가족들에게도 직원들에게도 지인들에게도 좋은 영감과 영향을 주고 싶어요.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은 이유 때문에 계속 뭔가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공저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김세엽


갑자기 ‘영향력’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박요철


그러네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수정님은 책을 쓰거나 강연을 통해서 영향력을 끼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주 대단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사소한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정님의 욕구가 충족될 수 있을 테니까요.


문수정


요즘 리추얼이 트렌드잖아요. 그런데 리추얼은 스몰 스텝과 약간 달라요. 일찍 일어나고, 1일 1식을 하고, 밀가루를 먹으면 안된다부터 시작해서 성공자들의 리추얼이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어떤 리추얼은 나를 갉아먹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스몰 스텝은 내가 하기 싫은 건 일단 제외하라고 하잖아요. 억지로 하는 건 스몰 스텝의 취지와 어긋나니까요.


박요철


리추얼, 루틴, 이런 것들은 뭐랄까, 내 것이 아닌 남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공한 부자들의 습관을 배우고 따라한다고 해서 과연 내가 부자가 될까? 그런 점에선 좀 갸우뚱하게 되거든요. 한때 유행했던 일만 시간의 법칙도 말이 많잖아요. 목적이나 의미 없이 무조건 시간만 채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문수정


또 한 가지, 리추얼은 경쟁을 불러요. 너는 7가지 했으니 나는 10가지 하겠다, 이런 식인 거죠. 하지만 스몰 스텝은 이러지 않아도 되요. 어차피 사람마다 채우고 싶은 욕구가 다 다르니까요. 물론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저것 해보다가 내 몸에 맞는 것을 찾게 되면 그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속해서 할 수 있거든요. 스몰 스텝이 의미 있는 건 이처럼 나만의 독특한 욕구를 찾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자신의 욕구를 따라 사는게 어떻게 보면 나답게 살아가는 거니까요. 그래서 스몰 스텝 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리추얼은 결과에 포커싱이 되어 있어요. 부자가 되려면 7가지를 해라, 8가지를 해라, 이런 식이죠.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무조건 성공한 사람의 방법을 따라하는게 효과가 있을까요? 하지만 스몰 스텝은 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살고 싶어하는 삶에 대한 어떤 상을 만들어갈 수 있어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연봉이 천만원이든 1억이든 100억이든 사람들은 다 자기 연봉의 두 배를 바란다는 거에요. 어떤 책에선 비슷한 얘기를 이렇게 하더군요. 나는 담배를 끊을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과 비흡연자가 될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다다고요. 단순히 담배를 끊는 것과 자신의 정체성을 비흡연자로 규정하는 사람은 그 결과다 다르지 않을까요?

박요철


사실 로또가 당첨된 사람들 중 절반은 오히려 더 불행해졌다고 들었어요. 어떤 햄버거 브랜드는 수요미식회에 나오라고 해도 일부러 나가지 않았다고 해요. 아직 준비가 안되어서 그렇다나요. 그런데 정작 이 프로그램에 나온 몇몇 햄버거 브랜드는 오히려 망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감당할 수 없는 손님들이 어떤 식당에는 재앙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뜨내기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면 단골들이 떨어져나가거든요. 사람들이 단기간에 몰려들면 음식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정작 그 음식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다 떠나가고 뜨내기들은 사진 한 번 찍고 다신 안오거든요. 훌륭한 음식이 아닌 부 자체가 목적이 되면 이런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과연 부자가 내가 원하는 삶의 목표인가를 먼저 물어볼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진짜 나의 욕구였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일론 머스크를 보세요. 제가 닮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사람의 목적은 선명해요. 단순히 전기차로 돈 버는게 목적이 아니라 화성을 탐사하고 지구인을 이주시킨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으니까요. 스몰 스텝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런 일상의 스몰 스텝이 내가 간절히 기대하고 바라는 삶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거에요. 내가 만일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라면 그런 소통과 관련된 스몰 스텝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비로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김세엽


부자, 성공한 사람, 잘 되는 사람... 이건 참 모호한 표현들이지 않나요? 그런데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실천하면서 그 이미지가 구체화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박요철


그런게 있는 사람의 삶은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를 것 같아요.


문수정


요즘 월 천만원 벌기가 붐이잖아요. 유튜브를 해라, 블로그를 만들어라, 전자책을 써라...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드는 거에요. 그렇게 월 천만원을 벌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물론 미래가 불안한 요즘 세대들의 심리는 이해가 가요. 하지만 막연히 돈이 없다는 불안 때문에 목표를 월 천만원으로 정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해요. 최근에 카카오톡이 셧 다운 된 적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만약 유튜브가 그렇게 되면 유튜버들은 어떻하죠? 물론 또 다른 대안을 찾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코로나 못지 않은 재앙이 될게 분명해보이거든요.


저는 스몰 스텝이 일종의 퍼스널 브랜딩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는 일상의 삶을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자신이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거든요. 반대로 내게 어울리지 않는 리추얼이나 루틴으로 브랜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데 요즘은 퍼스널 브랜딩을 돈 버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까워요. 사실 퍼스널 브랜딩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처음부터 브랜드가 되려고 그랬던 건 아닐거에요. 꾸준히 노력해서 축적한 과정이 있기 때문에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거죠.

박요철


18분으로 유명한 테드 강연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영상이 하나 있어요. 수전 케인이라는 사람인데, 재밌는 사실은 이 사람이 엄청나게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거에요. 그런데 이 분의 할아버지가 랍비셨대요. 우리나라로 치면 목사님이나 스님과 비슷한 분이셨던 거죠. 그런데 이 분이 정말 수줍음이 많으셨대요. 그래서 성도가 찾아와도 눈을 못 마주치셨다나요. 그런데 이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장례식 때 찾아온 사람들이 골목을 가득 메웠다고 해요. 이런게 진정한 영향력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가장 존경한 분 중 한 분이 구본형 선생님이에요. 그런데 이 분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자신은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서 돕는 유형의 사람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신은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하셨대요. 그늘을 만들고 열매를 맺으니까 사람들이 찾아오더라는 거죠. 안타깝게도 이 분이 일찍 돌아가셔셔 올해로 벌써 10주년이 되었어요. 그런데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10주년 학술제를 열더라고요. 과연 우리나라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또 한 사람은 제가 유심히 보는 유튜버인데 이름이 윤숙희에요. 페이스북 채널명도 그냥 윤숙희고요. 나이가 서른 중반인에 옥탑방에 혼자 살아요. 남자 친구도 없는 것 같은데 가장 큰 목표가 회사에서 쫓아내기 전까지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거에요. 그런데 회사 생활도 그렇게 행복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다만 이 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혼술이에요. 3,4일에 한 번은 서울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혼자 술을 마신다는 거에요. 그리고 이런 과정을 유튜브로 찍어서 올리죠. 차도 없어서 매번 지하철을 타고 혼술에 적합한 식당이나 가게를 찾아다니는데 방송의 전부에요.


그런데 이 분이 정말 행복해보인다는 거에요. 엄청나게 예쁜 분도 아니고 달변가도 아니에요. 그냥 소주를 정말 좋아할 뿐이에요. 아무리 안주를 많이 시켜도 채 5만 원을 넘기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그런데 놀라운게 뭔지 아세요? 이 분 팬이 그렇게 많다는 거에요. 구독자도 15만 명이 넘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요. 앞서 말씀드렷듯이 이 분은 미인도, 부자도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아요. 무슨 거창한 삶의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일상의 어떤 기쁨들을 누릴 줄 아는 것 같아요. 그저 소주 한 병 마시는 게 전부인데 진짜 행복해보요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이 사람도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사람이야말로 나답게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저는 이 분이 왜 행복할까 생각해봤어요. 분명 소주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라면 매일 10병, 20병을 마시면서 결국엔 알콜 중독자가 되었겠죠. 이 분은 며칠에 한 번씩 소주 한 병을 비우는게 전부에요. 중요한 건 이 분이 사실 ‘혼자’가 아니라는 거에요. 유튜브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면서 술을 마시니까요. 혼술은 도구일 뿐 이 분은 나름의 방법으로 ‘소통’을 실천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이게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해요. 숱한 문제와 부작용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가 먹고 살만해진 건 사실이잖아요. 그러면서 이제 다양성의 가치들이 존중받게 된 거죠. 예전에는 대통령이나 판검사가 존경받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아니에요. 고졸이면 어떤가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도 돈도 벌고, 무엇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윤숙희 같은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고요.


이 사람들은 자기 삶의 기준이 명확해요. 절대 내가 그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저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구나, 하고 인정하게 되었다는 거죠. 그 사람은 나름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은 거고요. 자신만의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을 찾은 거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결코 남의 행복을 부러워하거나 좇아가지 않더라고요. 나답게 산다는건 바로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타인의 욕구가 아닌 나의 욕구를 충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거죠.


그런데 신기한게 뭔지 아세요? 내가 잘하는 건 조금만 노력해도 쉽게 성공할 수 있어요. 반대로 내가 못하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어요. 저는 상대적으로 글 쓰는게 쉬운 사람이에요. 빨리 쓸 수 있고 또 조금 더 잘 쓰는게 어렵지 않죠. 하지만 반대로 축구는 아무리 연습해도 남들만큼 할 수 없어요. 조기 축구 멤버로도 들어가기가 어렵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그런 재능을 타고 나지 않았거든요. 즉 축구는 나다운 삶의 목록에 들어있지 않은 거에요.


김세엽


저는 딸이 사춘기에요. 그런데 유튜브에 모녀 관계에 관한 영상들이 참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관련된 책도 많고요. 그런데 이런 책이나 영상들을 보면 하나같이 뭔가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뭔가를 더 하라고 하는 거에요.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딸과의 관계를 위해서 관련된 영상을 매일 10분 정도만 보고 있어요. 중요한 건 딸에게 좋은 말을 이전보다 더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하는 거에요. 그런데 이렇게 조금씩 실천하다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박요철


저희 아이들은 엄마를 정말 좋아해요. 제가 가장 기분 좋을 때는 기타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이 밤 11시쯤 되어서 엄마랑 식탁에서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는 거에요. 사실 우리 아들이 그렇게 소통에 능한 친구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소통을 훈련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학원에서 친구도 사귀게 되더라고요.


문수정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일상이래요. 그만큼 일상이 소중하다는 거죠. 제가 타인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려면 건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히지만 매일 매일 운동을 하는 건 제겐 너무 큰 스트레스이기도 해요. 그래서 아무리 좋은 거라 해도 제게 맞지 않는 걸 억지로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게는 가장 유용한 스몰 스텝이 독서에요. 지금은 1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읽기만 하면 또 의미가 없으니까 글을 쓰고 책을 써보기로 했어요. 그러면서 제 의사결정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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