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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는 이유

김세엽의 스몰 스텝 이야기 (8)

넷플릭스에는 ‘맛집의 옆집’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특이한 컨셉의 이 프로그램에는 ‘금돼지집’이라는, 잘 나가는 고깃집 옆에서 함께 고기를 파는 집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이들이 결국 내장탕이나 순댓국처럼 자신의 가게가 잘 하는 음식으로 승부를 보라는 조언이 주어진다.


제주도에 있는 ‘온은정’이라는 유명한 김밥집 옆에서 라면을 파는 카페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별한 유부튀김이 들어가는 이 김밥집 옆에 있는 카페는 오랫동안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그만 김밥집 옆에서 라면을 끓여주기 시작하면서 이 카페는 이른바 공생의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경쟁을 통해 이길 수 없다면 공존의 방법을 택하는 것도 하나의 생존법임을 이 프로그램은 알려준다.


계림이라는 이름의 유명한 닭볶음탕 집 옆에서 장사를 하는 가게의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다. 생마늘을 빻아서 한가득 올리는 조리법이 특이한 계림의 옆집은 역시 이 메뉴를 흉내내어 똑같은 닭볶음탕을 팔고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국물 맛이 다른 이 집을 손님들은 여간해서는 들어오지 않으려고 한다.


히지만 장사가 안되는 맛집의 옆집은 맛집 주인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오히려 맛집이 잘되기를 바라며 항상 웃으며 장사를 한다. 다 이유가 있다. 자신의 남편이 크게 농사를 짓고 있어서 굳이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 인식이 선명한 가게이기 때문에 맛집의 옆집은 시기와 질투 대신 공존을 이어갈 수 있다는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것을 경쟁해야 하는 세상이다. 노래도, 심지어 연애도 경쟁을 한다. TV에 나오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을 느낄 때도 있다. 일종의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경쟁을 통해 쟁취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비단 이게 TV 프로그램만의 일일까?


우리 역시 일상에서 수없이 많은 경쟁을 경험하며 버티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는 앞선 프로그램과 결이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렇게 경쟁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중년 남성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위안과 위로를 얻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맹목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을 발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세상은 좀 더 행복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나를 알아가려면 타인의 필요와, 결핍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의 성공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소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얻은 신뢰와 진정성은 그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나는 매일 아침 ‘미라클 모닝’이라는 스몰 스텝을 실천한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상을 해서 모임의 리더인 액터정을 만난다. 늘 느끼는 거지만 매일 그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의욕에 가득한 인사를 나누는 이 분을 보며 감탄을 하곤 한다. 이 모임을 통해 일찍 일어나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의 유익을 배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배운 건 바로 ‘함께 하는 것’의 힘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여간 해서는 나만의 저녁 시간을 가지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데 새벽 시간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아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막상 일찍 일어나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빈둥거리기 일쑤였다. 그저 싫어하는 것, 심리적 저항을 이겨냈다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었다.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타인과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하던 경험들을 하나 둘씩 경험할 수 있었다.


스몰 스텝은 내 삶에 힘을 주는 것들, 유익이 되는 것들을 더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무엇보다 꾸준히 그것을 하는 것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싫은 것을 지속하기란 누구라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싫더라도 누군가가 함께 한다면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에 그 시간을 좋아하게 된다.


스몰 스텝이 리추얼과 다른 이유는 그것의 목적이 나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맹목적으로 누군가의 성공을 복기하기 위한 리추얼과 다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스몰 스텝은 나를 발견하기 위한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결과 비로소 나답게 살기 위한 노력하게 된다다. 해야만 하는 것이 리추얼이라면, 스몰 스텝은 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지속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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