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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텝 저자 박요철입니다
Sep 05. 2023
트레바리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로운 클럽을 개설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이제 입사 2개월 차인 담당자는 아주 밝고 의욕적이었다. 그러나 이미 5년 이상의 트레바리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 비싼 돈을 주고 독서 모임에 나가는 사람은 누구일지 나는 늘 궁금했다. 무엇을 주제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30여 분 동안의 미팅을 끝낸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 되는 비즈니스모델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로구나. 몽글몽글 내 주위를 맴돌던 졸음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문제는 주제였다. 담당자는 스몰 스텝을 제안했다. 나는 2018년에 낸 이 책이 내민 키워드가 여전히 매력적인지 의문스러웠다. 담당자는 여전히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주제라면 더 좋겠다고 했다. 나는 서슴없이 스몰 브랜드를 이야기했다. 모임을 하고 있고, 책을 쓰고 있고, 무엇보다 24시간 그 생각 뿐이기 때문이다. 1000개의 스몰 브랜드를 목표로 한 글쓰기는 220여 개를 헤아리고 있다. 그러나 담당자가 내 말을 듣더니 이렇게 한 마디를 던졌다.
"아,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나를 파는 방법을 알려주시겠다는 거로군요."
유레카, 내 말이 그말이다. 스몰 스텝이니 브랜드니 이런 말보다 위의 표현이 훨씬 더 맘에 들었다. 스몰 스텝은 사실 습관이 아니라 개인 브랜딩에 관해 쓴 책이었다. 결국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몸값을 올리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행복은 덤이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도는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활용해주는 과정을 통해 무한 행복해진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스몰 브랜드란 소규모 비즈니스를 통해 이 과정을 비즈니스로 판올림 시킨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담당자가 마음에 들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일 당신이 창업을 한다면 무슨 준비부터 해야 할까? 일단 명함부터 파야지, 하고 생각하진 않는가. 가능하면 개인사이트를 열어도 좋고. 혹시 모르니 상표 출원이나 특허부터 출원해야겠다고 다짐할지 모르겠다. 메일 주소도 만들어야 하고, 회사 네이밍과 로고도 준비해야 한다. 정부지원사업도 알아보면 좋겠지. 식당이나 가게를 한다면 아이템과 입지도 미리 알아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회사 다니면서 한다는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발품도 팔아야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가장 중요한 창업의 준비는 '나를 팔아보는 일이'다. 단돈 만 원에라도 말이다.
우리는 엄연히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즉 내가 제공하는 가치가 돈으로 환원될 수 있는 구조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의 생존을 위해선 나를 팔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 댓가로 월급을 받았다면 이제는 '직접direct' 나를 팔아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직장을 벗어나 사업이든 프리랜서든 독립을 꿈꾼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일은 '나를 팔아보는 일'이다. 그것도 '비싸게' 말이다.
나는 회사에서 반강제로 독립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나를 팔러 역삼동으로 향했다.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스토리텔링을 부탁했던 대표님께 영업을 했다. 그렇게 300만원을 받고 처음으로 나를 팔았다. 그리고 그 분의 소개로 그 해에만 나 자신을 대여섯 번 팔 수 있었다. 네이밍 작업을 하고, 책을 쓰고, 강연도 했다. 그리고 지난 7년 간 꾸준히 몸값을 높여왔다. 이 과정에서 나는 별도의 이메일도 사이트도 심지어 명함조차 만들지 않았다. 나중에는 보다못한 클라이언트 대표님이 내 명함을 대신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급하지 않았다. 그것 없이도 나를 파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의에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물론 나는 브런치도 쓰고, 페이스북도 쓰고, 책도 썼다. 글쓰기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10쇄짜리 스테디셀러도 쓰고 브런치에서 주는 상도 두 번이나 받고 세바시에도 출연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를 인정하고 신뢰하고 무엇보다 돈을 내고 사주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 외에는 어떤 팔만한 것도 가지지 못했다. 마흔 중반의 은퇴할 나이, 소심한 성격, 연봉 4000을 넘어보지 못한 커리어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러니 글쓰기 능력 빼고 모든 것을 가진 여러분께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당장 얼마를 받고 자신을 팔 수 있는가.
많은 이들이 착각을 한다. 그래도 다닌 회사 이름이 있는데, 아는 사람이 몇인데, 시간이 없어 쓰지 않아서 그렇지 책을 몇 권은 쓸 수 있는데... 미안하지만 그런거 아무 상관이 없다. S사를 나와서 2년 동안 수입 한 푼 없었던 분을 안다. 중요한 건 당신을 원하는 고객이 있느냐의 여부다. 당신에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어떤 일이든 맡길 수 있는 소비자가 있느냐의 여부다. 만일 그런 자신이 없다면 좀 더 회사를 다녀야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몸값을 올려야 한다. 단 돈 만원이라도 당신을 팔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가. 이것이 바로 트레바리에서 만날 나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