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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쓸모'는 무엇인가요?

중증 지적 장애인들을 상대로 '브랜딩'을 강의했다. 걔중에는 조현병 환자도 있었다. 지난 번에는 시각, 청각 장애인을 상대로도 강의를 했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담당자도 이해의 정도가 어려우니 쉽게 강의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리고 줌을 통한 온라인 강의가 시작됐다. 한 분은 두 사람의 보호자가 수시로 침을 닦아주어야 할 만큼 어려운 환경에서 내 강의를 듣고 있었다. 마음의 한 쪽이 무너지며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 분은 네 시간 동안 이어진 내 강의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나는 그 순간 '나의 쓸모'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퍼스널 브랜딩'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돈이다. SNS의 조회수를, 전자책의 판매량을, 유튜브의 팔로어 수, 한 달에 월천을 버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러면 그 사람을 '브랜드'라 부를 수 있는가. 유명해지면, 돈을 많이 벌면, 인플루언서가 되면 그 사람은 브랜드가 되는가. 나는 감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중요한 건 자신의 '쓸모'를 발견하는 일이다. 조금 더 어려운 말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 유명하다고, 돈을 더 많이 번다고, 팔로워 수가 많다고 그 사람이 가치 있어지지 않는다. 내가 쓸모 있는 순간은 내가 가장 잘 안다. 마치 내가 강의를 통해 내 삶의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때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진 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돈도 많이 벌었고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유튜브를 카피하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온갖 비방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그건 분명 잘못된 방법이었다. 그런데 그는 억울해 했다. 그리고 다시금 다른 이름으로 유튜브를 하며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의 '가치'를 잘 모르겠다. 자신처럼 하면 자신처럼 유명해질 수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그 메시지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그러나 그 현란한 말솜씨 속에서 '진정성'을 도무지 찾지 못하겠다. 그저 한 줌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일 뿐이다.


제품과 서비스에도 오리지널이 있듯이 사람들 중에는 '진짜'인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의 철학과 고집을 가지고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매력'이 있다. 닮고 싶은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스스로에게 떳떳하니 메시지에 힘이 실린다. 그런 사람들은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내게는 구본형이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다. 너무나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뜬 그에게는 그러나 제자들이 있다. 나는 그들의 제자들을 안다. 그들은 지금도 구본형이란 사람이 말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나도 구본형이란 사람의 제자로 살아가고 있다.


구본형이란 사람은 우리에게 '나답게' 살기를 가르쳤다. 그래서 하루에 두 시간 만이라도 회사나 친구나 가족이 아닌 자기 자신을 살라고 강권하곤 했다. 그는 해마다 그런 생각과 방법을 모아 책을 썼다. 나는 그가 쓴 거의 모든 책들을 읽었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는 나에게는 단비와 같은 책이었다. 그렇게 나는 비로소 나다운 삶을 고민할 수 있었고 '스몰 스텝'이란 책을 쓸 수 있었다. 그 책이 나온지 6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 수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렇게 비공식적인 구본형의 제자로 '나다운 삶'을 세상에 전파하며 살아가고 있다.


멀쩡한 사람도 네 시간의 줌 수업을 끝까지 집중하며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앞서 말한 중증 지적 장애인 네 분은 끝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졸거나 딴 짓하지 않고 서로 웃고 떠들고 대화하며 '나를 브랜딩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의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지고 '휴식'을 좋아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아파트'를 좋아하는 그들과 '브랜드'란 쉽지 않은 주제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나답게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상과 달리 그들은 내가 한 거의 모든 말을 알아듣고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 어떤 강의보다도 풍성한 대화가 오고 가는 멋진 수업이었다.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다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유명하고 돈을 많이 벌고 권력을 가졌더라도 '선하지' 않은 메시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선한 메시지는 그가 설령 세상을 떠나더라도 보이지 않는 제자들의 삶을 통해 끝없이 이어진다. 나는 구본형씨로부터 '나다운' 삶을 배웠다. 그리고 스몰 스텝으로 그가 한 말과 행동을 카피하며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또 하나의 오리지널이 되어 세상에 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다. 나는 나의 '쓸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잠을 잔 후 이렇게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었다.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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