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에서 운율을 중시한다. 잘 읽히는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 몇 번이고 읽어보고 '씹히는' 단어와 문장을 가차없이 빼버리곤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리듬감이 살지 않으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단어와 문장을 더하기도 한다(물론 동어반복은 반드시 피한다). 성권님의 글이 그랬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조곤조곤 얘기해주는 것 같다. 따뜻하다. 너무 사무적인 톤앤매너의 글을 만나면 읽기를 주저하게 된다. 교과서라면 읽겠지만 일상의 글이라면 그렇게 애써 읽으며 에너지를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성권님의 글을 읽으면 묘하게 마음 한 구석이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주제의식도 명확하다. 그가 얼마나 '가족'에 의미를 두는지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이야기하듯이' 쓰는 글이다. 설명하려 들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마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는 그런 글이 좋은 글이다. 그 속에 작은 메시지나 교훈이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다. 성권님의 글을 읽다보면 '정말 맞는 말이야'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아이의 변화를 귀신같이 알아내는 아내의 능력에 새삼 감탄한 적이 한 두번이었던가. 사탕을 언제나 '향차'라고 불렀던 첫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아이가 영재끼가 있다며 아들을 추켜 세우는 아내의 신묘한 기운을 느끼며 얼마나 흐뭇해했던가. 성권님의 글은 그렇게 잊혀졌던 기억까지 불러세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런 글에 어떤 기교와 스킬이 더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다.
가람님의 글도 마찬가지다. 치매를 앓으시는 아버님을 향한 사랑이 절절히 느껴진다. 그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니 더더욱 신뢰가 간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안스러움 잠시, 친정 아버지에게 전화를 거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글을 보면 마음 한 곳이 먹먹해진다. 어떤 글은 있던 일들을 그대로 서술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굳이 사족을 달아 교훈과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불필요한 것처럼 여겨지는 그런 글들이다. 왜냐하면 그 '있었던 일' 자체가 메시지가 되고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영원한 주제다. 그만큼 실천도 어려운 주제이다. 하지만 아들을 향한 사랑, 시아버님을 향한 애정을 담은 글 그 자체로 빛나게 마련이다. 누구나 '맞다'고 생각하는 삶이지만 얼마나 실천하기 힘든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르치려 들지 말자. 설명하려 애쓰지 말자. 그런 사람과 대화하는 일은 또 얼마나 힘들던가. 그냥 눈으로 보여주자. 먼저 경험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자. 그것이 좋은 삶이고, 또 그것이 좋은 글감이 되기 때문이다.
박요철, 브랜드 스토리 파인더
- 개인과 회사의 브랜드 스토리를 '발견'하고 '정리'하고 '전파'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스몰 스텝, 프랜차이즈를 이기는 스몰 브랜드의 힘, 스몰 스테퍼'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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