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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은 제목이 8할이에요

황홀한 글감옥 생활 (4) - 제이님

내가 글을 쓸 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부분이 첫 문장이다. 그 다음이 제목이다. 책을 살 때 표지와 목차, 저자 프로피를 보고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표지도 없고 목차도 없는 짧은 글을 쓸 때면 위의 원칙은 더욱 중요해진다. 오늘 소개할 '황홀한 글감옥'의 글을 소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내용에 대해선 내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가족과의 갈등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아래의 글을 쓴 분만큼 용기를 내기가 힘들다. 몇 달째 여동생과 연락을 끊고 살지만 화해할 마음이 잘 나지 않는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어머니의 칠순 장치를 망쳐버린 동생이 잘 용서가 되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이 글은 '용기'로 가득한 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목'을 잘 지은 글이다. 눌러보고 싶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글의 첫 문장은 경고문으로 시작한다.



글쓴이의 결기와 단호함을 보여주는 첫 문장이었다. 부모님의 이혼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글은 놀라운 흡입력을 지녔다. 제목에서 끌리고 경고문에서 충격을 받고 내용의 전문을 읽고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때로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요구받는 무소불위의 존재는 아닐까? 이런 벅찬 기대가 오히려 수많은 가족들을 분란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다. 하지마 글쓴이의 당찬 이 글이, 고백이 오히려 읽는 이들에게 큰 용기를 준다. 그러나 이 감동 역시 글의 전문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제목을 고민하자. 좋은 제목들은 보는 대로 저장하자. 약간만 비틀어 써도 얼마나 유익한지 모른다. 내가 글쓴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그 날 우연히 보았던 정혜신 박사의 메시지였다. 부디 이 짧은 문장이 이 용기 있는 글에 대한 화답이 될 수 있기를. 지켜야 할 선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그것이 비록 가족일지라도.


“딸은 국경수비대가 하나도 없는 나라 같다. 엄마가 경계를 허물고 침략군처럼 자신의 고유한 감정과 의사 결정 영역까지 쳐들어왔는데 나가라는 말도 못 하고 맞서 싸우지도 못한다."









* 이 멋진 글쓰기 여정을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참여코드 p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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