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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명을 움직인 그림 한 장의 비밀

박요철의 브랜딩 분투기 #03.

그녀는 평범한 취준생이었다. 이름은 김그래, 이제 갓 졸업한 그녀와 대림역 인근 카페에서 만나 몇 가지를 물었다. 그때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어른이 되는 게 무서웠어요. 친구들처럼 취업 스터디를 해야 하나, 토플이나 토익을 해야 하나, 평생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며 늘 불안하고 우울했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일본 도쿄 외곽의 어느 마을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곳에선 아무도 취업이나 스펙 쌓기 등으로 자신을 독촉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의 외진 곳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 그건 바로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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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딸의 귀를 파고 있는 이 작은 그림 한 장이 일으킨 반향은 놀라웠다. 페이스북에서만 무려 5만 명 가까운 사람이 공감의 '좋아요'를 누르고 갔다.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녀의 그림을 보고 갔다. 그 여세를 몰아 그녀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심지어 대만으로까지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어딘가에서 한 번은 보았을 법한 그녀 그림 속의 캐릭터는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이 되었다. 내가 수 년째 가장 즐겨 쓰는 이 이모티콘으로 그녀는 아예 자신의 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 평범한 취준생이 사장님이 된 것이다.


그녀는 일본의 외딴 마을에서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었다. 가장 잘하고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공감과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일종의 Driving Force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많다. 심지어 잘 그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자기 내면의 생각들을 끄집어내 수만 명의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그녀가 찾은 것은 그림을 그리는 재능만이 아니었다. 자기처럼 생각하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과 소통하는 능력이었다.



나를 브랜딩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이처럼 자기 성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자신의 마음조차 움직일 수 없는 재능으로 타인의 필요와 욕망을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의 재능과 타인의 니즈가 만나는 그 지점에 바로 나를 차별화하는 단서가 숨어 있다. 이것은 끊임없는 자기 탐구가 계속되어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감동과 재미에서 끝나지 않고 타인의 욕구를 건드릴 수 있는 그것, 바로 거기에 나를 브랜딩하기 위한 최고의 자산이 숨어 있는 셈이다. 그림으로 그것을 찾아낸 그녀, 김그래처럼 말이다.






p.s. 최근 그녀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그녀는 매우 안타까워하며 1년치 일이 밀려 내 일을 맡기 힘들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서운하기는 커녕 더없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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