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회사생활] 언니들의 점심시간

직장생활의 꽃인 점심, 우정의 시간이여 활짝 피어라

by 낯선여름


2022년 6월, 회사는 2년간의 코로나 비상사태가 끝나고 일상으로 회복중이다. 5월까지만 해도 주 2-3회 재택이 가능했는데, 6월 부터는 매일 출근이다. 책상마다 가득찬 사람들, 식당의 긴 줄이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6월 출근에 맞추어 그동안 못 본 옛 동료들과도 시간을 맞추어 점심 약속을 잡는다. 그 동안 각 부서마다 재택과 휴업 일정이 달라 만나기 어려웠던 동료들과 드디어 만난다. 회사 동료 중 한 명은 아침에 점심 약속을 잡으면 ‘아,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을 끝냈다’며 기뻐한다. 실로 회사 생활의 가장 큰 기쁨이다.


오늘은 여자 넷, 근무년수 20년이상 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모두 한 부서에서 근무한 적은 없는데 각자 어디에선가 한번씩 일했던 언니 동생들이다. 나랑 한 팀에서 친했던 후배가 지금 다른 팀에서 다른 선배와 소울메이트가 되는 식이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니다보니 여기 저기서 인연이 얽힌다.


구글 문서의 공유기능은 회사 업무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여러 명의 스케줄과 메뉴 투표에 매우 유용하다. 막내는 시킨 것도 아닌데 지난주부터 일정과 식당을 정하고 메뉴까지 이미 주문해 놓았고, 점심 시간 시작에 맞춰 카카오택시도 불러 놓았다. 막내라봤나 20년차인데 본인이 하겠다며 세심하고 철저하게 준비한다. 칭찬을 마구 날리니 ‘먹는 것에 진심’이라 그렇다고 겸손을 보인다.


맛있는 코다리찜을 먹으며 대화 꽃을 마구마구 피워본다. 제일 고참 언니는 내 결혼식에 초등학생이던 딸을 데리고 와주셨었는데, 그 아이가 벌써 대학 졸업반이란다. 나이순 둘째 언니는 해외 지점에 있을 때, 아이 둘 데리고 간 나를 먹고 재워준 인연으로 더 친해졌다. 막내는 둘째 복직해서 새롭게 간 팀에서 외롭게 있을 때 아침 김밥 모임부터 들게 한 의리의 후배이다.


넷 다 회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다. 상이 용사 같은 이들은 각 부서에서도 일 잘한다는 평을 받으며 한 몫 톡톡히 하는, 근성 있고 생명력이 강한 사람들이다. 한 회사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아이들 자라는 과정부터 각 가족의 생로병사 까지 생의 많은 과정을 함께 겪는다. 때로 짠하고, 자주 든든한 마음이다.


직장 생활의 꽃은, 한 줄로 요약하면, 점심 시간이다. 일? 그 까이거는 아무것도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한 끼 식사. 그 속에서 오가는 우정과 환대. 그걸로 때론 지치고 고된 하루를 버티고, 1년을, 10년을 버틴다. 혼자 가면 빨리가지만, 함께 가면 손잡고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순수한 우정의 꽃이여, 곳곳에서 활짝 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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