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라
아침에 출근하면 40명 팀원 모두에게 직접 인사를 하는 후배가 있다. 딱 한 명. 작년 우리 팀으로 전입 온 후배라 처음에 며칠 그러나 했는데 출근한 날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인사를 했다. 인사만 그랬겠는가. 팀장이나 임원의 업무 지시에도 늘 즉시 답하는 기민함과 예의 바름으로 눈에 띄는 직원이었다. 지난 달 진급도 했다.
어제는 우리 섹션 직원들이 여섯 명쯤 모여 있는데 다가오더니 조심조심 드릴 말씀이 있다고 앉았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퇴사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는 말을 꺼냈다. 업무가 겹치지 않고 재택근무를 오래 해서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했는데 담담히 지난 몇 년 간의 고민과 준비과정을 이야기 했다.
작년에는 오랫동안 휴복학을 반복하던 대학원 박사과정 논문도 모두 끝내고 졸업을 했다고 하고, 졸업을 하며 대학교 쪽이나 창업을 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방향을 다시 잡게 되었다고 했다. 마음이 힘든 부서에 있을 때는 이런 기회가 없더니 지금 좋은 사람들과 일할 때 기회가 와서 아쉽다는 말로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해주었다.
모두 축하와 응원의 덕담을 건넸다. 또래 직원들 몇몇은 ‘난 그동안 뭐했나’의 성찰과 반성을 하게 된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근 2년간 휴업과 재택을 반복했고, 그동안 개인적으로 변화가 생기는 동료 선후배들의 소식이 종종 들린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더 생겼던 것 같고, 이직의 기회도 더 열리는 분위기이다.
나는 20년 가까이 한 회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엄청 많은 회사에 있는 것이 때로는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이런 분위기는 고인 물처럼 답답하다. 물은 흘러야 하고 사람은 오가야 하는 법. 젊은 친구들의 변화와 이직을 늘 응원하는 이유이다.
실없는 농담을 잘하는 나는 ‘그렇게 떠날 거면서 아침마다 인사를 왜 그렇게 열심히 했냐’는 말을 건넸다. 아마 그가 떠나고 나면, 아침에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러 오던 그가 한동안 그리울 것이다.
미뤄둔 박사 논문을 시작해야 하나?
그는 내 잔잔한 호수에도 돌멩이 하나 던지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