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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아빠, 30대 아들의 페로제도 여행 21밤 12

8/19 흐리고 비

by 페로 제도 연구소
12일 차 동선
숙소 체크아웃 > Cafe Cibo 점심 > Eustnes 풍력발전소 > World War II Fortress in Nes > Gotusandur 해수욕장 > Fornavegur 동상 > Hwarang Faroe Islands > 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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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은 비~ 비는 Rain~ 일어나 창 밖을 보니 땅바닥이 이븐하게 젖어있는 게 오늘도 기분이 아주 상콤하다. 그래도 뷰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밤에 자러 침실에 들어가면 밖의 풍경에 오로라가 떠있는 날도 있을 거잖아. 부럽다 정말... 막상 체크아웃할 날이 되니 그런 생각이 드네. 역시 사람은 아쉬워야 더 간절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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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트레킹은 어려울 것 같아 잠깐 보고 나올 곳 위주로 동선을 짰다. 첫 번째 목적지는 아점을 먹으러 Cafe cibo를 목적지로 설정해 운전을 시작했다. 페로의 장점 중 하나는 안개만 없으면 흐린 날에 운전하는 것도 운치가 있다는 점이다. 거의 정신승리에 가깝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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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갈 때 분위기가 좋아 내심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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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메뉴를 쭉 훑어보니 직접 조리하지 않고 냉동, 또는 빠르게 내올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들을 내오는 게 주력 메뉴인 식당 같다. 구글 평점만 보고 왔더니 이런 참사가... 여하튼 샐러드, 튀김세트, 새우샐러드를 시켰다. 샐러드 2만 7천 원, 새우 샐러드 2만 원, 튀김 15피스 2만 4천 원. 이 정도면 페로 물가 치고는 꽤 준수한 편이다. 인스턴트식품이라 가격을 싸게 받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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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보니 속이 빈 불량 치즈스틱을 발견해 카운터로 가서 하나 다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3개를 다시 튀겨줘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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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풍력발전소. 끝에 가면 보이는 뷰가 좋다고 해서 지도 앱에 저장해 놓았는데 날씨가 이래서 뭐가 보일 것 같진 않고, 그냥 가보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게다가 공사 중이라서 그곳을 마음대로 둘러봐도 되는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아 간단히 한 바퀴를 돌아보고 다시 차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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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길에 잠시 들른 유적지. 2차 대전 때 쓰던 대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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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는 페로에 태권도장이 있다길래 지도를 찍고 가봤는데 폐업을 했는지 그 자리에 어떤 건물이 공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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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8년 전 그린란드에 갔을 때도 그 외딴곳에 태권도장(정확히는 태권도 클럽)이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의외로 외국에서 태권도 인기가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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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돌아다니다 보니 체크인 시간이 되어 오늘의 도시인 푸글라피요르드(Fuglafjørður)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에 적힌 주소로 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여기는 자녀의 사진이 걸려있고 방도 따로 있다. 다른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이 거주한다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 옷장을 열어봤는데 옷도 그대로 있어 진짜 현지인이 사는 집 같아 좋았는데 조금 부담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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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게스트를 위한 안내서도 있어 읽어봤는데,

-1950년대에 지어진 집임

-부부는 토르스하운에서 살고 있음

-남편은 병원의 물리치료실에서 근무하며 페로 국가대표 축구팀의 물리 치료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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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 머그컵들은 전 세계의 경기를 통해 가져왔음

-아내는 공공행정분야의 연구원으로 일함

-2017년에 첫 임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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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히스토리에 별 관심은 없는 편인데 막상 읽어보니 재밌다. 나라가 작아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특이한 이력(?)의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무엇보다 근처 ATM이나 추천 맛집, 유용한 사이트 같은 게 적혀있는 걸 보니 이 사람이 우리에게 진짜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호스트라는 게 느껴져서 더 좋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와이파이가 2.5G 수준으로 느리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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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 식당은 하나뿐이라 내일 가기로 하고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 마트로 향했다. 그런데 냉동이 아닌 삼겹살이 있어서 냉큼 집었다. 400g에 약 만 원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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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펩시 1.5L는 DKK 34.95로 약 7천 원, 졸리 콜라는 24 DKK로 약 5천 원이라 반값이다. 페로에서 페트병 음료를 살 때는 500~1천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있다. 정말 비싼 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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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내일은 비가 안 오길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페로가 날씨만 좋으면 진짜 오기 좋은 곳인데.


그렇게 페로의 열두 번째 밤이 진다.





페로 제도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airspace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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