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 흐리고 비
14일차 동선
체크아웃 > [뷰포인트] Rinkusteinar > [뷰포인트] Gorge Elduvík > [뷰포인트] Elduvík Scenic Viewpoint > [체크인] Hilton hotel > [저녁] Haps Burgerbar
아침 7시쯤에 뭐가 계속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나서 눈이 떠졌다. 영 좋은 소리는 아니어서 뭐지? 하면서 깼는데 알고 보니 아빠가 산책을 나가려고 했는데 문을 못 잠가서 30초 넘게 키를 돌렸다 뺐다 하는 소리였다. 집 문이 좀 느슨(?)해서 잘 안 잠기긴 했어. 아빠에게 그냥 잠그지 말고 다녀오시라고 했다. 여긴 페로니까 괜찮아...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서 그런지 지긋지긋한 두통이 다시 찾아왔다.
좀 더 자고 아침에 일어나 집정리를 했다. 이 숙소는 체크아웃하기 전 침구류를 빼 수건과 함께 바닥에 놓아달라고 했다. 조금 귀찮긴 했지만 오히려 게스트가 바뀔 때마다 세탁은 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됐다. 어쨌든 유일하게 체크아웃 시 지침이 있던 숙소라 더 신경이 쓰였다.
호스트가 안심하도록 정리정돈된 사진을 찍어 집주인에게 보내고 간단한 메시지를 남긴 후 체크아웃했다. 키를 다시 키 보관함에 넣고, 다이얼을 돌린 후 1층으로 내려갔다. 아빠가 엄마의 선물을 산다고 해서 인포센터에 가려고 했는데, 맞은편 선물가게가 눈에 들어와 그곳을 먼저 방문했다. 컵받침이 눈에 띄어 구매했는데, 나는 풍경이 있는 걸 사고 싶었고 아빠는 새가 있는 걸 사자고 했다. 아빠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두 개를 사서 반반씩 섞자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게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새가 있는 거랑 건물만 있는 거랑 섞자는 아이디어를 내서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필기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노트를 두 개 샀다. 물론 무지 노트도 아니었고, 가격도 권당 3만 원으로 매우 비쌌지만 그래도 책상 위에 놓고 이걸 볼 때마다 웃었으면 좋겠어서 사봤당 ㅎㅎ헿
그리고 인포센터에 갔는데 운명처럼 작년에 살까 말까 하다가 그냥 돌아와 아쉬움이 남았던 빨간 양말이 하나 밖으로 삐져나와있어서 바로 그걸 집었다. 초록색이랑 빨간색을 샀는데, 크리스마스 색이랑 잘 어울려 보여서 좋았다. 내 것도 사고 싶었지만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ㅠ
양말과 이것저것 구매한 것을 계산하려는데 페로 지도가 그려진 포장용 비닐봉지를 주길래 봉지만 더 살 수 있는지 물었고, 애물단지가 되겠지만 크기별로 10장씩 총 20장을 구매했다.
계산을 마친 뒤 나가려고 아빠를 불렀는데, 종업원이 '아빠라고 했어?'라고 하면서 '페로에서는 아빠가 할아버지'라는 뜻이라고 했다. 아빠가 아주 크게 웃었다(그게 그렇게 웃긴가?ㅎㅎㅎ) 종업원이 '그럼 할아버지는 한국어로 뭐냐'라고 물어보길래, '아 그거 쫌 어려운데….' 하면서 '할아버지'라고 발음해 줬더니 '하롸버쥐?'라고 또박또박 발음을 했다.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정말 놀랐다.
그렇게 안녕을 말하고 그동안 모은 페트병 보증금을 반납받으러 갔다. 보증금 회수 기계를 찾아 마트로 들어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아 캐셔한테 물어 계단 뒤로 내려갔더니 웬 헌 옷수거함 같은 게 있었다. 뭔가 넣는 통 같긴 한데 아무리 봐도 돈 나오는 구멍이 없어 보여 멍하니 서서 쳐다보고 있는데...
웬 현지인이 봉지를 잔뜩 들고 들어가길래 일단 따라가 봤더니 작은 방이 하나 나왔다. 일단 현지인이 하는 거 보고 따라 하려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먼저 하라고 배려를 받았다. 고마운 마음에 병을 집어넣었더니 '이 병은 여기서 안 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그걸 본 현지인이 웃으며 '여기 마트에서 구매한 병만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한테 가면 어디서 구매했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라고 하길래 짤막한 감사를 표하고 캐셔에게 병을 교환했다.
비가 계속 와서 트레킹을 하긴 어렵고, '움직이는 돌'이 있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돌이 움직이는 게 아니고 돌을 묶어 놓은 줄이 움직이는 걸 보러 가는 거였다. 실망을 안고 몇 군데 더 돌다가 딱히 갈 곳이 없어 돌아가 체크인하기로 했다.
지나가는 길에 들린 Gorge Elduvík와 Elduvík Scenic Viewpoint에서 몇 컷
그리고 오늘도 날씨는 역시...
이번 숙소는 작년에 와서 아내와 묵었던 힐튼 호텔. 통창이 있어 뷰가 정말 좋은 곳이다. 비록 이번에는 전망 좋은 룸을 배정받진 못했지만.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아빠에게 뭐가 제일 맛있었냐고 물어봤는데 햄버거라길래 HAPS 버거에 갔다. 버거집에 가서 아빠가 좋아하는 프라이를 시켜드렸는데 뭘 좋아하는지 순간 헷갈려서 내 걸로 주문했다. 음료는 바닐라 밀크 셰이크를 시켰는데 아빠는 너무 차갑지 않겠냐면서 콜라를 먹겠다고 했다. 아빠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고, 음식은 맛있으니 됐다.
내일은 뭐 할까 생각하다가, 비 예보가 없고 흐림 정도라 '괜찮은데?'라고 생각해 재빨리 수에로위섬으로 가는 페리를 예약하고 잤다.
그렇게 페로의 열네 번째 밤이 진다.
페로 제도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airspace2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