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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틴 Jul 17. 2018

지속 가능한 '함께'를 위한 여행

가파도와 가파도 프로젝트 

오늘의 주파수: 지속 가능한 '함께'를 위한 여행 


장마가 끝나고 진짜로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올해는 윤달이 껴서인지, 어떤 기후의 영향인지 몰라도 유난히 봄도 추웠고, 그래서 벚꽃도 화사하게 피지 못하고, 6월에도 서늘한 날이 많았고, 그렇게 장마를 겪다 보니 더위를 피하는 피서 계획이 늦은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는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여름이다 보니 아무래도 바다를 찾게 되고 그렇게 바다를 쫓다 보면 제주도 역시 물망에 오른다. "제주도 너무 많이 가서 지겨워!" 하는 분들이 있다면, 오늘은 그분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제주도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줄 섬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가파도'다. 


가파도는 제주 모슬포 운진항에서 출발, 배로 10분이면 간다.

자세한 여객선 정보는 여기에서 ☞ http://wonderfulis.co.kr/?page_id=769

*필자는 아침 일찍 움직여 가파도→마라도 순으로 하루에 두 섬을 모두 방문할 수 있었다.


푸른 보리밭 뒤로 푸른 바다와 하늘을 볼 수 있는 가파도

나는 지난 5월, 가파도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 유명하다는 청보리밭을 보러 갔었는데, 눈에 띄는 것은 가파도 곳곳에서 보이던 '디자인'이었다.  섬 안의 섬에서 보이기엔 세련된 느낌의 가파도 로고와 간간히 보이던 미적 감각 돋는 건물들. '뭐지? 어떤 부자가 섬에 투자를 많이 했나?'


알고 보니 가파도에서는 '가파도 프로젝트'라는 현대카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가 공존하는 가파도는 잘 보존하고 가꾸어야 할 곳입니다. 그러나 관광객의 급증이나 무분별한 개발은 섬을 훼손하고 주민들 삶의 터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자연생태계의 복원, 섬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경제기반의 구축, 문화 예술 공간의 확충과 지역문화 연계를 통해 마을의 균형 있는 발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조성된 시설들은 마스터플랜의 완성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진행되어야 할 시나리오 플랜의 시작입니다.
 -가파도 프로젝트 홈페이지 中-

이렇게 쓰여있으니 사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뭐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가 올드한 느낌의 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매우 세련된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가파도 특유의 환경과 매력을 유지하면서 섬에 새로운 콘셉트를 부여하는 것-브랜딩을 거치면서 가파도의 환경을 지키고 경제, 문화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지난 2012년에 제주도와 현대카드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6년 준비하고 오픈한 게 올해. 


*현대카드는 그동안 이런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해왔다. 그들의 사회공헌 철학은 '지키기 위한 변화'라고 한다. 그에 걸맞게 광주 송정의 <1913 송정역시장> 프로젝트,  강원 봉평장 <봉평장 이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소상공인들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백문이불여일견.

가파도 프로젝트에서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BI 디자인


선 두개가 가파도의 옆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다. 맞겠지..?


다양한 농산물, 해조류를 100, 200, 500g, 1kg 등 다양한 양으로 판다. 특히 100,200g의 작은 패키지는 아래 사진처럼 리패키징 되어 파는데 선물용으로도 좋고 모험(?)용으로도 좋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농수산물의 패키지 디자인을 생각하면 너무 세련된 느낌 아닌가..! 제주 와서 식당 밑반찬으로 자주 접했던 말린 가시리를 하나 샀다. 

BI에 맞춰 굿즈패키지도 깔끔. 
어떻게 만들어먹을지 몰라도 괜찮다. 어떻게 해먹는지도 함께 적혀있으니까. 물론 아직 안해먹었다.

제주 동문시장도 가고 서귀포 시장도 갔지만, 그리고 제주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종종 제주에서 사 왔다는 농수산물을 선물 받은 적도 있지만, 이런 패키지로 선물 받으면 특별한 느낌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키지 디자인은 브랜드를 알리는 데 유용하다. 들고 다니는 홍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가는 사람도 선물 받은 사람도 '특별함'이라는 것을 얻어갈 수도 있고. 


섬에 들어와서 보이는 이 직선미 돋는 건물, 바로 여객터미널이다. (사진이 없다, 왜때무네ㅜㅜ) 섬 안에 이런 느낌의 건축물들이 보인다면 '아, 가파도 프로젝트구나!'하면 되겠다. 이런 느낌의 디자인은 제주 내 버스 정류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모든 버스 정류장은 아니지만 제주 본 섬 내 버스정류장 역시 현대카드에서 재정비하여 그들의 건축 테마를 선보이고 있다. (관련 기사는 글 하단에 첨부)


가파도 내 숙박시설로 쓰이는 건물들. 가파도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다. 

원래 있던 집과 조금은 다른, 그래도 뭔가 큰 차이는 없는 집들도 보였는데 이 또한 기존의 가파도 가옥들의 특징을 살렸다. 새로 짓기보다는 기존의 건축물 활용을, 새로 짓는다면 가파도 특유의 기존 가옥을 존중하는 식으로 말이다.



가파도는 산이 없는 섬이다. 나지막한 지형에 맞게 집들도 단층의 나지막한 건물들로 이뤄져 있다. 그래도 그중 조금은 높은(?) 건물이 존재한다. 바로 가파도 AiR라는 건물인데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의 준말이라고 한다.

나즈막한 섬에 등대처럼 서 있는 저건물은? 가파도 AiR! 

가파도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내외 예술가들의 거주지와 문화활동을 할 공간을 마련해 둔 것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가파도의 해녀들을 찍은 사진전이 가파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이걸 언제다 둘러보냐고? 

가파도에 도착하면 먼저 자전거를 빌려서 해안도로를 도는 것을 추천한다. 한 대당 5,000원이다. 시간제한은 없다. 어차피 자전거 갖고 섬 밖을 못 나가니까 시간당 6,000 원하는 한강 생각하면 빌려도 아깝지 않다만, 자전거가 케바케(case by case)니까 잘 살펴보고 선택하는 게 좋겠다. 바람 빠진 것도 많다. 

자전거는 많은 편이니 펑크나 안장, 핸들상태를 잘 보고 빌리도록 하자. 타다 넘어지면 돌밭이라 더 아프다.

나 같은 경우엔 바람 빠져서 돌아와서 바꾸고 탔다. 안장도 낮아서 높여달라고 요청하니 아저씨가 조정해주셨다.

아저씨: 아니 너무 높이면 타기 힘든데-

나:(다리가 긴 편, 승- 잘 탐)

아저씨: ...잘 타네?

나: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다 보면 오른쪽으론 바다가 왼쪽으론 낮은 평원이 보이니 머릿속에서 괜스레 '나나나나나나나~널좋아~한다고~'하며 포카리스웨트 CF 음악이 떠오르고 내가 손예진이 된 거 같지만-이내 자전거를 멈추게 하는 것은,

뿔소라버터구이. 맛있어서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니 혼자 먹도록 하자.

음식 냄새다. 자전거 타고 한 1분도 안 있어서 발견할 수 있는 이 집은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파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사실 파니니는 맛없었어) 이 뿔소라 버터구이는 강추다. 제주도 사는 사람들도 뿔소라를 이렇게도 멋스럽게 먹을 수 있냐면서 감탄한 요리였다. 바다를 보며 제주 본 섬을 보며 눈누난나 콧노래 부르며 즐길 수 있으니 이만한 간식도 없는 것 같다.


다시 자전거로 돌아와, 타다 보면 언덕 하나도 없어서 정말 자전거 타기가 좋다. 군데군데 쉴 수 있는 곳도 많고 섬 반대편에 해물 짜장면 파는 곳과 가파도 레스토랑이 있다. 위의 뿔소라 버터구이도 그렇고 가파도 레스토랑도 그렇고 가파도 프로젝트의 일환인데  새로 지어진 가게들의 운영은 모두 가파도 주민들이 한다고 한다. (경제활성, 일자리 창출, 성공적) 

가파도 선착장의 반대편. 식당들이 모여있다.

그렇게 자전거로 한 바퀴 쉬엄쉬엄 돌면 1시간 30분도 안 걸린다. 그냥 막 달리면 1시간도 안 걸릴 것 같다. 나는 사진도 찍고 가게도 구경하고 중간에 청보리밭도 구경하면서 끌바(바이크를 끌다, 자전거 끌고 걸어가는 것)도 했는데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다. 구석구석 구경하기 충분한 시간!

섬의 내륙은 거닐기 좋게 잘 정비되어있다. 이미 황금빛이 된 보리밭.
그래도 운좋게 만난 청보리밭. 살면서 청보리는 처음봤다.
걷기도 좋고, 자전거 타기도 좋고, 무엇보다 어느 길에 서있어도 바다가 사방으로 보이는 가파도
쉬멍, 놀멍 한다는 제주를, 나는 가파도에서 느꼈다. 내가 생각한 제주을 오롯이 담은 가파도!

그리고 마지막이 중요한데, 배 타고 나오기 전 여객터미널 옆 푸드 트럭에서 파는 청보리 미숫가루를 꼭 마셔보길 바란다. 뚜벅이 여행객인 나도 배낭 무거워져도 사 올 만큼, 가파도의 청보리 미숫가루는 정말 맛있다. 덕분에 미숫가루에 푹 빠져서 자주 먹게 됐고, 요즘은 사온 걸 다 먹어서 그냥 마트에서 사다 먹는데...아, 청보리 미숫가루가 정말 맛있었던 거구나! 하고 다시 깨달을 만큼, 맛있다. 

맛있다. 청보리 미숫가루 맛있다. 
가파도를 구경하고나니 새삼 고마운 가파도 프로젝트. 이런 식의 지역경제활성화가 많아지길.


제주도엔 아름다운 섬들이 많지만, 누군가 나에게 제주도의 섬에 대해 묻는다면 난 가파도를 추천할 것 같다. 그냥 지나치기엔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파도,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지속 가능한 '함께'를 위한 주파수를 맞춰보는 건 어떨까? 




-참고-

가파도 프로젝트 http://gapado.org

현대카드 블로그 http://blogview.hyundaicardcapital.com/4078

제주 버스정류장 디자인 http://www.newsje.com/news/articleView.html?idxno=47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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