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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가지 요리

by 약산진달래


"아야 논시밭에서 까지 좀 따와라 노물 해 먹게"


엄마는 언제나 가지를 따오는 심부름을 어린 나에게 시켰다. 집 앞에 있던 논시밭에는 보랏빛 아니 자주빛 도는 가지가 열리는 계절 여름이었다.


여름이면 저녁 반찬으로 가지나물은 언제나 나왔다. 그 가지나물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맛이 없었다. 엄마는 늘 밥 위에 가지를 올려 삶았기 때문에 밥 색깔은 검으틱틱하게 변해버렸고 뭔가 물컹물컹 씹히는 가지나물은 어린이가 좋아할 맛은 아니었다. 뭐든 아삭아삭 씹어먹고 싶어 하던 호기심 강한 이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지 따는 심부름을 하던 그 시절 엄마가 해주신 물컹물컹한 가지 반찬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 자라기 시작한 연한 생가지는 달랐다. 가지를 따러 갈 때면 몰래 한 개씩 따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직 연한 생가지는 그 맛이 부드럽고 살짝 달콤한 맛이 났다. 여린 생가지의 맛은 부드러운 푸른 맛이다.


다 자란 가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다. 가끔 많이 먹고 싶은 마음에 큰 가지에 욕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껍질을 씹어먹기에는 너무 딱딱하다. 안에는 씨앗이 자라고 있어서 인지 그 맛이 떱떠름하기 까지 하다. 한 잎 베어 물고 나면 혀끝에 쌉싸름한 맛이 늘 남아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가지나물을 먹지 않았다. 어린 시절 이후 푸른 맛을 가진 생가지도 먹어본 적이 없다. 이제 가지 심부름을 하던 내가 심부름을 시키던 엄마의 나이가 되었다. 가지나물을 여전히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시골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텃밭에 가지 모종을 여러 그루 심었다.


풍성한 열매를 내어주던 오이 나무는 모두 말라버렸지만 이제 시골 텃밭에는 가지가 열매를 맺고 자라고 있다. 어린 시절 몰래 가지를 따먹던 생각이 나 여린 생가지를 하나 땄다. 생가지는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한 잎 베어 무니 어린 시절 먹었던 그 풋풋한 맛이 느껴졌다. 그 시절 가지 따는 심부름을 하던 집 앞 텃밭으로 소환되는 기분이 들었다.


가지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어느 정도 자라기 시작한 것들을 모두 따 가지고 왔다. 엄마가 늘 해서 주시던 물컹물컹한 가지 나물이 아니라 가지볶음을 해서 먹으니 씹히는 감도 있었다. 어린 시절 이외에 지금까지 가지 반찬을 먹지 않았던 나는 일주일 내내 가지 반찬을 먹고 있다.

어린 시절 그렇게도 싫어했던 가지 반찬의 가지 껍질이 고기를 먹는 것 같은 식감까지 주는 웬일일까? 이 맛있는 것을 지금껏 왜 먹지 않았을까? 항암효과, 혈관 건강, 눈 건강에 좋은 가지 효능이니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가지 요리를 좀 더 배워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컹물컹해서 싫어했던 어린 시절 엄마의 가지 반찬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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