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채소가 아닌 과일 토마토의 추억

by 약산진달래

오랫동안 토마토가 과일인 줄 알았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엄마의 논시밭에는 언제나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과일이 많지 않았던 시절 논시밭의 빨간 토마토는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이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기 까지 기다리기도 전에 약간 푸른빛이 도는 토실토실하고 탱탱한 토마토는 그 꼭지가 따이게 된다.

어린 나에게 토마토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과일이었다. 한 손에 들고 입으로 베어 먹으면 과일 육즙이 입에서 흘러나왔고 그 육즙을 손등으로 쓱쓱 닦아내며 와구작 와구작 씹어 먹었다. 그럴 때면 엄마는 말했다.

"아야 좀 더 기다렸다 다 익으면 따 먹어야지 익지도 않은걸 벌써 따 묵어 뿌냐"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칼로 얇게 썰어 그릇에 담고 그위에 설탕을 뿌려 주셨다. 설탕이 뿌려진 토마토는 달콤했다. 토마토를 다 먹고 그릇에 남아있는 설탕에 절여진 토마토 국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료가 되어 주었다. 지금도 그 시절에 먹었던 토마토의 국물 맛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입안에 달달한 달콤함이 꽉 차오른다.

과일인 줄 알며 먹었던 토마토가 채소라는 것을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다. 오랫동안 밥상에 토마토가 오르는 것은 상상을 못 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토마토가 밥상에 늘 올라오고 있다. 중국사람들이 토마토를 계란에 풀어 탕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 것을 보고 놀란적이 있다. 그런 내가 이제는 토마토에 계란을 풀어서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토마토 계란 볶음을 반찬으로 먹고 있다. 아침 토마토와 사과를 넣고 과일 주스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토마토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항산화 물질이 함유되어 뇌졸중 심근경색을 예방하고 혈당을 저하시켜주며 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혈관을 튼튼하게도 하고 혈압을 내리는 역할을 해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식품이다.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주며 전립선 기능에도 도움을 준다.


토마토를 많이 먹어 장수를 누린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의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 신기하게 다른 채소나 과일들이 껍질채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토마토는 껍질을 벗겨 먹으라고 한다. 토마토는 기름에 볶아 먹을 때 영양소 흡수가 잘되기도 한다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들 중 토마토가 가장 늦게 익고 있다. 주말에만 시골에 내려오다 보니 텃밭의 풀을 메지도 뽑지도 않고 있다. 그 와중에 풀밭으로 변해버린 토마토 밭은 아쉽게도 풀에게 잠식되어 버린 곳도 있다. 다행히 가지 옆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던 토마토가 이번 주에 내려오니 여름날의 마지막 힘을 내주고 있다. 토마토 열매가 주렁주렁 맺혀있는 것이다

텃밭의 토마토가 여름의 마지막을 불태우듯 익어가고 있다. 하루빨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혼이 나면서도 따먹었던 토마토를 닮았다. 익어가는 토마토를 보니 설탕에 재여 먹고 남은 토마토 국물을 그릇째 들고 혀끝으로 닦아 먹던 어린 내 모습이 떠오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