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밤은 길고도 길다. 밤에 내린 어둠으로 앞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칡흙 같고, 사람의 인기척도 없는 고요함은 두려움을 몰고 와 방안에 갇혀 지내게 만든다. 들리는 소리는 오직 풀벌레 소리와 동물들의 울부짖음 뿐, 간혹 바람이 스쳐 지나간 나뭇잎이 아우성친다. 고요함 방안 자연의 소리를 묻어 버릴 만한 티브이소리로 밤의 적막에 대항해 본다.
적막한 시골의 밤 티브이를 벗 삼아 고요를 물리치다가 잠이 들었다. 이제 티비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간, 시골의 밤의 고요는 계속 이어질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개 짖는 소리가 시작되었다. 집주위를 어슬렁 거리는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한 초코의 경계의 소리였다. 잠이 깬 시간은 12시, 일어나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다 조용해 지기를 기다리며 정신이 혼미한 채 누워있었다. 그러기를 약 30분이 지나도록 여전히 신경질 적인 개 짖는 소리는 멈추질 않았다. 짖다 보면 지쳐서 조용해지겠지 라는 생각을 하다 말고 일어났다. 문을 열고 조용히 해 한마디를 외쳤더니 바로 짖는 소리가 멈췄다. 풀어놓은 강아지 막내가 나의 인기척을 느끼고 쪼르르 달려와 문 앞에서 알짱거렸다. 아마 떠돌이 개가 집 앞에 왔나 보다. 막내강아지가 쪼르르 떠돌이 개에게 갔었는지 그것을 못맛당한 초코가 계속 짖어 댔던 것이다. 사람의 인기척을 느낀 떠돌이 개는 다시 다른 곳으로 떠돌러 떠났다. 집안에 고요가 찾아왔다.
새벽 두 시 엄마가 잠이 깨셨는지 침대에서 빠스락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이렇게 조용히 시골의 밤이 깊어갈 것 같았다. 새벽세시 부엌에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자던 술꾼이 일어나 부스럭거리더니 조용히 집 밖으로 새벽 마실을 나갔다. 다행히 다시 시골밤의 적막이 찾아왔다.
"꼬끼오"
새벽 4시 어김없이 닭장에서 새벽을 알리는 울림이 도돌이 표가 있는 음악처럼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장 힘센 수탉의 울음을 시작으로 다음번 수탉이 울어댄다. 그렇게 닭장 안의 수탉들은 한 번씩 자신의 목소리로 힘을 자랑하기를 날이세기 까지 끝이 없다.
어두운 밤사이 고구마는 장작불에 구워지고 닭장에서는 암탉이 고소한 유정란을 낳았다. 마당에서는 개들이 꼬리 치며 반기는 아침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