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약산진달래 May 26. 2024

우수상을 받은 날

두근두근 심장박동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릴 것 같았다. 선생님이 기말고사 성적표를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드디어 시험을 잘 본 친구 중 우수상을 받는 학생의 이름을 호명하는 시간이 되었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우수상을 받을 것만 같았다. 

"정 00"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앞으로 나가 상장을 두 손을로 받아 들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친구들에 상장을 보이며 오른손으로 브이를 만들었다. 친구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다음에는 더 열심히 공부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우수상을 받기를 바라요"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드디어 하교 시간이 되었다. 뒷자리에 앉은 정혜도 우수상을 받았다. 정혜가 나를 툭툭 치며 말했다. 

'축하해 너 이번에 공부 열심히 했구나"

"ㅎㅎ 그러게 어쩌다 우수상을 받았네. 빨리 집에 가서 자랑해야겠다."

 나는 공책에 상장을 조심스럽게 껴 넣고 각 방문을 넣었다. 

"느그 엄마랑 아부지가 엄청 좋아하겠다. 내가 상 받아 가면 울 엄마 울 아버지는 맛있는 거 많이 해줄 것 같은데" 

같은 동네 사는 영순이가 부러운 듯 말하며 내 옆으로 오며 말했다. 

"빨리 집에 가자." 

"나는 운동장에서 좀 놀다 갈 거야 " 

집으로  바로 1가자는 나의 말에 영순이는 놀다 가겠다고 대답했다. 곧 동네에 누구네 집 자식들이 우수상을 받았는지 소문이 날께 뻔한 것을 알아서인지 나만 상을 받아서 시무룩해진것 같았다.

영순이와 운동장에서 헤어진 나는 재빠르게 학교 문을 나왔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다른 때는 상점 안의 과자나, 사탕, 뽑기 같은 상품들이 어서 들어와라며 유혹했지만 오늘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여동고개에 모여 콩집개를 하는 아이들도 그냥 지나쳤다.  다른 날 같으면 집에 조금이라도 늦게 가기 위해 영동 고개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지만 오늘은 마음이 바빴다. 어서 이 상장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나도 우수상을 받았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부모님의 뿌듯해하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우리 집 벽에는 상장이 여러 장 붙어있다. 바로 위의 오빠가 받은 상장이다. 그에 비해 내 상장은 몇장 되지 않는다. 다행히 넷째 오빠가 공부를 잘하는 것에 비해 셋째 오빠는 나보다 공부를 못했다. 나는 한두 번 우수상을 받았지만 셋째 오빠가  받은  상장이라고는 개근상뿐이다.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수상을 받았다고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다. 부풀었던  마음의 풍선에 바람이 푸  빠져나가는 듯했다1. 가방에서 상장을 조심스럽게 꺼내들고 뒷밭으로 나가 보았다. 보리가 베어진 자리에  이제는 깨가 자라고 있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계시지 않았다. 어디로 가셨을까?  빨리 상 받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데  산 아래 장화모양 밭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도 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밭에 부모님이 안 계시면 분명 논에 계실 터였다. 나의 발걸음은  마을 아래 있는 논으로 향했다.  지금껏 반듯하게 펴져있던 상장이 돌돌 말아 손에 쥐었다.논으로 부모님을 찾아 가는 내내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졌다.상을 받고 난 후부터 계속 생각했던 마음의 소리도 입밖으로 내보았다.우수상 덕분에 행복한 고민에 빠진 날이다.

"엄마랑 아부지가 잘했다고 칭찬해주시겠지. 좋아라 하시겠지. 뭐 사달라고 할까?"

이전 04화 총각선생님과 모나미 볼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