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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Oct 17. 2024

입술포진

엄마의 면역력이해졌는지 입술에 수포가 생겼다. 그것도 입술 전체로 번져있다.
시골에 내려갔다 온것이 힘들었던것일까? 아니면 무슨 맘고생을 한 것일까? 혹시 막내아들에게 갑자기  생긴 일을 알게 된것은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시골에 내려갔다. 엄마의 세째 아들은 요즘 기분이 좋지 않다. 맘에 근심덩어리가 여러가 뭉쳐있다. 본인은 물론, 동생일까지 마음이 한짐덩어리가 되어서인지 우울감이 가득하다. 그 우울감은 안그래도 삐딱한 성격을 더 삐딱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인지 내가 잔소리좀 할라 치면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 모시고 올라가라며 어긋장을 놓았다. 그런데 엄마가 그 말을 들으셨다. 갑자기 당장 올라가자며 나를 보채기 시작하셨다. 3살 어린애 마냥 아무리 달래도 말을 듣지 않으셨다. 너무 더워서 올라가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며 간신히 엄마를 달래 놓았다.

사실 시골에 내려온 엄마는 갑자기 울먹이더니 나에게 물었다.
"울 어매 어디있냐"
시골집에 내려오면 외할머니가 있으실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엄마 여기 정옥민씨 집이야"
아버지 이름을 대보았지만 엄마는 계속 외할머니를 찾으셨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라는 존재는 마음 약해질때면 찾는 이름인가? 연약해진 엄마라도 오래 오래 내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집으로 다시 올라온 엄마는 언제 시골가냐고 물으신다. 여전히 시골에 갈 날을 기다린다. 엄마 입술 다 낳으면 갈거라고 대답햇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뜬금없이 엄마가 물었다.
"현건이가 가라고 그러면 어떻하냐?"
"엄마 여기 내집이니까 너가 가라고 해"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오빠의 작은 농담도 이제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이 된것이다.


주말에 아들이 찾아왔다. 엄마의 마음을 풀어드리려고 용돈을 드리고 갔다.

"엄마 주사맞으세요. 엄마 시골오세요"

아들은 말했지만  엄마는 대답이 없다. 오빠가 돌아간 후 엄마에게 마음이 풀렸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엄마는 고개만 가만히 흔들뿐이다. 다행히 입술포진은 이제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요즘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는데  조금씩 면역력이 떨어지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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