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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Jun 07. 2020

#44.

- 안면인식



 선생님의 얼굴을 어찌어찌 그려내지만, 사실 나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장소, 사물에 대한 인식에 약간의 어려움을 가졌다. 학대의 후유증일 수도 있고 선천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인을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될까.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아마도 내가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한 순간들이 꽤나 있어왔을 것이다. 선생님이 내게 언급한 것만 3번이었는데 그건 만난 지 일 년도 채 되기 전에 들은 말이었다. 그 후로 쌤은 내게 이런 일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그래도 알 수 있다. 선생님을 알아보고 달려갔는데도 나를 피하는 눈동자, 부산한 기침소리, 굳은 얼굴. 그럴 때면 내가 또 못 알아봤구나. 내가 또 너무 늦게 알아봤구나. 알 수 있다.

 마음이 먹먹하다. 나조차 가슴이 이러한데 표정관리가 안 되는 샘의 마음엔 새살이 솔솔 마데카솔.. 발라드리고 싶어라.

 

 당신이 원하니 미안해하지 말아야지, 이런 날, 이해해줘서, 묵묵히 곁을 지켜줘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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