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어둠 속의 대화' 관람 후기였던 것
1부
“그분은 이런 세상을 보고 계셨구나.”
‘어둠 속의 대화’는 암흑 속에서 시각 이외의 감각을 활용하는 체험형 전시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소리와 촉감에 의지해 걸어야 했다. 안전한 장소임을 알고 있음에도 보이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은 지울 수 없었다.
서울 끄트머리에 살던 시절. 매일 아침 지하철역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어르신이 있었다. 두어 번 지하철 방향이나 계단 위치를 물어보셔서 안면을 트게 된 어르신이었다. 그땐 전혀 알지 못했다. 그분이 어떤 세상을 보고 있는지.
수년이 흐른 지금. 전시를 체험하면서 그분의 세계를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었다. 감각을 차단한 극단적 상황과 제한된 공간. 의도적으로 만든 환경을 통해야만 (그럼에도 아주 일부의) 그분이 보는 세상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렵다. 타인의 세계를 공감하는 것은. 주위를 둘러보고 과거를 돌아본다. 타인의 세계를 잘 안다고 자만하지는 않았을까? 그 자만심으로 타인의 세계를 판단하지 않았을까? 그 판단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지는 않았을까?
2부
“여자들, 아줌마들이 차를 끌고 나와서 사고를 치니까 문제야.”
전시 다음 날 출장. 함께 전시를 체험한 직장 상사의 말은 여러 의미로 큰 충격이었다.
2024년에 이 놀라운 대사를 육성으로 듣고 있는 상황. 아내보다 운전을 못 하는 나는 진정한 사회악인가? 자신의 세계관으로 타인을 짓밟고 있는 상사의 모습. 전시의 여운이 박살 나고 있는 비극. 닥치세요.라고 말하지 못한 비굴한 자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입맛이 씁쓸했다. 술에 취한 김에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하고. 슬프다. 나의 세계가 타인의 세계가 서로 존중받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