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아내가 꽃집 주말 아르바이트에 합격했다. 이로써 아내는 꿈을 향한 길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본업 외에도 꿈을 위해 늘 노력하는 아내. 대비되는 내 모습을 보며 대견함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첫 출근은 서울을 가로지르는 먼 길이었다. 아내를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은 차량정체가 심했다. 따뜻해진 날씨에 나들이 가는 차량, 짐을 한가득 싣고 움직이는 트럭. 저마다의 꿈을 싣고 천천히 움직이는 차의 행렬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라디오 디제이가 사연자의 꿈을 응원한다. 첫 출근에 긴장하는 아내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길. 빠르지 않지만, 꾸준히 천천히 그 길을 걸어가는 아내를 응원한다.
도로 한가운데 사고 차량이 막고 서있다. 끊어진 길을 피해 차선을 옮긴다. 나의 꿈. 나의 길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지금 꿈의 길 어디쯤 와 있을까? 현실의 벽이라는 손쉬운 변명 앞에 길이 끊어진 것은 아닐까? 너무 희미해져 보이지 않는 걸까? 꿈이었던 길이.
꿈을 꾸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 주절주절 끄적이는 글. 작가든 뭐든 좋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일. 돈도 뭣도 되지 않는 막연한 꿈이었다. 한 걸음씩 더 뒷걸음치고 있었다. 그 시절, 그 꿈으로부터.
“취직한 기념 파티라서 먹는 거야!”
오랜만에 함께 비싼 음식을 먹는 아내가 경제 상황을 의식하고 말했다.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날이잖아. 이런 음식 가격보다 훨씬 더 가치가 높은 일이야.”
아내는 조금 더 당당해도 된다. 자신에게, 동반자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부터 펼쳐 든다. 아내가 남긴 꿈의 길 위 발자국을 따라가기 위해. 계속 생각하고 계속 써야 한다. 이 행위의 목적지에 꿈이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한 걸음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한 ‘한 걸음 더’이다. 비록 드라마 ‘삼체’에 빠져 연재를 한 주 놓쳤음에도. 역경을 이겨내고 반성하며 한 걸음 더 씩 나아가기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