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편지
대학교 정문 앞에 늘 빅이슈(Big issue) 판매원이 있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면 빅이슈에 기고하리라. 꿈꾸는 사람도 있었다. 세월이 꽤 많이 흐른 지금. 판매원은 여전히 서 있고 꿈꾸는 자는 사라져 가고 있다.
글에 재능이 없음을 깨달아서. 혹은 그렇다고 믿고 넘어가는 것이 편해서. 현실의 벽 운운하며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데 안주해서.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변명은 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에 대한 대답으로.
회사원 옷을 입은 9년 차 되는 봄날. 아내가 삼성역 앞에서 사들고 온 빅이슈에는 판매원의 자필 편지가 들어 있었다. 판매원 일에 대한 확신의 결여. 미래에 대한 불안. 그럼에도 지금 이 일을 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의 아쉬움.
보고서에 치이고 야근에 갇힌 날이 길었다. 2주 만에 겨우 5km를 한 번 달렸고, 잠자던 필름카메라는 회복 불능한 고장 상태가 되었다. 글에 손을 대기 위해 오랜만에 앉은 책상에서 판매원의 편지를 발견한다.
펜을 들고 닿을 수 없는 답장을 끄적인다.
선생님께,
저도 선생님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길일까?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지고 있어요. 그렇게 9년이 흘렀고 이제 곧 10년을 채우게 될 겁니다. 현재 이 길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지. 그래요. 부딪힐 용기가 없는 자의 변명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선생님의 편지 덕분에 약간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꿈을, 사라지고 있는 꿈 꾸는 자를 반추할 수 있었으니까요. 선생님이 제게 던져주신 빅이슈로 지금 이 순간 펜을 들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하고 있기에 이 세상이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치의 크기는 해석의 영역이겠지요. 선생님이 해낸 몫은 제게 커다란 영향력으로 돌아왔습니다.
출근길 거리에 다채로운 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더군요. 꿈꾸는 사람, 꿈을 잃어버린 사람, 더 나은 미래를 찾는 사람, 행복을 꿈꾸는 사람. 선생님 편지 끝의 말씀처럼 모두에게 희망의 꽃이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2024년 봄날, 꿈꾸는 독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