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하루의 틈새

작은 하루가 말을 걸 때

by 앤의하루

주말 아침 하루 그 첫째 날

아침부터 문틈을 타고 새어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머리를 시끄럽게 했다.
주말이라 손가락 하나 들어 올리기도 싫을 만큼, 내겐 쉼이라는 게 간절했다.
도무지 휘잉 거리는 바람이 들어차 머릿속에도, 가슴속에도 여백을 둘 수 없었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끌고 거실로 나왔다. 바람소리의 정체는 테라스 쪽이었다.
문을 닫고 나니, 새삼 세상이 다 고요해졌다.

간절한 커피 생각에 캡슐 하나를 내려 테라스 창가에 앉았다.
창 밖의 나무들은 머리를 풀어헤친 미친년 마냥 요란하게 춤을 추고 있었고
나는 그 혼돈을 바라보며, 정숙하게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켰다.

“들리지 않으니, 보이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내게 위해가 되지 않는다.”


주말 아침 하루 그 둘째 날

주말 아침은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이 시작된다.
늦잠은커녕, 창문 사이로 흘러든 햇살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햇빛은 어제의 피로까지 함께 들추는 버릇이 있다.
게으름은 마음뿐인데, 세상은 언제나 성급하게 나를 깨운다.

거실에 나와 조용히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리고,
머그잔을 손에 쥐고,
한 모금, 깊게 숨을 내쉰다.

창밖의 나무는 여전히 제멋대로 흔들리고,
나는 그 진동을 따라 고개를 젖힌다.
바람은 잠시 멈추었고, 마음은 그제야 고요해졌다.

이 평범한 한 장면이
오늘의 모든 것을 안아줄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가끔은 가장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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