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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Feb 03. 2017

꽃부리

너저분한 진흙길을 걷다보니 운을 띄우기 어렵다.

걸음걸음에 발등 위로 떨어지는 설렘의 덩어리,

그 뜻밖의 단비에 검은 머리 폭삭 젖는다.

한 때가 아니길, 그 시절 그때가 아니길.

아무렇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너 그리고 나,

두 손 깍지 연하게 끼고 도착하지 않을 그곳으로 향한다.


푸른 하늘 밑으로 사랑이 분다.

질투할 새 없이 쌓인 두터운 함박눈.

눈 밟는 소리 진하게 심어져 너의 꽃같은 미소로 피어나고,

꽃에 넋나간 내 눈가엔 다시금 한 송이 꽃이 피어날 것이다.

지지 않을 것, 시들지 않을 것, 바람에 흩날리지도, 누군가에 의해 뽑히지도 않을 것.

꽤나 굳은 다짐으로 홍조 띤 네 볼가에 입술을 부딪힌다.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기에

바라보지 않을 때를 알고자 한다.

뜨거운 눈물이 얼지 않아야 하기에

그 핏기 어린 흔적을 안아주고자 한다.

다사하고 다난할 것에

눈으로 그려보고 입으로 웃어본다.

너의 시린 손, 저린 어깨를 감싸 안는다.


푸근한 볕이 품어버린 드넓은 꽃밭 어딘가

너라는 꽃부리 한줌이 위치한 그곳 어딘가

나는 물이 되어, 흙이 되어, 빛과 그림자가 되어

작게, 그러나 크게 속삭일 것이다.


사랑한다. 단적으로.

사랑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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