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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Sep 13. 2016

부단히, 진지하다.

삶의 무게와 철학의 무게

 

 당신은 삶에 대하여 진지한가? 혹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진지하다’는 사전적으로 ‘마음 쓰는 태도나 행동 따위가 참되고 착실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쉬이 생각할 법한 웃음기 없는 이미지 따위가 아니다. 그저 엄숙하고 따분하며, 유쾌하지 않고, 때로는 융통성이 없는 태도, 현실에 반영된 진지함의 의미에는 진지함을 찾아 볼 수 없다. “너는 왜 이렇게 진지해?!”라는 언성 높은 질타가 누군가의 눈치 없는 언행을 비난할 터라면, 이에 우리는 이 시대의 ‘진지하다’의 의미를 새로이 상정해야할 수고를 이행함에 마땅하다. 왜냐하면, 진지할 수 있는 권리를 올곧이 주장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외관, 인상, 분위기에 대한 평가로 ‘진지하다’라 이른다. 평소에 함께 놀던 친구가 어느 날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때, 우리는 친구에 대해 진지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혹은 소개팅에 나온 상대방이 장난기 없는 표정과 어조로 자신의 취미생활을 구구절절 설명할 때, 역시 진지하다는 평이 내려진다. 그 평가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는 타인에 대한 평가의 일환으로 ‘진지하다’를 사용한다. 그러나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하여 진지함을 논할 때는, 마음가짐이나 자세, 태도를 규정하는 도구가 된다. ‘나는 공부를 함에 있어 진지하다.’라는 것은, 공부에 대한 자신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스스로 판단하는 일종의 자기규정이다. 진지함은 이렇듯, ‘타인에 대한 평가’와 ‘자신에 대한 규정’의 일부로, 여느 일상적 형용사와 다름없는 쓰임에 처해지고 있다.

 

 허나, 최소한 중차대한 사건들과 개념들에 있어서는, ‘진지하다’의 일상적 사용을 배제해야 한다. 그 사건과 개념들을 전부 열거하기는 불가능하나, 삶, 꿈, 죽음, 학문, 사랑 등에 연관되거나 그 자체를 이른다. 예를 들어, 당신의 삶 전반, 반드시 이루어야 할 야망, 누군가의 안타까운 죽음 등에는 감히, 함부로 진지하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 마라. 진정 진지한 태도, 깊은 마음 속 열과 성을 다하는 똑바른 자세를 겸허히 갖춘 후에야 비로소 사용하라. 진지함을 가볍게 남용하는 것만큼, 윤리와 의지에 어긋나는 일도 없다.



 우리의 삶 대부분은 돈과 가정, 현실과 사회의 무게에 잠식되어, 더러는 가치 없는 무게를 지고 있기도 하다. 또, 일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치이다보면, 실제 삶의 무게보다 더 많은 무게를 홀로 견뎌내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과장된 우울함과 회한을 느끼며, 몇몇은 스스로의 삶에 불필요한 마침표를 찍기도 한다. 삶의 무게는 그 무게를 적절히 가감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게를 만날 때에야, 진정 균형과 안정을 찾는다. 이는 마치 놀이터의 시소를 타는 것과 같아서, 마주 앉은 무게가 없는 삶은 영원히 땅에 처박힐 뿐이다. 삶의 맞은편에 무엇을 앉힐 지는 개인의 선택에 일임한다. 좋은 취미나 특기도 좋고, 스포츠나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것도 썩 괜찮다. 허나 필자는 권한다. 진지한 태도의 철학을.          



 하나의 단어(‘진지하다’)를 꽤나 장황하게 해석한 데에는, 그것이 철학의 무게를 지탱할 만한 유일한 단어이기에 그러하다. 철학의 무게는, 때로는 숨을 막혀오는 고리타분함과 지루함을, 또 때로는 사고를 흐트러뜨리는 난해함과 불분명함을, 또 가끔은 오류와 모순조차 포괄하는 매서운 무거움이다. 그래서 삶에 마주하기엔 그 무게가 부담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참되고 착실한 태도,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철학의 무게를 지탱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무엇보다도 철학의 무게는 삶의 무게를 마주하기에 적임이다. 또한 진지함이 가미된 철학함은 단순한 이론과 앎에 그치지 않고, 삶에 핵심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진지하다는 것은 무게를 진다는 것이다. 무게를 진다는 것은 책임과 노력을 약속하는 것이다. 다름 아닌 자신의 인생을 위하여, 철학적 실천에 책임을 다하고, 그 생각에 노력을 다하라. 우리의 삶이 더 이상 허무한 소모를 거듭하지 않도록, 우리는 진지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야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진지함에 대해 현실적인 조롱과 괄시를 보낸다하여, 당신의 진지함의 권리를 잃지 마라. 그 진지함만이 당신의 삶을 조화롭고 윤택하게 가꾸어줄 것이다.



진지함이란, 철학자가 철학을 대하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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