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늦깎이 임산부의 논어 태교 이야기
출산 6주를 앞두고, 아이와 나를 위한 논어 처방전을 하루하루 기록 중이다.
이번 편은 논어 속 지혜를 통해 '나눔'의 가치를 전해주고자 한다.
아기에게 들려주고 싶은 논어 이야기
아가야,
거절이 힘든 엄마는 직장 생활 속에서 남들보다 일을 조금 더 하는 편이었단다. 때론 부당하다 생각 들때도 있지만 엄마가 한 가지 더하면 모든 일이 평화롭고 순조롭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엄마의 오랜 친구들은 이런 엄마를 두고 호구냐며 대리 분노하며 말과 행동을 코칭해주기도 했단다. 나 역시도 손해 보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야. 언젠가는 내 공을 알아주리라 생각했었거든. 스스로 기버라고 생각하며 나에게 주어질 보상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같아.
그렇게 엄마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받는 쪽보단 주는 쪽에 가까웠어. 어쨌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단다. 언젠가는 하늘이 알아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하루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책을 읽은 일이 있었어. 기버에 관한 이야기인데, 책을 읽는 내내 엄마는 참 부끄러웠단다.
엄마는 정말 기버였을까....?
엄마의 나눔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더라고.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던 거야. 무엇보다 손해 본다는 마음, 보답을 바라는 마음으로 베푸는 건 기버하고 할 수 없었어.
책에서 소개하는 기버는 나눔의 마음이 돋보였단다. '어떻게 하면 손해보지 않을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지. 나눔의 출발점이 달랐던 거야. 나를 위한 마음이 아닌 상대를 위한 마음인 거지.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있듯 사람의 마음은 똑같단다.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베풂을 받으면 언젠가는 꼭 갚으리라는 마음이 생겨.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기꺼이 엄마를 위해 애써준 분들이 계신단다. 엄마는 그분들의 은혜를 아직도 잊지 못해. 아니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무엇보다 언제든 엄마 도움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단다. 엄마에게 기버셨던 그분들.
'주는 자가 얻는다'는 좌우명을 가진 회장님도 계신다고 해. 그렇다면 얻으려고 좌우명으로 삼은 걸까.
아니. 기버는 베푸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행복감을 느낀대.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하나를 주울 때도,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린 뒤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충만한 뿌듯함이 생기기 때문이지.
더 놀라운 건 나누고 베풀기만 하는 기버가 일의 생산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였어. 베풀수록 나오는 긍정의 마음 덕분이지 않을까.
우리 아기도 앞으로 살면서 나보다 힘든 사람,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그리고 나에게 도움을 구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그럴 때 기버를 생각하며 그들이 정말 잘되는 마음으로 나눔과 베풂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무엇보다 가만히 앉아서 나를 위한 공부만 하기 보단, 봉사도 실천하고, 어려운 사람을 먼저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논어 리인 편 14장에 이런 말이 있단다.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不患莫己知
(불환막기지)
자기를 알아주는 이가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求爲可知也
(구위가지야)
알려질 만한 사람이
되기를 구해야 한다.
不:아닐(불), 患:근심(환), 莫:없을(막)
己:자기(기), 知:알(지), 求:구할(구)
爲:되다(위), 可:~할만하다(가), 知:알(지)
이 구절을 자칫 알려지려고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저절로 알 수 있도록 스스로 능력을 갖추고 노력하라는 의미로 생각하면 된단다.
엄마는 순간, 기버가 떠올랐어. 사실 기버는 알려지기 위해 나누고 베푸는 사람은 아니지만 공자가 말씀하시는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니까.
우리 아기도 세상에 나왔을 때 먼저 손내밀 수 있는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기버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논어 속 구절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구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베푼 도움과 너의 노력을 통해 너의 가치가 저절로 알려지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우리 꼭 건강하게 만나자.
ㅡ 나눔의 가치를 실천할 줄 아는 기버가 되길 바라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