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늦깎이 임산부의 논어 태교 이야기
우리 아기는 언제쯤 말을 할 수 있을까?
아가야, 오늘은 엄마가 너에게 최고의 말하기 기술을 말해 보려고 해. 발표라면 양목소리에 온몸을 떠는 내가 감히 말하기 기술을 말하다니.... 우습기도 하단다.
다른 사람의 말과 눈빛, 행동에 의미 부여해서는 움찔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인 것 같아. 40대인 지금은 조금은 무뎌졌지만..
(아마도 아가가 태어나면 더 담대해지겠지..?)
어리바리 그 자체였던 신규 교사 시절에는 또 어땠게. 일은 일대로 못하면서 눈치는 엄청 보는 나는 퇴근 후 매일 눈물 바람이었단다. 나의 실수에 작은 한숨이라도 들려올 때면 그게 왜 그렇게 감당하기가 힘들었던지. 무능력한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면서도 상대에게 미움받는다는 철없는 생각에 더 힘들어했던 것 같아.
시간이 지나고 그때를 돌아보면 선배 선생님들의 당근과 채찍이 있었기에 조금은 더 단단한 내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무 관심 없이 그냥 지나치셨더라면 나는 성장할 기회조차도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때로는 아무 이유 없는 비난과 화풀이를 겪을 때도 있었어. 실수로 혼난 날보다 더 상처였지. 억울한 감정이 컸기 때문이었을거야.
무엇보다 "그러지 않았다." 한 마디라도 했을 것을... 하는 후회가 내 마음을 더 힘들게 했어. 스스로가 참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단다.
그때 나는 결심했어.
'말재주'를 기르기로 말이야.
스피치 학원이라도 다녔을까. 아니. 소극적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건 독서였단다. 세상에 있는 말하기 기술 책을 섭렵하기로 다짐했어. 곧장 도서관으로 달려갔지. 마치 연애를 책으로 배우려는 사람 같았지만, 나는 사뭇 비장했단다.
그래서 최고의 말하기 기술을 얻었을까.
이상했어.
한 권 두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말보다는 오히려 침묵을 배우게 되더라.
대부분의 책에선 말을 많이 할수록 좋을 게 없다는 거야.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만 하는게 중요하대.
말하기 기술은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게 아니라 말을 아끼는 거더라. (수십권의 책에서 하는 말이니 최고의 말하기 기술이라고 붙여도 되겠지?)
오히려 나의 내면을 돌아보게 되더라고.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내가 당당해야 함을 깨달았지. 내면에 자신감이 쌓이면 꾸며서 말하지 않더라도 말에 내공이 저절로 풍긴대.
기술이나 방법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내면의 힘을 길러야겠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던 기회가 되었단다.
그때부터 업무를 위한 컴퓨터도 배우려고 노력했고, 메모도 더 열심히 했던 거 같아. 말하기를 배우려다가 엄마는 되려 침묵을.... 그리고 말보다는 행동이라는 실천력이라는 걸 깨달았지.
공자 제자 중에 자공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자공은 말을 잘하는 달변가였단다. 언변이 뛰어나서 이름이 알려졌다고 해.
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군자'에 대해 물었단다.
그때 공자는 말씀하셨지.
논어 위정편 13장 구절이야.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먼저 그 말을 실행하고
그 후에 말하는 것이다. "
(자공문군자)
子貢問君子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물었다.
(선행기언 이후종지)
先行其言 而後從之
먼저 그 말할 것을 실행하고
이후에 말이 행동을 따른다.
*而後 : ~이후에
*從之 : 그것을 따르다
논어 위정편 13장
(제 블로그에 기록해둔 논어 구절을 인용해왔어요.)
모두가 인정하는 달변가 자공. 자공에게 스승은 말에 관한 가르침을 줄 필요가 없었을 것 같았지만, 공자는 오히려 자공의 말재주를 경계했단다.
사기열전에 보면 자공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해. 아마도 말을 수단으로 하는 직업이니까..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자공에게 공자는 더욱 말을 경계하셨던 것 같아.
결국 말재주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논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어. 말보다도 말을 하는 그 사람이 더 중요한 거였더라고. 행동말이야.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하라는 논어 속 지혜... 나도 사실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란다. 이렇게 너에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나도 잘 지키지 않으니 말이야.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 등 처럼 말과 관련된 것들이 아주 많단다.
그만큼 우리 선조들도 말은 신중해야함을 아셨던거지.
우리 함께 노력하자.
최고의 말재주는 현란한 솜씨로 말을 잘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먼저 내가 할 말을 보여주는 것.
엄마가 먼저 실천하고 있을게.
아가야, 우리 꼭 건강하게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