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생 신도시 전세로 사는 아지의 임신이야기
002. 임신 입문자의 첫 번째 과제
임신 준비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엽산' 복용이다. 엽산은 비타민B의 일종으로 태아의 신경관 발달에 중요하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준비 시기부터 임신 후 초기 3개월까지 복용이 필수라고 한다. 나도 임신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이 엽산과 필수 영양제를 구비한 것이다.
포털에 임신준비에 관해 검색해 보았더니 최상위 검색어에 영양제, 엽산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외에도 비타민d, 아연 등 각종 임신에 관한 영양제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찾아보고 골라 먹으면 된다. 언제부터 임신 지식이 정보화되어 이렇게 공유되었는지.. 참 좋은 세상이다. 조선시대나 중세에는 임신에 대한 지식이 적었기에 출산은 죽을 각오로 하는 것이었고 태어난 아기도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데 나는 최첨단 선진의료의 힘을 믿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문명 시대에 태어나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번외의 얘기지만 인간의 번식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낮은 이유는 바로 큰 머리와 작은 골반 때문이라고 한다. 직립보행으로 인해 골반이 작아졌고, 뇌의 발달로 인해 머리는 커졌기 때문에 출산 난이도가 극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스스로 출산하는 것이 힘들어서 남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산파'라는 직업이 기원전 시대부터 존재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개나 고양이는 스스로 7~10마리씩 새끼를 낳는 것에 비해 인간은 각종 의료기술과 전문지식인(의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 한 명씩 낳아 유전자를 이어가는 것이 신비하게 느껴진다. 여하튼 내가 과거에 태어났다면 출산은 목숨 걸고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출산에 목숨을 걸진 않아도 되겠지?
쿠*에서 상위에 올라간 브랜드의 엽산과 비타민d를 로켓배송으로 구매했다. 남편용은 아연(정자의 질을 높여준다고 한다.)을 구매했다. 캡을 열어보니 엽산은 알갱이가 작다. 물 없이도 삼킬정도여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이 엽산을 포함한 영양제들이 현재 난포에서 자라기 시작하는 내 난자의 질을 높여줄 것임을 믿고 삼켜본다.
나는 건강염려증이 있는 편이라 조금만 아프거나 조금만 몸이 이상해도 중병으로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태어난 아이가 조금만 아프거나 조금만 문제 있어도 내가 임신 중에 무엇을 빠뜨렸나, 무엇을 잘못했나 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오버를 할 것이 뻔하다. 염려증에 시달릴지언정 혹시 모를 태아의 발달에 꺼림칙한 일은 최대한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임신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앞으로는 조와 함께 잘 섭취할 계획이다. 보통 나의 루틴은 아점을 먹고(하루 2끼 먹는다.) 영양제를 먹는 것인데 여기에 엽산과 각종 임신영양제를 추가하여 먹을 계획이다.
건강한 아이를 얻는 것은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나도 막상 임신 준비를 시작하니 외모가 잘나고 똑똑한 것 다 필요 없이 그저 건강한 유전자의 조합을 가진 아이가 오길 바라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아이의 손가락 발가락 열개를 물어보는 산모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혹시나 태중의 아이가 장애가 생기면 어떡하지..'
우리 부부 둘 다 30대 후반~40대를 바라보는 나이이고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기형이나 장애에 대한 염려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며칠 전 조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레 자신은 "아이가 만약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도 사랑으로 키울 다짐"을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부끄러웠다. 그만큼의 단단함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장애를 상상하면 솔직히 걱정과 두려움만 앞섰을 뿐이다. 다행히 그날, 남편의 소신 있는 발언(?) 덕분에 걱정스러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든든해졌다. 그래. 아이는 그저 하늘이 주는 것, 그 아이가 우리에게 온 어떤 우주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어떤 아이가 와도 사랑으로 키워보자고 마음을 다잡은 날이었다.